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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성당 가는 길에 본 송원초등학교 학교담장에 핀 개나리를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철모르는 개나리꽃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가와도 추워지기는커녕 따뜻해져버린 날씨에 마치 봄이라도 된 것 마냥 꽃을 피운 개나리에게 희한하다며 면박을 주었는데 오늘은 눈이 내렸다. 

철을 모르고 핀 노오란 개나리꽃이 송원초등학교 담장에 피었다.
 철을 모르고 핀 노오란 개나리꽃이 송원초등학교 담장에 피었다.
ⓒ 김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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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이 내린다는 것을 안 것은 새벽녘이다. 아직 날이 새려면 멀었을 시간인데 창가가 훤하고 밝다. 누가 밖에 불을 켜 놓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문을 열어보았더니 온 세상이 하얗다. 잠은 금세 달아나 버렸고 이 시간에 뭘 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하다.

순간 내일 아침에는 출근하느라 또 학교에 가느라 밤새 내린 눈 때문에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뭘 준비해야 하나. 장갑과 목도리, 마스크, 귀마개 등을 챙겨본다. 그렇게 아이들 걱정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외투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펑펑 쏟아지는 눈이 맞고 싶어졌다. 어린아이처럼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걸어보고 싶기도 하고 가로등 아래 눈 내리는 풍경을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지난 번 아침을 먹다가 첫눈이 오는 것을 발견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어느 시에서 나온 풍경은 눈 오는 밤은 한없이 걷고 싶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새벽녘인데도 24시간 편의점은 불빛이 훤하고 순찰을 도는 순경 아저씨들도 간혹 보인다. 또, 우유를 배달하는 분들도 분주하게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지금 내리는 눈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과는 많이 다른 것이리라.

눈오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이 펑펑 쏟아진다.
▲ 함박눈이 쏟아지는 새벽 눈오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이 펑펑 쏟아진다.
ⓒ 김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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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소복이 눈이 쌓인 나뭇가지에 눈길이 간다. 얼마 전 길에서 본 그 개나리꽃이 생각이 난 것이다.

철을 모른다는 것 그 말은 엄마가 늘 나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어린 시절 사소한 것으로 동생들과 다투는 나를 보며 "에구구 아직도 철이 안 들었어 쬐그만 동생이랑 싸우고", "집안 청소 좀 해 놓으라고 했더니 철없이 또 놀러나갔네" 등 엄마에게 들었던 말이다.

철이란 계절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하기 좋은 시기나 때를 이야기 한다. 철을 모른다거나 철이 없다는 이야기는 어떤 일을 하기 좋은 시기를 모른다는 말이다.

개나리꽃은 봄에 피어야 하는데 겨울인데도 별로 춥지 않는 날씨때문에 개나리 꽃이 피었다. 그 곳은 지금이 봄 인줄 알고 꽃을 피웠을 것이다. 이렇게 함박눈이 내리는데 개나리꽃은 어떻게 되었을까 갑자기 걱정이 된다. 눈이 오고 바람이 불면 추워질 텐데 애써 피운 꽃송이가 모두 얼어버리겠다하는 생각이 들자 안쓰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철을 모른다는 것은 누군가는 철을 안다는 것을 전재로 한 말이다. 하지만 요즘 날씨를 보면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어떤 때는 봄처럼 따뜻했다가 오늘처럼 눈이 내리며 꽁꽁 얼어버릴 것처럼 추워지기도 한다. 아마 추운 날씨가 계속 되었다면 개나리꽃은 꽃망울을 터트리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자,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원망스럽기까지 한다.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는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 눈 위의 발자국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는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 김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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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슬퍼진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어떻게 해야 되돌릴 수 있을까 혼자서 아무리 고민해 봐도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저 작은 노오란 꽃들을 위해서라도 조금씩 환경이 나빠지는 것을 막아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이라도 생활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사소하게 여겼던 것들도 조금씩 고쳐나가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샴푸를 조금만 적게 쓰고 빨래할 때 세제도 적당량만 넣고 커피를 마실때는 종이컵보다는 개인 컵을 사용하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저 작은 노오란 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꼬마천사블로그와 수원e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개나리꽃, #철모르다,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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