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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야반도주하여 텅 빈 사무실에 농성장을 차리고 투쟁하는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회사가 야반도주하여 텅 빈 사무실에 농성장을 차리고 투쟁하는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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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투쟁 10년 세월이 훌쩍 지나갑니다. 2005년 7월 5일. 문자해고·잡담해고로 능멸당한 우리도 사람이라고 선언하던 날입니다. 그날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슴 설렙니다. 하지만 설렘은 곧 분노로 바뀝니다. 기륭이 비정규직 대부분을 해고 시키려 했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만들어 놓은 절차에 죽을 수 없어 절박한 마음으로 생산라인을 잡고 앉아 공장점거 파업농성을 시작했습니다. 2005년 8월 24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기륭비정규여성노동자들의 투쟁입니다.

노동부와 검찰도 회사가 불법파견을 했다고 인정했지만, 법과 정부는 우리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우리의 선택은 점거·파업·삭발·단식·고공농성 등 목숨을 건 투쟁이었습니다. 구속·손해배상·벌금만 쌓여가는 저들의 외면에도 투쟁하는 우리가 옳다고 응원해 준 시민사회 각계각층 많은 분들의 연대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결국 1895일 만에 합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깨진 합의... 다시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

그런데 그 합의마저 우롱 당했습니다. 우리는 또 다시 거리로 나서야 했습니다. 1960~1970년대나 들어봄직한 회사의 '야반도주', 그 현장을 지키고 철야농성을 하면서 싸운 지 어느새 다시 350여 일이 되어 갑니다. 참담합니다.

기륭전자 사진전 웹자보
 기륭전자 사진전 웹자보
ⓒ 최소한의변화를위한사진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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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비극이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난 2005년, 비슷한 시기에 투쟁을 시작해 공동투쟁을 하면서 끈끈한 인연을 맺은 코오롱,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 동지들이 있습니다.

정리해고 10년, 이제는 끝장내자며 단식을 하고 있는 코오롱의 최일배 동지와 의리를 지키고 있는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회사에 맞서 공장을 재가동하고 고용을 보장하라며 투쟁했던 (구)한국합섬 동지들은 기륭과 비슷한 시기에 합의하고 현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돌아간 지 1년 6개월 만에 또 다시 공장폐업과 분할매각에 맞서 공장 굴뚝농성, 길거리 노숙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서럽게도 처지와 조건이 다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쌍용차·콜트·콜텍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5년, 8년 목숨 걸고 싸웠는데 정리해고가 합당하다고 법원이 판결을 내립니다. 너무 허탈하기도 하고, 분노가 치솟기도 합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이 물음 앞에 함께 싸워 왔던 지난 10여 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기륭은 거의 유령회사가 되어 있습니다. 돌아갈 일터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도 너무 억울해서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진정한 고통의 뿌리, 차별과 설움의 원흉인 정리해고, 비정규직, 파견법이 그대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을 되짚어 보는 사진전... 연대의 손이 절실하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될 때까지 기륭투쟁은 끝날 수 없습니다. 이런 결의를 다지기 위해 함께 싸워 왔던 동지들과 기륭전자 농성장에서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지난 10년을 되짚어 보는 사진전을 엽니다.

사진전은 그 모든 삶의 현장, 투쟁 현장에 함께 했던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가 모임' 벗들이 함께 열어 주셨습니다. 그분들이 기록해 주었던 지난 10년 노동자·민중 투쟁의 세월, 투쟁 당사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함께 돌아 봤으면 합니다. 사진전에는 한진중공업·쌍용차·유성 등 전국의 투쟁사업장, 함께 힘을 모았던 모든 희망버스까지 담겨 있습니다. 그 장면 하나 하나에 우리의 투혼, 우리의 꿈도 담겨 있습니다.

사진전을 끝으로 기륭전자는 새로운 투쟁을 준비합니다. 많이 지쳤고 힘도 들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할 수 있는 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려고 합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가 우리의 유일한 요구입니다.

개개인의 요구를 넘어 차별의 뿌리를 겨누는 새로운 투쟁에 다시 한 번 단결과 연대의 손, 잡아 주십시오.

기륭전자 사진전 웹자보
 기륭전자 사진전 웹자보
ⓒ 최소한의변화를위한사진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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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소연 기자는 전 기륭전자 분회장입니다.



태그:#기륭전자, #최소한의변화를위한사진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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