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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문제 해결이 쌍용차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는 펼침막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석자들
▲ 쌍용차 해고자 70미터 고공농성 지지 기자회견 '쌍용자동차문제 해결이 쌍용차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는 펼침막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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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15일 오전 11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남문 앞에서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 두 해고노동자가 왜 70미터 공장 굴뚝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지와 쌍용자동차지부의 요구 사항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금속노조 임원, 쌍용자동차지부 임원·조합원, 민주노총 조합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바라는 정당·시민·시회·종교단체 등이 함께 했다. 쌍용자동차지부는 기자회견에서 마힌드라와 쌍용차에 해고자 복직을 위한 대화와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해고자 복직 없이 쌍용차 정상화 없음과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기자회견 후 '쌍용차 평택역광장농성단'에 함께 했던 여러 단체들은 이번 고공 농성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70미터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두 사람은 오늘 오후 2시에 열기로 돼 있는 '호소문'을 통해 쌍용차 해고 문제가 가닥을 잡고 해결될 수 있는 의미 있는 결정과 선택을 하는 대의원대회가 되기를 호소했다. 아래는 '쌍용자동차(공장)노조 대의원대회에 드리는 호소문' 전문이다.

기자회견장에 함께 한 시민들에게 70미터 공장 굴뚝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이창근 김정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고공 농성 중인 이창근 김정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기자회견장에 함께 한 시민들에게 70미터 공장 굴뚝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이창근 김정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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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노조 대의원대회에 드리는 호소문

조립3팀 샤시과 A조에 근무했던 김정욱과 조립3팀 샤시과 B조에 근무했던 이창근이 드립니다. 예고 없이 70미터 굴뚝에 올라 이런 글을 드리게 되어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저희는 굴뚝에 올라올 때 처음부터 밥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뭔가는 들고 가야하지 않겠냐는 말도 귀에 담지 않고 올라왔습니다. 공장 안 동료들의 마음을 믿었습니다. 회사와 기업노조를 거쳐서 올라온 따뜻한 밥을 보면서, 하루 이틀 밥을 나누면 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밥을 먹기 위해 굴뚝에 올라온 것은 아닙니다. 굴뚝에 올라온 첫날, 저희는 해고된 뒤 주유소 알바와 부품사 하청을 떠돌다 병마에 시달려 마흔 일곱 나이에 두 아이를 두고 하늘나라로 떠난 동료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오지 않기를 바랐던 스물여섯 번째 죽음 소식을 70미터 허공에서 들어야 했습니다. 밥이 입으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이 굴뚝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굴뚝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우리가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천막을 치고 따뜻한 밥이라도 전달하려고 했던 동료 두 명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지금 두 동료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포승줄에 묶인 채 유치장에 갇혀 있습니다. 구겨 넣었던 밥에 목이 메 눈물이 났습니다.

굴뚝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저희는 할 말이 많지 않습니다. 따듯한 밥을 먹고, 두툼한 옷을 입고, 침낭에서 몸을 뉘기 위해 여기에 올라온 것이 아닙니다. 수백일 농성을 하기 위해 온 것도 아닙니다.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회사와 대화와 교섭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1월 13일은 3년의 개발 끝에 쌍용차 신차가 출시됩니다. 굴뚝에 올라온 저희들도 쌍용차가 부활의 날개 짓을 힘차게 펄럭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 회사 쌍용자동차가 다시 날아오르길 염원하고 있습니다.장롱 안에 넣어둔 쌍용의 작업복을 꺼내 입고, 동료들과 환한 웃음을 지으며 티볼리를 만들고, 일이 끝나면 동료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습니다.

오늘 저희들을 저희 문제를 다룰 기업노조 대의원대회에서 1월 13일 신차 출시 전에 대화를 통해 쌍용차 해고 문제가 가닥을 잡고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그런 의미 있는 결정과 선택을 하는 대의원대회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동료들을 믿고 아무 것도 없이 올라왔던 것처럼, 동료들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쌍용차 문제, 이제는 털건 털고 매듭지을 건 매듭지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끝으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마음에 불편함과 당혹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014년 12월 15일 굴뚝에서 김정욱 이창근 드림.


태그:#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이창근,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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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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