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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집 앞에 줄을 선 사람들과 라면을 먹기 전 휘저어 놓은 모습입니다.
 라면집 앞에 줄을 선 사람들과 라면을 먹기 전 휘저어 놓은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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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저녁 가나자와 역 부근을 산책했습니다. 사람들도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은 라면집 앞에는 남녀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면집에 라면을 먹으러 온 것 같았습니다.

조금 기다려 라면집 줄이 없어진 것을 보고 라면집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멀리 라면을 끓이는 주방이 보이고 주방에서 직선으로 출입구까지 긴 식탁이 놓여 있었습니다. 라면을 먹으러 온 손님들은 벽을 마주 보고 옆으로 길게 앉아서 라면을 주문하고 시켜서 먹습니다. 의자는 15개 정도 놓여 있었습니다.

  가나자와의 입구 가나자와 역 앞에 있는 고문(鼓門)의 안과 밖입니다. 가나자와 지방에서 유명한 다이코 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가나자와의 입구 가나자와 역 앞에 있는 고문(鼓門)의 안과 밖입니다. 가나자와 지방에서 유명한 다이코 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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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주문하고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이곳에서는 된장 맛 라면만 만들어서 팝니다. 보통 일본사람들이 많이 먹는 생라면은 된장 맛, 간장 맛, 소금 맛, 돈고츠라는 진한 국물 맛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집에서는 된장 맛 라면 한 가지만 만들어서 팝니다.

이곳에서 파는 된장 맛 라면에도 진한 된장 국물과 옅은 된장 국물, 그리고 국물과 라면을 따로 만들어서 파는 것도 있었습니다. 조금 기다리고 있는데 작은 컵에 갈아서 만든 당근  주스를 가져와서 손님에게 마시라고 놓아주었습니다.

당근 주스는 딱 한 모금입니다. 주스를 마시고 식탁 앞 벽을 보자 작은 안내문이 쓰여 있었습니다.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라면을 먹으면 몸 안에서 급격히 혈당치가 올라가서 남아있는 당이 지방으로 바뀝니다. 라면을 먹기 전에 야채 주스를 마시면 혈당치의 상승을 억누르고, 당이 몸 안에서 느리게 흡수되어 지방으로 바뀌기 어렵습니다. 또한 야채 주스에 들어있는 비타민도 몸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가나자와는 동해를 끼고 있어서 해산물로 유명합니다. 생선회 집에서 맛볼 수 있는 생선회와 푸성귀 쌈입니다.
 가나자와는 동해를 끼고 있어서 해산물로 유명합니다. 생선회 집에서 맛볼 수 있는 생선회와 푸성귀 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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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내문을 보고 이 라면집에 손님이 줄을 서는 해답을 찾았습니다. 라면 한 그릇에 7백이지만 손님의 건강을 생각하는 갸륵한 마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일본 일부 라면집에서는 라면을 끓일 때 기름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거나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마가린이나 치즈 등을 너무 넣는다고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라면 역시 패스트푸드에 지나지 않다고 합니다.

  생선회 집에서 맛볼 수 있는 야채샐러드와 오징어 구이입니다.
 생선회 집에서 맛볼 수 있는 야채샐러드와 오징어 구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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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면 먹거리는 메밀국수, 우동, 라면들입니다. 소바 메밀국수는 관동지방이 우세하고, 우동은 시코쿠를 비롯한 간사이 지역에서 우수합니다. 라면은 지역에 관계없이 두루두루 인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서 지역을 대표하는 라면이 있습니다.

라면은 생라면을 말합니다. 일본에서 인스턴트라면은 그다지 인기가 없습니다. 그래도 추위가 시작되면 컵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은 컵라면은 인기가 있습니다. 대부분 라면은 돼지고기나 돼지 뼈를 삶은 국물에 생라면을 말아서 먹습니다. 최근 돼지 국물뿐 아니라 맛을 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기름이나 화학 합성 조미료를 넣어서 문제입니다.   

   가나자와에서 맛볼 수 있는 소 혀 고기 구이와 도시락입니다.
 가나자와에서 맛볼 수 있는 소 혀 고기 구이와 도시락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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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뒤 주문한 라면이 나왔습니다. 이 집에서는 라면 위에 간 생강과 유자를 얹어서 줍니다. 그리고 필요하다고 하면 더 가져다줍니다. 노란 라면 발이 쫄깃쫄깃하고 구수하여 맛있었습니다. 된장 맛도 부드럽고 담백하여 느끼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 라면집에서는 손님에게 작은 주스 한잔을 주면서 친절하게 손님의 건강을 생각하는 작은 배려가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가나자와 라면집 대하(大河), #가나자와(金?), #라면, #주스,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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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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