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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자료사진>
▲ 길고양이 길고양이 <자료사진>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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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포털 사이트와 함께 준비 중인 길고양이 정보 서비스, '길냥이를 부탁해'가 일부 '캣맘(자발적으로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사람)'들의 반발로 서비스 공개가 지연되고 있다. 캣맘들이 길고양이 서식지 정보가 공개되면 불법 포획자들에게 잡히거나 학대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길고양이 지도 '길냥이를 부탁해' 운영을 10월 중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는 동물 관련 시민단체, 캣맘과 협력해 길고양이의 서식지 등 관련 정보를 지도에 입력하고 모인 정보를 바탕으로 길고양이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 참여형' 길고양이 관리 지도...성공할까?

'길냥이를 부탁해'는 시민 참여형 서비스다. 서울시 지도에 자신이 돌보는 길고양이 관련 정보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어떤 걸 먹는지, 습성이 무엇인지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게시판도 만들어 지역 간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캣맘과 캣맘, 캣맘과 주민 사이의 소통 공간으로 기획됐다. 주민 협력을 통해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할 방법을 찾자는 취지다.

또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도 노렸다. 길고양이가 쓰레기를 뒤지고, 분변을 흘리는 등 악성 민원으로 길고양이 인식이 부정적인 편이다. 지난 2012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던 캣맘이 고양이를 혐오하는 50대 남성에게 맞아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 내던져진 일이 있었다.

박선미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대표는 "길고양이지도는 캣맘과 주민, 그리고 보호전문가들의 소통 창구가 될 것"이라며 "초보 캣맘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고양이 보호에 획기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라고 규정돼 있다. 시는 서울 시내에 최소 25만 마리 이상의 길고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길고양이 수가 늘어나면서 고양이를 혐오 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고양이의 울음 소리는 물론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등의 행동으로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서식 정보 공개하면 포획자들의 먹잇감 된다?

다음이 제작 중인 길고양이 커뮤니티 '길고양이를 부탁해' 준비 화면이다. 이 서비스는 시민들이 자신이 돌보는 길고양이 관련 정보를 올리는 것이다. 고양이 밥은 어떤 걸 먹이는지, 특징이 무엇인지 등을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이 제작 중인 길고양이 커뮤니티 '길고양이를 부탁해' 준비 화면이다. 이 서비스는 시민들이 자신이 돌보는 길고양이 관련 정보를 올리는 것이다. 고양이 밥은 어떤 걸 먹이는지, 특징이 무엇인지 등을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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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서비스의 부작용 우려다. 일부 캣맘들은 불법 포획자들이 서식 지도를 보고 고양이를 포획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 불법 포획자들이 고양이 시신을 훼손해 온라인에 올리는 등 고양이 혐오 사건도 여러 차례 있었다.

고양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대 서명운동이 일었다. 다음 아고라에는 <서울시는 '길냥이를 죽여줘'지도 만들기를 중단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약 5000명에 가까운 누리꾼들이 동참했다.

부작용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는 서식지 정보는 공개 범위가 넓어 서식지를 실제로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포획자들이 이 서비스가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포획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진선 서울시 동물복지과 주무관은 "불법 포획자가 찾아올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표시되지 않는다"며 "포획자들은 지도를 보지 않고도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고양이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10년째 캣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수지씨는 "수많은 고양이 혐오 사건은 서식지 정보 공개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며 "고양이 서식지 정보는 공개해서는 안 되는 고양이 보호 수단"이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달 30일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후 시는 지도 제작 방식, 서식지 공개 방법 등을 더 논의한 뒤 서비스 오픈을 결정할 예정이다. 배진선 주무관은 "시민 참여로 만들어가는 서비스이기에 캣맘이 참여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캣맘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수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태그:#길고양이, #길냥이를 부탁해, #서울시, #캣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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