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9일 오후 4시 50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다. 올 시즌 프로야구 포지션 별로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자 선수들에게도 최고의 영예로 여겨진다.

올해는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대였다는 특수성과 맞물려 눈길을 끄는 기록을 남긴 선수들이 유독 많았다. 표면적으로 골든글러브가 개인 성적과 팀 공헌도를 여러 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타격 성적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올 시즌 독보적인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이미 황금장갑을 예약했다는 전망 속에서 상대적으로 시상식의 묘미인 포지션 별 경쟁 구도는 예년보다 싱거워졌다는 평가다.

넥센 강세 확실시... 골든글러브 최다 배출하나

 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 연장 끝에 승리한 넥센 선수들이 서건창에게 물을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2014.10.8

지난 10월 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 연장 끝에 승리한 넥센 선수들이 서건창에게 물을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골든글러브에서는 넥센의 강세가 확실시된다. 타격 부문에서 1루수 박병호, 2루수 서건창, 유격수 강정호가 이미 수상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세 선수는 모두 올해 타격 부문에서 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꿨다.

박병호는 3년 연속 홈런왕과 함께 프로야구에 11년 만에 50홈런(52개) 시대를 되살렸다는 점이 김태균(한화)-에릭 테임즈(NC)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건창은 정규시즌 MVP와 함께 프로야구 역사상 첫 200안타의 대업을 달성했다. 이미 정규시즌 MVP까지 수상한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놓친 전례는 없다. 강정호 역시 유격수 사상 첫 40홈런 시대를 개척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밖에 투수 부문에서는 앤디 밴 헤켄이 7년 만에 20승 투수의 계보를 이으며 역대 11번째 외국인 골든글러브 예상 수상자로 떠오르고 있다.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외국인 선수는 불리한 게 사실이다. 가장 최근에는 2009년 아퀼리노 로페즈(KIA)가 마지막이었다. 올해 투수 부문에서는 토종 최다승 투수 양현종(KIA)이 후보에 탈락하며 밴헤켄을 비롯해 평균자책점-탈삼진 2관왕 밴덴헐크(삼성) 등 외국인 선수들만 골든글러브에 도전하게 됐다.

에릭 테임즈(1루수), 야마이코 나바로(2루수, 삼성), 펠릭스 피에(외야수, 한화) 등의 타자들이 좋은 성적에도 같은 포지션의 국내 선수에게 밀리며 수상이 어렵게 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는 그만큼 올 시즌 타고투저 광풍 속에서 국내 투수들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넥센은 3루수 포지션에서도 김민성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소 4인 수상이 유력한 넥센이 김민성마저 분전한다면 2008년 롯데 이후 6년 만에 5명의 수상자를 한 팀에서 배출할 수도 있다. 3루수는 이번 골든글러브에서 몇 안 되는 격전지로 꼽히며 박석민(삼성), 황재균(롯데) 등이 경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개인 성적과 팀 공헌도에서 삼성의 통합 4연패를 이끈 박석민이 가장 앞서 보인다.

넥센 다음으로는 챔피언 삼성의 강세가 예상된다. 박석민을 비롯해 지명타자 이승엽, 외야수 최형우 등이 수상이 유력한 선수다. 만 38세로 올해 골든글러브 최고령 후보이기도 한 이승엽은 1997~2003년까지 1루수 부문, 2012년 지명타자 부문에서 총 8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바 있다. 만일 이승엽이 올해도 황금 장갑을 끼게 되면 역대 글든글러브 최다 수상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 시즌 타율 .308, 32홈런(4위), 101타점(공동 5위)을 기록하며 경쟁자로 꼽히는 홍성흔(두산)-나지완(KIA)보다 좋은 성적을 냈고, 삼성의 통합 4연패라는 프리미엄도 있다.

3명의 수상자를 꼽는 외야는 나성범(NC)과 최형우(삼성)이 일단 두 자리를 예약했다. 두 선수 모두 올해 정상급 타자의 기준인 3할 타율-30홈런-100타점을 나란히 달성했고, 팀 성적도 나무랄 데 없었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손아섭(롯데), 김현수-민병헌(이상 두산), 박용택(LG) 등이 경합하는 모양새인데, 2011년 이후 4년 연속 수상에 도전하는 손아섭이 성적에서 조금 더 앞서 보인다.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대 삼성라이온스의 경기, 2회초 1아웃 주자없는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이 솔로 홈런을 치자 주루코치가 엄지손가락을 들며 칭찬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대 삼성라이온스의 경기, 2회초 1아웃 주자없는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이 솔로 홈런을 치자 주루코치가 엄지손가락을 들며 칭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팀 플레이어 가치 반영한 골든글러브 필요해

SK-KIA-한화 등은 이번 골든글러브에서 찬밥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롯데와 LG가 각각 외야 부문에서 손아섭과 박용택이라는 유력 후보가 있고, 두산이 양의지가 있는 포수와 지명타자 부문의 홍성흔에 기대를 걸 만하지만, 나머지 세 구단은 마땅한 유력 후보조차 아예 없다. 한화의 경우 그나마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1루수 김태균과 외야수 피에는 같은 포지션에서 워낙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다. 타격 기록이 워낙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3할 타자 정도는 올해 골든글러브에서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분위기다.

유난히 대기록이 속출했던 올 시즌에 비해 골든글러브라는 이름값의 권위에 못 미치는 포지션은 포수다. 잘한 선수가 많아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다른 포지션에 비해 포수는 수상 기준에 부합하는 선수를 찾기가 더 힘들다.

타율 0.337(11위)에 12홈런(공동 34위), 83타점(18위)을 기록한 이재원이 출장경기수 미달(61경기)로 탈락했고, 최근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롯데 강민호도 타율 커트라인(0.229)을 넘지 못했다. 강민호는 지난해도 타율 0.236을 기록하고도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어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자격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부터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타율 하한선을 대폭 높이면서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하는 바람에 이번엔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두산 양의지와 NC 김태군, 삼성 이지영 등이 올해 포수 부문에서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다. 누가 수상하더라도 생애 첫 골든글러브가 된다. 세 명 모두 경기 출전 수와 타율 기준은 넘겼지만 대신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는 없다. 포수가 타격보다 투수리드와 수비력이 더 강조되는 포지션이기는 하지만, 이런 기준을 놓고 봤을 때도 세 선수 모두 이전 수상자들에 비해 무게가 떨어진다. 역대 최악의 도토리 키재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현실은, 한국야구의 차세대 대형 포수 기근 현상을 반영한다.

국내 골든글러브의 취약점은 수비력에 대한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골든글러브는 수비 중심의 시상이다. 구단과 선수 숫자가 한정된 국내에서 수비와 공격을 따로 분리해서 시상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타격에 비해 수비력을 평가할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타격 성적에 지나치게 치우친 현재의 골든글러브가 선수의 명성과 인기에 좌우되며 '팀 플레이어'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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