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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일 줄이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책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를 읽은 총체적 느낌이었다.

이 책은 적나라하게 이스라엘의 실상을 '까발린' 책이다. '까발린'이란 말을 사용한 것을 용서하시라. 지금껏 읽은 책 중에서 이스라엘의 속사정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알려준 책은 없었다. 이 책이 알려준 진실로 인해 받은 나의 충격을 표현하기에는 이 말 보다 더 정확한 말은 없었다. 그만큼 나는 이스라엘의 실상을 모르고 있었다.

있지만 없는 것처럼 취급받는'부재자'의 도시 이스라엘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다나미 아오에 지음 /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09 / 1만 8000원)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다나미 아오에 지음 /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09 / 1만 8000원)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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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부재자'들의 이스라엘-점령 문화와 팔레스타인>이다. 그 제목을 부연설명하자면 '부재자들이 사는 이스라엘'이라는 의미이다. 이 책은 이스라엘에서 부재자로 명명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 모습을 통해 이스라엘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

부재자가 살고 있다니? 부재자란 보통의 경우 '있지 아니한 사람',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란 말이다. 책 제목이 벌써 형용모순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모순이 저자의 의도이다. 이스라엘의 실상이 각종 모순을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스라엘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지향점이다. 이 책은 '부재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부재자는 어떤 의미일까? 이스라엘에서 '부재자'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부재자는 곧 삶과 직결된다. 추상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자. 부재자라 불리면 이스라엘 땅에서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부재자재산관리법'에 따라 '부재자'로 간주된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재산이 '재무장관이 임명한 부재자 관리인'이 관리하게 되어 있다. 이 법률에 따라 이스라엘 건국 당시 이스라엘 땅에 남아있던 아랍인들 중 약 절반은 '부재자'로 간주되어 자신들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상실했다. 여기서 말하는 '재산'이란 부동산만이 아니라 현금이나 상품, 주식, 그리고 거주권이나 영업권, 사용권 등 모든 권리를 말한다." (본문 288~289쪽 중에서)

그래서 부재자가 된 사람들은 땅을 빼앗기고, 자기가 살던 정든 땅에서 다른 곳으로 추방되어 무일푼으로 살아간다. 그러니 '부재자'는 자기가 살던 땅을 빼앗기고 다른 곳으로 쫓겨난, '존재'하지만 '부존재'로 인식된다. 여기서부터 그들의 불행은 시작된다. 그런 불행한 '부재자'가 이스라엘 땅에 '현존'하고 '실존'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고발한다.  

섬세하고 친절한 저자 덕분에 읽기도 수월

이 책은 또한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을 낱낱이 밝혀내는 데 일조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 그것이 나의 편견이었구나"하면서 무릎을 치게 된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을 아직까지 성경 속의 땅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글은 의외로 느껴질 것이다.  

"북부 갈릴리가 문제되는 이유는, 이곳이 이스라엘을 건국할 때에 아랍인을 다 내쫓을 수가 없어 수많은 아랍인 마을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초대 수상인 벤그리온이 북부를 시찰할 때 그곳이 전혀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처럼 보이지 않아 아연실색했다는 에피소드가 남아있는데,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본문 320쪽 중에서) 

또한 이 책은 주제가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낯선 주제를 친절하게 잘 요리해서 제공하고 있다. 친절한 저자 덕분에 하나씩 편견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책 읽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의 친절함은 각주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보통의 책은 각종 부연설명을 편집상의 편의를 위해서 미주로 미루는데 비해 이 책은 각주에 실었다. 그 페이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개념이나 사실에 대하여 바로 밑에서 자세한 해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큰 도움이 된다. 해설이 미주에 있으면 몇 번 잠시 책을 접고 뒤로 가서 미주를 찾아본 독자들, 불편을 참아내느라 책 읽기 어려웠는데, 이 책은 친절하게도 바로 밑에 해설을 해주어 읽기 편한 점이 이 책을 더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더군다나 저자는 섬세하기도 하다. 예컨대 243쪽부터 245쪽까지 서술된 룸메이트에 관한 부분이 그렇다.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의 교양 없는 행동에 어쩔 줄 몰라하는 딱한 상황이 잘 그려진다. 룸메이트의 너절한 행동에 저자는 어쩔 수 없이 룸메이트가 어질러 놓은 것들을 치운다. 바로 그 때 "이제 부엌도 깨끗해졌고 이제 내방으로 돌아가 한숨 돌릴 때면 그녀가 친구들을 데려오는 일이 징크스처럼 반복"(본문 245쪽 중에서)되는 상황이 다시 전개되니, 딱하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책에서, 섬세한 글솜씨로 인해 그녀의 딱한 상황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된다.  

또 이 책은 '부엌에서 보는 이스라엘'이라는 장을 별도로 마련했다. 저자의 글쓰는 솜씨는 이 장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부엌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환경 문제 전반으로 넓혀나가는 솜씨가 탁워하다. 부엌이 작은 공간이라고 해서, 부엌 이야기가 작은 이야기라는 법은 없다.

탐구정신으로 똘똘 뭉친 저자는 작은 주제로부터 큰 이야기까지 속속들이 발굴한다. 그리고 단순한 고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이 점 역시 책을 보다 매력 있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 책을 통해 나로 하여금 이스라엘에 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다나미 아오에 지음 /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09 / 1만 8000원)

이 기사는 오세용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

다나미 아오에 지음, 송태욱 옮김, 현암사(2014)


태그:#부재자 ,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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