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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섭씨가 치료제로 쓰이는 허브 종류인 그레이블의 뿌리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대학시절 운동권 학생이었던 최씨는 용접공을 거쳐 지금은 치유전도사로 살고 있다.
 최종섭씨가 치료제로 쓰이는 허브 종류인 그레이블의 뿌리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대학시절 운동권 학생이었던 최씨는 용접공을 거쳐 지금은 치유전도사로 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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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지옥인가 싶었어요. 죽고 싶었죠. 근데, 한 가지가 걸리더라고요. 내가 죽으면 빚을 아버지가 갚아야 했어요. 제 보증을 서셨거든요. 차마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13일 만난 최종섭(48·전남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씨의 말이다. 최씨는 모든 꿈을 앗아간 젊은 시절의 통증에서 벗어나 지금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이 앓았던 질병의 비밀을 알고 치유하면서부터다. 그것은 훌다 레게 클락(Hulda Regehr Clark)이 주창한 기생충과 독소 제거였다. 이른바 대체의학이었다.

"행복지수만 따진다면 저는 대한민국 상위 1%에 들 겁니다. 재벌이 부럽지 않죠. 하고 싶은 일,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나도 좋고, 다른 사람한테도 도움을 주고요. 감사할 따름이죠."

최종섭씨의 밭에서 서양수국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며 싹을 틔우고 있다. 병세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최씨를 닮은 것 같다.
 최종섭씨의 밭에서 서양수국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며 싹을 틔우고 있다. 병세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최씨를 닮은 것 같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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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섭씨가 지난 13일 눈이 쌓인 밭이랑을 따라 걸으며 작물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그의 밭은 불태산과 병풍산이 바로 보이는 전남 담양에 자리하고 있다.
 최종섭씨가 지난 13일 눈이 쌓인 밭이랑을 따라 걸으며 작물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그의 밭은 불태산과 병풍산이 바로 보이는 전남 담양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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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현실 참여에 적극적이었다. 대학에 다닐 땐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며 당시 정호용 의원의 국회 사무실 점거농성에 참여했다. 이 일로 구속돼 옥고를 치렀다. 대학을 졸업하고선 직업훈련을 받으며 용접기술을 익혀 공단의 한 회사에 취업을 했다. 속칭 위장취업을 했다. 4년 동안 잔업과 철야를 일삼으며 열심히 일을 했다.

무리를 한 탓인지 병이 났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였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산업재해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최씨는 그날부터 회사와 복지공단을 상대로 싸워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6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하지만 몸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거동을 할 수 없었다.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담당 의사에게 물어도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엔 '선천성 유전'이라고 했다.

그는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에서 나와 '소문난 데'를 찾아다녔다. 모아놓은 돈은커녕 대출까지 받아서 썼다. 직장을 구할 수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했다. 신문 배달을 하고 전자제품 영업도 했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몸은 아프고, 빚은 늘고, 생활고에 시달렸다. 날마다 죽고만 싶었다. 그렇게 10년을 연명했다.

마시멜로우 꽃. 훌다클락이 우리 몸의 기생충과 독소를 제거하는 식물의 하나로 꼽았다. 최종섭씨도 이 식물로 효용을 봤다고 한다.
 마시멜로우 꽃. 훌다클락이 우리 몸의 기생충과 독소를 제거하는 식물의 하나로 꼽았다. 최종섭씨도 이 식물로 효용을 봤다고 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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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섭씨의 하우스에서 꽃을 피운 파슬리. 치료제로 쓰이는 여러 종류의 허브 가운데 하나다.
 최종섭씨의 하우스에서 꽃을 피운 파슬리. 치료제로 쓰이는 여러 종류의 허브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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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다 클락을 알게 된 건 2004년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의 치유법을 듣고 자료를 찾았으나 구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없었다. 영문으로 검색했더니 영문 자료가 줄줄이 나왔다. 방법이 없었다. 영문 자료를 출력해 지인에게 번역을 맡겼다.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번역도 뒤틀렸다. 최씨가 영문 번역에 직접 나선 이유다.

"처음엔 한 페이지 번역하는 데 하루가 더 걸렸어요. 모르는 단어는 일일이 사전을 찾아야 했거든요. 나중엔 한 페이지 번역하는 데 반나절, 2시간으로 당겨졌습니다."

최씨는 중·고등학교 때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 엔간한 영어시험은 100점을 받았다. 대학입시 학력고사에서도 만점을 받았었다. 대학에서는 독일어를 전공했다. 제2외국어 하나를 더 해두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공부는 뒷전으로 밀렸다. 영어도 따로 공부할 겨를이 없었다. 번역은 중·고등학교 때 배운 영어를 토대로 한 셈이었다.

최종섭씨가 지난 13일 자신의 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마시멜로우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최종섭씨가 지난 13일 자신의 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마시멜로우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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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훌다 클락이 제시한 방법대로 따라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효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10년 동안 고치지 못한 병이었는데, 불과 1개월 만에 호전됐다. 이후 날마다 달라지는 걸 실감했다.

"통증은 머리나 발, 팔꿈치, 고관절, 흉부에 다 있어요. 이게 류마티스 관절염이고 다발성 두통, 활액낭염, 테니스엘보 같은 이름을 갖고 있죠. 이것들의 원인은 기생충과 오염물질, 즉 독소라는 거죠. 모든 병의 원인이 오염물질과 기생충이라는 사실을 알면 수술 없이, 항생제 없이, 그리고 부작용도 없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훌다 클락 선생의 치유법이었어요."

최씨는 지난 10년 동안 부모를 원망해 왔던 걸 뉘우쳤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병은 없고, 다만 비슷한 생활방식 탓에 기생충과 오염물질을 공유했을 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파슬리가 자라고 있는 최종섭씨의 비닐하우스. 최씨가 파슬리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슬리가 자라고 있는 최종섭씨의 비닐하우스. 최씨가 파슬리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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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훌다클락 힐링캠프에 참가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 최종섭씨는 해마다 여름철에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힐링캠프를 열고 있다.
 지난 여름 훌다클락 힐링캠프에 참가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 최종섭씨는 해마다 여름철에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힐링캠프를 열고 있다.
ⓒ 최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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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경이로운 치유의 세계를 검증해 보고 싶었다. '나만 그럴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병원생활을 하면서 친분을 맺은 비슷한 처지의 지인에게 자신의 경험을 알렸다. 효과는 그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몇몇이서 알고만 있기엔 너무나 아까운 사실이었다.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자신이 번역한 치유법과 그 사례를 올렸다. 카페 회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금은 1만 명이 넘는다.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훌다 클락 힐링캠프도 5년째 열고 있다. 훌다 클락의 치유법을 알려주고 구체적인 방법도 가르쳐준다.

최씨는 내친 김에 이 치유법을 책으로 펴냈다. 마땅한 출판사를 만나지 못하고 부인(박성숙·45) 명의로 출판사를 등록하고 직접 편집을 했다. <훌다 클락의 질병 치유 시리즈-병을 넘어서>가 그것이다. 상·하 두 권으로 엮어진 이 책은 음식과 생활에서 존재하는 기생충과 독소 제거로 열리는 놀라운 치유의 세계를 알려주고 있다.

최종섭씨가 번역해서 엮은 '훌다 클락의 질병 치유 시리즈-병을 넘어서'의 표지. 상·하 두 권으로 엮어진 이 책은 음식과 생활에서 존재하는 기생충과 독소 제거로 열리는 놀라운 치유의 세계를 알려주고 있다.
 최종섭씨가 번역해서 엮은 '훌다 클락의 질병 치유 시리즈-병을 넘어서'의 표지. 상·하 두 권으로 엮어진 이 책은 음식과 생활에서 존재하는 기생충과 독소 제거로 열리는 놀라운 치유의 세계를 알려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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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 찾기에도 나섰다. 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직접 재배를 하고 싶었다. 국내 재배는 허브가 적격일 것 같았다. 하지만 씨앗을 들여오다가 번번이 세관에 빼앗겼다. 우여곡절 끝에 씨앗을 들여와 재배했으나 싹을 틔우지 못한 일도 있었다. 이듬해엔 야생동물 등으로부터 제대로 지켜내지 못해 피해를 봤다. 어렵사리 재배해 수확까지 해놓고 건조를 못해 망친 일도 있었다.

최씨가 허브를 제대로 재배한 건 3년 전부터서다. 집 부근의 밭 1만㎡를 빌려 서양쑥인 웜우드, 서양수국인 애너벨리를 비롯 파슬리, 오레가노, 마시멜로우, 그레이블 등 6종을 재배하고 있다. 이것을 수확·가공하거나 건강보조식품 또는 생활용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운동권 학생에서 치유 전도사로 변신한 최종섭·박성숙씨 부부. 이들 부부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 교도소를 드나들다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운동권 학생에서 치유 전도사로 변신한 최종섭·박성숙씨 부부. 이들 부부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 교도소를 드나들다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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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종섭, #박성숙, #훌다클락, #파슬리, #그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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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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