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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시작된 창원 케이비알(KBR) 노사 갈등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업도시'를 내세우는 창원시(안상수 시장)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창원시의 중재 등 노력을 요구하기 위해 안상수 창원시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30일 오전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창원시청 기업사랑과 관계자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안상수 시장이 중재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사측 기계반출 등 시도해 노사갈등 장기화

이종철(75) 대표이사는 지난 2006년 KBR을 인수했다. 이후 사측은 '기계반출'과 '외주도급화'를 시도해 왔다. 사측은 밀양에 있는 삼경오토텍으로 기계를 반출하려 했지만, 노동자들이 막으면서 한때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창원공단 내 쇠구슬 제조업체인 케이비알(KBR)이 직장폐쇄한 지 200일이 넘은 가운데, 담벼락에는 각종 구호를 적은 펼침막이 걸려 있다.
 창원공단 내 쇠구슬 제조업체인 케이비알(KBR)이 직장폐쇄한 지 200일이 넘은 가운데, 담벼락에는 각종 구호를 적은 펼침막이 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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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법원에 금속노조 케이비알지회를 상대로 '기계반출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법원도 기계반출을 막는 노동자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또 노동자들은 사측을 상태도 '통상임금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최근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임금협상 등에 갈등을 빚던 금속노조 케이비알지회는 지난 5월 파업에 들어갔고, 사측은 곧바로 직장폐쇄로 맞섰다. 현재 노사갈등은 7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케이비알 공장은 가동 중단 상태다.

노동자들은 요즘 케이비알 공장 인근에 있는 셰플러코리아 창원공장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케이비알 사측이 이 공장에서 기계를 빌려 쇠구슬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셰플러코리아 창원공장 앞 도로에 갖가지 구호를 쓴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지난 17일에는 이곳에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남지역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노동자의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한 조합원의 부인이 남편한테 보내는, "돈은 얼마 없다, 힘들었다, 어머님 등 가족들 도움 받지 않도록 …" 등이라고 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상복을 입고 농성을 벌였다.

금속노조 케이비알지회 조합원은 모두 48명이다. 7개월 동안 투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 명의 이탈자도 없다. 케이비알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에 대해 다른 사업장도 관심이 높다.

이에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전체 조합원(1만3000여명)이 1인당 월 5000원씩 6개월(총 3만원) 동안 케이비알 조합원을 돕기 위한 기금을 내기로 했다. 신천섭 지부장은 "케이비알 사태가 지역 내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어 가만 둘 수 없다"며 "연대하기 위해 전체 조합원들이 기금을 모으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창원시, 펼침막 철거해 노동자들이 항의하기도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창원시의 '역할'을 따지고 나선 이유는 펼침막 철거가 계기가 됐다. 창원시(의창구청)가 지난 19일 셰플러코리아 창원공장 주변에 있는 펼침막을 모두 철거해 버린 것이다. 당시 창원시는 민원이 들어와 펼침막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이날 의창구청과 창원시청을 항의방문했고, 뜯어갔던 펼침막을 돌려받았다. 당시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창원시에 "창원시민인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임금도 받지 못하고, 조합원 가족이 생활고로 자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노사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데 창원시는 뭐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창원공단 케이비알 노사 갈등이 장기화 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7일 오후 셰플러코리아 창원1공장 앞에서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창원공단 케이비알 노사 갈등이 장기화 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7일 오후 셰플러코리아 창원1공장 앞에서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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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창원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청을 방문했던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창원시청 기업사랑과 관계자들로부터 "경제재정국장 면담부터 하고 시장 면담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

신천섭 지부장은 "노동자도 창원시민이고, 사업장도 창원에 있으며, 더군다나 기계를 다른 지역으로 반출하려고 한다"며 "노사 갈등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데 왜 창원시가 남의 일처럼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 노사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시장 등이 나서서 중재를 서는 등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창원시청 기업사랑과 관계자는 "시장 면담은 어렵고, 신년에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국장이 만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며 "노사협상이 되지 않고 있는데, 1월에 노사를 만나서 중재를 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케이비알, #안상수 창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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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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