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2일 서울광장에 설치한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서울도서관 내 서울기록문화관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1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 상설 추모시설은 오는 21일 개관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계획에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아래 가족대책위)는 동의했다. 하지만 일부 유가족은 야외 분향소 실내 이전에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분향소가 실내로 이전할 경우 세월호 사고가 잊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도서관 3층에 예산 1억 원 들여, 상설 추모시설
서울시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호 합동분향소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 82제곱미터 규모의 추모시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세월호를 추모할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서울기록문화관은 서울시 주요 기록물 전시 및 원문을 볼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문화관 옆으로는 옛 시장실 집무실, 접견실, 회의실 등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어 추모시설은 서울시청 투어 코스로 활용될 전망이다.
'기억·추모·참여·치유'라는 주제로 만들어질 추모시설은 콘텐츠 감상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추모 글을 작성하는 등 쌍방향 소통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또 추모공간이 갖는 의미가 지속할 수 있도록 유가족·시민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전시·운영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앞서 서울시는 분향소 이전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사고 이후 6개월이 지나면서 조문객이 줄어들고 겨울철에는 야외 조문이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절기에는 제단 내 꽃의 결빙 및 고사가 우려되고 있다. 또 분향소 옆에서 서울시의 각종 행사가 치러지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는 안전행정부의 지침에 따라 안산의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합동영결식이 이뤄지고 분향소 운영이 종료될 때까지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지난 4월 27일부터 참배객을 맞아 온 서울시 합동분향소는 이날까지 35만여 명이 다녀갔다. 설치된 이후 첫 주에는 일일 조문객이 4만 2000명을 넘어섰으며 5월까지도 1000~5000명을 유지했다. 최근에는 주말을 제외하면 일일 조문객이 300~4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시는 서울도서관 이전으로 서울광장 분향소는 오는 21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자가 있으며 24시간 내내 참배할 수 있다. 분향소에 투입되는 인력은 시 공무원 14명과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 10명 등 24명이다.
김의승 서울시 행정국장은 "새로 조성될 추모공간은 세월호 침몰사고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세월호 사고가 유가족과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잊힐까"... 일부 유가족들 서운함 내비쳐
분향소 이전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서울시 계획에 동의했다. 하지만 일부 유가족들은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야외 분향소가 내부로 이동하면서 시민들에게 잊히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단원고 희생자의 한 어머니는 "날씨는 핑계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세월호 사고를 알려가야 하며 그 방법의 하나가 서울광장 분향소"라며 "많은 시민이 볼 수 있게 광장에 있는 분향소가 더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시의 이전 계획을 듣고 (광화문 농성장과 같은 공간을) 하나씩 정리하자는 얘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서운하다"며 "겨울이라 밖에서 분향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한다, 좋은 쪽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성용 가족대책위 장례지원분과 위원장은 "서울시 계획을 받아들여 가족대책위 총회를 거쳐 부모들의 동의를 구했다"며 "향후 서울시 추모공간에 참여해 시민들이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