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만복대 정상을 향하여
 만복대 정상을 향하여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가을은 우리들 삶에 대해 사색하게 하는 계절이다. 자기가 바라는 삶의 색깔대로 살고 있든 그러지 않든 지나온 인생길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계절이 가을이다. 그래서 괜스레 마음이 휑하고 쓸쓸해지는 가을에는 어떤 삶의 모습이 아름다운지 우리에게 말해 주는 듯한 자연의 품속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지난 12일, '경남 산사랑회' 회원들과 함께 전북 남원시와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걸쳐 있는 지리산 만복대(萬福臺, 1438.4m) 산행을 나섰다. 오전 7시 45분에 마산역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지리산국립공원 정령치휴게소(1172m,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10분께. 나는 경쾌한 걸음으로 나무 계단을 성큼 올라갔다. 

5분 오르자 펼쳐진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가을산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길디긴 계단 따라 5분 남짓 오르자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가을산이 눈앞에 아름답게 펼쳐졌다. 어울림의 극치라고나 할까. 붉은색, 노란색 등 저마다 톡톡 튀는 색깔들이 자연스레 한데 어우러져 우리의 마음을 황홀하게 물들이는 단풍은 정말이지, 자연이 사람들에게 주는 멋진 선물이다. 아직 단풍이 절정은 아니었지만 팍팍한 일상으로 시들한 마음을 촉촉이 적셔 주었다.

하늘을 여기저기 떠다니다 그만 산 중턱에 걸려 버린 것 같은 구름도 산행길 여기저기서 볼 수가 있었는데 산 아래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한가로운 풍경이었다. 태풍 봉퐁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밤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의 산행이라 나는 기분이 꽤 들떠 있었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폭신폭신 밟히는 흙길을 1시간 남짓 걸어갔을까, 만복대 정상에 이르렀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 하여 산 이름을 만복대라 붙였다고 전해진다. 만복대는 산 전체가 부드러운 구릉으로 되어 있어 산 높이에 비해 산세가 부드러운 편이다. 복스러운 이름처럼 이곳을 거쳐 가는 많은 사람들이 복을 누리며 살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부드러운 산세 가진 만복대

만복대 정상에서 내려와 묘봉치를 향해 걸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어떻게 된 연유인지 만복대 억새 군락은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서운했다. 오솔길 같이 폭이 좁은 흙길들이 계속 이어졌다. 이날 산객들이 많은 탓에 종종 몸을 옆으로 비켜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거나 한쪽에 멈춰서서 맞은편 사람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약간의 불편을 겪기도 했다.

욕심 같아서는 산객들이 좀 적었더라면 운치 있고 낭만적인 길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없잖아 있지만 지리산은 역시 많은 산객들이 찾고 싶어 하는 큰 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묘봉치에서 일행과 같이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산행 못지않게 즐거운 시간이다. 음식 나누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밥을 먹고서 곧바로 오르막길을 오르니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더욱이 태풍 봉퐁으로 인해 바람이 어떻게나 강하게 불어 대던지 몸도 으스스했다.

 고리봉 정상을 향하여
 고리봉 정상을 향하여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지리산 서북능선에는 고리봉이 두 개 있는데, 이곳은 흔히 '작은고리봉'으로 불린다.
 지리산 서북능선에는 고리봉이 두 개 있는데, 이곳은 흔히 '작은고리봉'으로 불린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오후 1시 15분께 고리봉(1248m) 정상에 도착했다. 센 바람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다 몸을 가누기도 어려워 조망을 즐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정상 표지석 사진 한 장만 달랑 찍고 서둘러 내려갔다. 지리산 서북능선에는 고리봉이 두 개 있다. 정령치 너머에 있는 고리봉(1305m)은 큰고리봉이라 부르고, 이곳은 흔히 작은고리봉으로 불린다.

고리봉에서 당동마을로 하산하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갑자기 다리가 아파오고, 새로 산 등산화가 발에 안 맞는지 내리막에서 발가락이 앞으로 쏠리면서 걷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간간이 산죽 길이 나오고, 계곡에서 들려오는 맑은 물소리가 산행의 피로를 씻겨 주는 듯했다.

가을 속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간 느낌이라고나 할까. 만복대와 고리봉의 오솔길 같은 흙길을 걸으며 나는 깊어 가는 가을을 보았다.


태그:#만복대단풍, #오솔길흙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