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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VOTE'는 매달 청소년 및 다양한 연령층들의 생각을 설문조사를 통해서 통계해 보는 코너다. 이번 이슈 VOTE는 우리 학생들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주제인 9시 등교와 강제 야간자율학습 및 보충학습을 주제로 선정하였다. 조사 방식은 주제가 적힌 패널에 자신의 의견과 유사한 항목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지난 10월 18일 경남 진주시 차 없는 거리에서 진행되었다. 학생과 어른의 견해차를 알아보기 위해 각각 다른 패널을 사용하였다.

9시 등교... 청소년 찬성 우세, 어른 찬반 의견 갈려

사진 1. 10월 18일 진주시내 차없는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하는 모습
 사진 1. 10월 18일 진주시내 차없는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하는 모습
ⓒ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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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등교, 진주에서는 아직 조금 생소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타 선진국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높은 교육열에 의해 늦은 시간까지 학원 수업을 듣고 아침 일찍 등교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 때문에 잠이 부족한 건 당연하고 아침까지 거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리하여 등장하게 된 9시 등교 법안. 9시 등교란 학생들이 사람으로서의 가장 기본권인 수면권, 즉 자는 권리를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처음 등장하게 되었다. 현재는 경기도에서만 시행하고 있는데 수업이 늦게 시작하는 만큼 늦게 마치고 늦게 잠자리에 드는 등 실질적인 수면 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과 고3의 경우 생활방식에 문제가 생긴다는 문제 등으로 법안을 반대하는 여론이 있어 아직 경상남도에서는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투표결과 청소년의 대부분은 9시 등교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투표자의 일부가 크게 관련이 없는 초등학생이 있어서 정확한 청소년들의 의견을 알아보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른의 경우에는 찬성과 반대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른 시민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하였다.

9시 등교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에는 22세의 최아무개씨는 "타 선진국들은 늦게 등교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너무 일찍 등교하는 것 같다. 조금 늦춰도 될 것 같다"고 답했고, 41세의 이아무개씨는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는 아이들을 보니까 마음이 안타까워요. 아침도 거르고 갈 때가 많은데 엄마로서 신경이 쓰이죠" 라고 전했다. 이른 등교로 끼니를 자주 거르는 모습이 부모로서 마음에 많이 걸리시는 듯하였다. 실제로 인터뷰 결과 "학생들의 끼니와 수면부족에 안타까움을 느껴서"가 찬성 측 의견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사진 2. 청소년 투표 결과
 사진 2. 청소년 투표 결과
ⓒ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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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견해에선 "학교를 9시에 가면 아침에 친구들이랑 못 놀잖아요"라는 한 초등학생의 귀여운 이유도 있었고 "초등학생, 중학생인 아이들이 있는데 등교 시간이 뒤로 늦춰지면 출근 시간과 맞지 않아서 아이들의 등교에 신경을 못 써주게 된다고 생각해요" 라는 34세의 최아무개씨처럼 현실적인 의견도 있었다. 최근 맞벌이 가정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출근 시간에 맞춰 자녀의 등교 준비를 하시는 부모님이 자주 계시기 때문에 9시 등교가 달갑지 않으신 부모님도 많이 계신 듯하다.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이라고 하면 자신의 의사에 따라 학생 본인이 선택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야간자율학습(아래 야자)은 자율학습이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학원수강증을 가지고 와야만 야자를 빼주는 이상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자율학습인데도 불구하고 원치 않는 자율학습을 해야만 하는 것. 뭔가 모순이 있는 듯하다.

보충학습의 경우에는 학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단 강제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설문조사나 희망조사를 통해서 신청하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학교의 편의를 위해서다. 설문조사나 희망조사를 하면서도 학생들에게는 무조건 O표시 해서 제출하라는 압박이 주어진다.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의 경우에는 대다수의 청소년이 강제라는 말에 공감했다. 야간자율학습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뺄 수 있는 여지라도 있지만, 보충학습의 경우에는 거의 강제이기 때문인 거 같다.

사진 3. 어른 투표 결과
 사진 3. 어른 투표 결과
ⓒ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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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했을 때 야간자율학습에 관한 어른들의 입장은 김아무개씨의 "늦게까지 학교에 앉아있으면 습관이라도 생겨서 공부하지 않을까요?" 라는 입장처럼 밝힌 분들이 많았다. 학교에 늦게까지 앉아 있겠다고 해서 공부습관이 생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야자를 원하지 않는 학생들이 학교에 남는다면 공부를 하는 경우보다 피곤하고 할 것을 찾지 못해 잠자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학생들은 대부분 강제 야간자율학습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한 17세의 학생은 "자율학습인데 어떤 날은 하고 싶고 또 다른 어떤 날은 하기 싫을 수도 있는 것이 사람 마음인데 한번 신청하면 계속 쭉 해야 하는 게 불편해요"라는 의견을 주었다.

보충수업에 관해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17세의 김아무개씨는 "보충수업을 하는 것보다 학원이나 과외를 해서 공부하는 것이 더 도움되는 거 같아요"라고 답했고, 한 시민은 "보충수업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부족한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깐 좋은 거 같아요"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두 입장의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자면 쉽게 결론을 낼 수 없을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보충수업이 폐지된다면 어느 정도 혼란이 불가피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하지 않으면 그 부족한 공부를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해결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것은 부모님들의 사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의 불평등을 만들어 낼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남도교육청에서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폐지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하였으니 앞으로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적절하게 마련해서 큰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현재 가장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취재/정혜지(경해여자고등학교 2), 범용원(경상대학사대부설고등학교 2)기자]

덧붙이는 글 |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태그:#필통, #9시등교, #야간자율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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