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이들에게 겨울은 연과 썰매의 계절이었다. 특히 얼음이 얼었을 때만 탈 수 있는 썰매와 달리 연은 겨우내 즐길 수 있는 인기놀이였다. 방한장비도 제대로 없던 시절, 변변찮은 옷을 걸치고도 아이들은 언덕으로, 들판으로 내달았다. 따로 약속을 하지 않아도 그곳엔 동네아이들이 다 나와 있었고, 연실을 풀어주며 내달리다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싸움이 시작됐다.

시대가 바뀌어 연을 만들어주는 어른들도, 연을 직접 만들 필요도 없는 세상이 돼버렸지만 돌이켜 보면 연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원리와 손기술을 배우고, 연날리기를 통해 체력과 감성, 꿈을 키우는 그 시간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전통연 무형문화재 이수자 노순씨가 슬로시티대흥 주민들에게 연의 기본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통연 무형문화재 이수자 노순씨가 슬로시티대흥 주민들에게 연의 기본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장선애

관련사진보기


슬로시티대흥 마을 주민들이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연만들기를 배우고 있다.
 슬로시티대흥 마을 주민들이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연만들기를 배우고 있다.
ⓒ 장선애

관련사진보기


충남 예산군 슬로시티대흥에서 12월 한달 내내 전통연만들기체험단을 모집해 운영한다. 마을 어르신들이 연 만드는 법과 날리는 법을 알려주고, 연말에는 연날리기 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부터 자식들을 키울 때까지 수도없이 만들어봤을 연만들기를 이번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새삼스럽게 배우기까지 했다.

1일 슬로시티방문자센터에 모인 주민 20여명은 우리나라에 단 한 명뿐인 전통연 무형문화재 제4호 지연장(紙鳶匠) 이수자 노순씨를 강사로 초빙해 가오리연과 방패연 만들기를 공부했다.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만드는 법을 알려줘야'하는 만큼 연의 부분별 명칭과 원리, 풀칠을 할 자리와 중심을 잡는 법, 날개를 붙이는 위치 등과 참가연령대별 설명요령까지 강사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받아적고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통연 무형문화재 노유상 옹의 친손자로서 3대째 전통 연의 맥을 잇고 있는 노씨는 대흥주민들의 열의에 그동안 연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까지 아낌없이 풀어냈다.

노씨는 "예전에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연날리기를 너무 좋아해서 농사에 문제가 생길 지경이었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이 지나서 연을 날리면 백정'이라며 금기시했다고 한다"며 연의 매력을 강조한 뒤 "연은 과학과 예술이 만든 공예품이자 전통적인 놀이문화다. 특히 연은 많은 나라들에 있지만, 방패연은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있는 대표적인 연이다. 방패연은 가운데 바람구멍이 뚫려있어 아무리 강풍이 불어도 띄울 수 있고, 연싸움이 가능한 매우 우수한 우리 전통연이다"라며 우리 전통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슬로시티대흥의 전통연만들기 체험에 참가를 원하는 경우 전화로 신청한 뒤 원하는 날(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주일 내내 아무 때나)에 방문하면 된다. 참가비는 따로 없으며, 재료 실비(가오리연 3000원, 방패연 5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개인, 가족, 단체 신청도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연만들기, #연날리기, #슬로시티대흥, #예산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