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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은 지난달 6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가 윤전추(34)씨를 3급 행정관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구입한 개인 헬스기구 위치에 대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은 지난달 6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가 윤전추(34)씨를 3급 행정관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구입한 개인 헬스기구 위치에 대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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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진도방문 연출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에게 정정보도 등을 요구한 김기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패소했다. 연일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온 청와대가 처음으로 받아든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장준현)은 24일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을 인정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이 사건 기사는 원고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정정보도와 손해배상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굳이 따지자면 박 대통령이 피해자이므로, 그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한 대통령비서실과 김기춘 실장, 박준우 전 정무수석, 구은수 전 사회안전비서관(현 서울지방경찰청장), 이명준 사회안전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피해자'로 볼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 성립 여부까지 살펴볼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지난 4월 17일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남은 권아무개(5)양을 만났다. 한겨레는 당시 누리꾼들의 반응을 인용, 정신적으로 충격 받은 권양이 박 대통령 방문에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권양은 그의 고모와 함께 박 대통령을 만나러 나온 것이었다. 청와대 역시 "홍보를 위해 권양을 데려다놨다는 의심은 말이 안 된다"며 반발했고 <한겨레>는 해당 기사에 청와대 쪽 반론을 추가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승소했는데도 <한겨레>가 정정보도 요구 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매일 100만 원씩 이행강제금을 내도록 해달라고 했다. 또 김기춘 실장 등 4명에게는 각각 2000만 원씩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언론사 입막음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연일 '언론사 입막음' 소송 제기... 앞장서는 김기춘

24일 판결은 이번 일이 청와대의 '과잉 대응'이었음을 확인해줬다. 재판부는 해당 기사에 김기춘 실장 등 원고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데다 기사 일부가 수정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도대상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 또 박 전 수석 등은 자신들이 박 대통령의 진도방문을 수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기사에는 그들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는 점 등을 볼 때 <한겨레>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애초부터 무리한 소송이었다는 지적이 들어맞은 셈이다.

김기춘 실장이 앞장선 송사는 더 있다. 지난 5월 대통령비서실은 4월 29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섭외된'  할머니를 위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CBS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도 원고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준우 전 정무수석, 박동훈 전 행정자치비서관(현 국가기록원장), 대통령비서실 뿐이다. CBS 기사는 '청와대 측'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단어가 원고들을 직접 가리킨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에서 <한겨레>와 비슷하다.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기춘 실장은 지난 5월 자신이 법무부장관 시절 오대양사건 재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한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의 인터뷰를 방송한 채널A도 고소했다. 또 이재만 비서관 등과 함께 '청와대 3인방과 박지만씨가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보도한 <시사저널>에게도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12월 9일 브리핑에서 김기춘 실장을 가리켜 "고소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은 13건"이라며 "청와대는 언론에 재갈 물리기를 그만 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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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기춘, #박근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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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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