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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한때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지만, 못 키운 것이 못내 아쉽다. 항공 산업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 자동차와 항공 산업은 고용시장이 큰 만큼 두 산업의 육성은 인천의 일자리 창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 학계, 언론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10월 15일 열린 ‘스페스 인천(Spes Incheon: 희망 인천)’ 토론회.
 10월 15일 열린 ‘스페스 인천(Spes Incheon: 희망 인천)’ 토론회.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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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천 항공정책 추진방향을 주제로 해 열린 '9회 스페스 인천(Spes Incheon=희망 인천)' 토론회에서 이갑영 인천발전연구원(이하 인발연) 원장이 인천 항공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인천은 현 한국지엠을 통해 자동차 생산기반이 조성됐지만, 사실상 글로벌 기업인 지엠의 생산 하청기지가 됐다. 오이엠(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 주문자 상표 제품의 제조) 생산 중심체제로 인해 연구ㆍ개발(R&D) 기능이 배제된 생산구조다.

또한 인천 소재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80% 이상이 종사자 20인 이하의 영세 하청기업이며, 모(母)기업 의존성이 강하다. 여기다 급격한 수입차 증가로 인해 국내 부품 생산량 감소도 자동차 산업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 2만개를 조립해 산업 파급효과가 크다. 항공기는 자동차의 약 10배인 20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되는 첨단기술의 융ㆍ복합시스템이다. 더욱이 항공 산업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반도체ㆍ핸드폰ㆍ자동차ㆍ조선에 비해 우월하며, 국가 방위력 평가의 척도이기도 하다.

보잉사는 아시아 지역과 저비용 항공의 성장으로 2030년 항공기 수요를 현재의 두 배인 3만 4000대로 예측하는데, 그중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이 35.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동북아 물류 중심지인 인천은 항공 산업 육성으로 제3의 개항의 시대를 맞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경쟁에서 힘겨운 인천국제공항.. 오히려 오히려 흔들어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항공정책에서 인천은 배제돼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워, 세계 최고의 인천국제공항이 위협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현재 3단계 공사를 진행 중인데, 이 공사에 국비는 한 푼도 지원되지 않고 있다. 2009년에 시작한 3단계 공사는 2017년 종료될 예정인데, 총사업비는 4조 9000억원 이다. 1991년에 시작한 1ㆍ2단계 조성 사업에 정부가 총3조 2920억원을 지원한 것과 대조를 보인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7년간 6810억원을 회수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급유시설도 1986억원에 매각했다. 여기다 정부는 2007년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배당금 총4815억원을 챙겼다.

또한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의 일부 노선을 김포공항으로 이전시킴으로써, 인천국제공항의 대중국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 일례로 2011년부터 베이징 노선이 김포공항으로 이전됨에 따라 '인천~베이징' 노선 이용자는 2010년 143만명에서 2013년 97만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전체 여객의 18%를 차지했던 환승객이 최근 15%로 떨어지면서 허브 공항으로서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 자국민의 이용도가 높은 베이징ㆍ일본ㆍ홍콩 공항과 항공 산업이 뒷받침된 싱가포르 공항 등, 투자를 늘리는 외국 공항과 경쟁이 힘겨운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이 부동산 임대 수입에 편향된 사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공항 운영 상황을 보면, 부동산 임대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4년 50%에서 2013년 63.3%로 증가했다. 반면에 항공 운송과 운항 안전을 지원하는 전문 정비사업 학원 부재로 항공 운송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지원 기능이 미흡하다.

인천시 항공정책 대상지역인 인천국제공항 일대.<사진제공ㆍ인천시>
 인천시 항공정책 대상지역인 인천국제공항 일대.<사진제공ㆍ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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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산업 발전은 인천의 숙명"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공사 지분 중 3% 이상 확보로 공사 운영에 개입, 공항 발전과 지역을 연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현금이 없어 현물로 출자하는 방법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공항 민영화 문제와 연관돼있어, 공사 지분 확보가 녹녹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공항 3단계 건설비의 20%를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여기다 항공 산업 융ㆍ복한 클러스터 구축과 인천공항 내 항공정비 산업 특화단지 조성을 계획 중이다. 단지 대상지로 공항 4활주로 좌측 부지 100만㎡를 꼽고 있다. 이와 함께 거점 공항으로 역할을 높이기 위해 항공안전기술원 유치를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인호 인천시 항만공항정책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인천공항 지분을 3% 이상 확보하고 항공정비 산업 특화 단지 조성 등으로 항공 산업을 키우겠다"며 "인천은 항공 산업을 반드시 발전시켜야 할 숙명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항공사와 상생협의회를 구성하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항공정책위원회로 항공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은 "인천공항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배국환 정무부시장은 민영화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큰 틀에서의 항공정책으로 명분을 쌓아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최근 정부가 항공위기관리센터를 대구에 유치한 것은 정치적 접근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한 뒤 "'힘 있는 시장'답게 정부에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탈출구를 찾기 힘들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인천발전연구원은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인천의 각종 현안을 토론하는 '스페스 인천' 매달 1회 진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항공산업, #인천국제공항, #한국지엠, #인천발전연구원, #동남권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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