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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시공사에 또 출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인천시의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주관으로 지난달 26일 오후 인천시의회에서 열린 '민생예산 확보를 위한 인천시의 합리적인 예산 편성방향 토론회'에서 인천도시공사(이하 도시공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인천시도 어려운데, 시가 도시공사를 계속 안고 가면 답이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망하는 기업에 알토란같은 땅을 출자해 계속 떠안을 게 아니라 이젠 정리를 결단해야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시 전체 부채는 약 13조 원이다.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도시공사이다. 2014년 6월 현재 도시공사의 자산은 11조 4132억 원이다. 자본금은 2조 5335억 원이고, 부채는 8조 8797억 원이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자본금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50%이다.

안전행정부(장관 정종섭·이하 안행부)는 지난 10월 22일 지방공기업 관계자 합동워크숍을 열고 '2016년(2015년 보완 포함) 지방공기업 경영평가편람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 개선(안)의 핵심은 부채비율이다. 안행부는 이날 부채비율 200% 이상 또는 부채규모가 1000억 원 이상인 지방공기업을 부채 중점관리 지방공기업(26개)으로 지정하고, 이 공기업들의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200% 이하로 낮추는 부채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안행부 장관을 지내던 올해 2월 부채 중점관리 지방공기업의 부채 감축 계획을 수립하게 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지방공기업(총394개)의 부채는 총73조 9000억 원으로 이중 부채 중점관리 지방공기업 26개의 부채가 총51조 4000억 원으로 전체의 69.6%를 차지했다.

안행부는 공기업의 부채비율을 매해 40%씩 감축해 2014년 320% 이하에서 2018년 160% 이하로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순자산 대비 사채(=회사채) 발행 한도를 2012년 기준 400%에서 2017년 200%로, 매해 40%씩 낮출 예정이다.

안행부는 부채감축목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연도별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방공사가 공사채 발행을 신청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출자를 요구하거나, 지자체의 추가 출자가 어려울 경우 공사채 신규 발행을 제한 또는 감액 승인할 계획이다.

이는 즉, 도시공사는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320% 이하로 낮춰야하고, 이를 위해 도시공사가 공사채를 발행할 경우 시가 출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 2427억원 출자…도시공사, 사채 8000억원 발행' 예정

검단신도시 검단신도시 개발계획도. ①캠퍼스타운 ②중심상업ㆍ업무지구 ③행정타운 ④종합운동장ㆍ복지타운 ⑤호수공원 ⑥벤처타운 ⑦캐널타운.
▲ 검단신도시 검단신도시 개발계획도. ①캠퍼스타운 ②중심상업ㆍ업무지구 ③행정타운 ④종합운동장ㆍ복지타운 ⑤호수공원 ⑥벤처타운 ⑦캐널타운.
ⓒ 사진출처 인천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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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사와 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도시공사의 부채비율을 올 연말까지 320% 이하로 낮추기 위해서는 시의 추가 출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는 지난 6일 '2015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2015년에는 대규모 재산 매각이 없고, 지방채 발행은 (채무비율로 인해) 신규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재정 규모 감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시가 도시공사에 추가 출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도시공사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자, 시는 2009년부터 2014년 6월까지 3조 301억 원(2014년 1194억 원 감자 포함)을 출자했다. 그럼에도 불구, 도시공사의 부채비율은 2010년 274%에서 현재 350%까지 치솟았다.

시가 출자한 자산에는 옛 인천전문대 재산, 송도 1공구(4필지), 송도 B1부지, 송도 R2부지 등이 포함돼있다. 시는 올해 2427억 원에 달하는 자산(=송도 1공구 국제업무지구 내 C블럭 7필지 7만 1508㎡와 남구 옛 상수도사업본부)을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시가 2427억 원을 출자하면 도시공사의 자본금은 2조 7762억 원이 돼, 부채비율은 319.8%가 될 예정이다. 안행부가 제시한 2014년 기준 부채비율 320% 이하를 간신히 맞추는 셈이다.

도시공사는 2조 7762억 원으로 늘어난 자본금을 바탕으로 내년에 공사채 8000억 원을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공사채를 발행하면 부채는 다시 늘고,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320%를 다시 넘어설 전망이다. 안행부가 제시한 2015년 기준 공기업 부채비율은 280% 이하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부채를 대폭 줄이거나 시가 다시 출자해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유정복 시장의 개발사업 조정 계획 수포로 돌아가

도시공사의 주된 부채는 검단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등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검단신도시 사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고, 영종하늘도시 사업을 인천도시공사가 맡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수포로 돌아갔다.

도시공사와 LH는 검단시도시의 경우 '5대 5', 영종하늘도시는 '7대 3'의 비율로 각각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 시는 이 지분을 맞바꾼 뒤 차액이 발생할 경우 송도와 청라지구 땅을 LH에 제공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현금 1285억 원을 LH가 다시 루원시티에 투입하게 유도할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6.4 지방선거 당선 후 이재영 LH 사장을 만나 제안한 방안이라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LH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LH는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의 지분을 맞바꾸는 방안을 시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루원시티를 모두 떠안는 대신에 LH는 검단신도시를 맡는 방식이다. 시 입장에서는 낭패를 본 셈이다.

서구 루원시티의 조성 원가는 3.3㎡당 약 2120만 원이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경기 침체기에 분양이 불가능한 금액이다. 이에 비해 검단신도시는 조성 원가가 낮고, 예상 적자가 7838억 원으로 루원시티 9000억여 원에 비해 적은 편이다.

시는 당초 지분 조정안을 폐기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LH에 발송했고, LH의 역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와 LH의 협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루원시티 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하루 2억 4000여만 원, 1년이면 882억 원에 달한다. 인천도시공사는 검단신도시 개발에서만 3000억 원이 넘는 이자를 이미 지출했다.

이와 관련해 이한구 시의원은 토론회에서 "도시공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검단신도시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LH가 도시공사 땅을 사주는 게 핵심이다. LH와 협상이 잘 되면(=LH가 도시공사 땅 매입) 시가 도시공사에 추가 출자를 하고, 잘 안 되면 출자를 유보하고 도시공사를 청산해야한다. 이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시 예산담당관은 도시공사 청산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루원시티 조감도 인천 서구 가정5거리 루원시티 조감도
▲ 루원시티 조감도 인천 서구 가정5거리 루원시티 조감도
ⓒ 사진출처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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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여 있는 '도시공사 재무 진단 용역보고서'

도시공사는 재무상황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3월에 경영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에 9억 3000만 원을 주고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용역의 핵심은 장기 재정계획 수립, 사업 구조조정 방안, 경영환경 개선방안, 부채감축 계획 등이다. 지난 6월에 용역 결과보고서가 나왔다. 결과보고서에는 청산 등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이 제시 됐다는 얘기가 돌고 있으나, 인천도시공사는 영업비밀이 담겨 있다며 보고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용역보고서에 경영상 비밀 등이 담겨있고, 특히 사업성 검토와 부채 감축 계획 등 민감한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 같은 내용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에 오히려 부작용 효과가 될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규철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사무처장은 "도시공사는 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다. 시민들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게다가 공사는 시 부채 13조원의 장본인이다"라며 "서울시는 SH(=서울도시개발공사)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산하 공기업에 대한 외부 컨설팅 용역 결과와 실행과제를 발표했다. 정부 또한 '정보 3.0'을 통해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있는데, 도시공사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 더 이상 숨기지 말고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시#인천도시공사#LH#재정위기#지방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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