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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부터 태안까지 송전선로 전체 경과 지도
 충남 당진부터 태안까지 송전선로 전체 경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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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중단됐지만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은 지역주민 간 갈등을 일으키며 지역공동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을 두고 지역주민 간 찬반 논란이 일던 무렵, 다른 한편에서는 송전탑 문제로 주민들이 머리띠를 동여맸다.

충남 당진, 서산 팔봉에서도 송전탑과의 전쟁이 벌어졌다. 태안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태안에서는 10개 마을 이장들로 구성된 가칭 송전철탑반대대책위원회가 조직돼 활동에 들어갔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대책위가 "협상추진위로 변질됐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시 민-민갈등이 시작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민들은 '각개전투'를 시작했다. 그러나 개인의 힘은 미약했다. 아무리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의견을 제시해도 돌아오는 건 원론적인 답변뿐이었다.

송전탑 주민들, 여러 질병 호소

충남 태안군 이원면에서 거대 철탑아래서 거주하는 이윤래씨가 20여미터 사이로 설치된 집 근처의 송전탑을 가리키며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충남 태안군 이원면에서 거대 철탑아래서 거주하는 이윤래씨가 20여미터 사이로 설치된 집 근처의 송전탑을 가리키며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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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지역에서 유일하게 20여 미터 간격으로 두 개의 거대한 송전탑이 설치돼 있는 이원면 사창리. 하나의 철탑은 1994년에 설치가 됐고, 또 하나의 철탑은 2012년도에 설치됐다.

그 송전탑 바로 아래 터전을 일구며 살아온 이가 있다. 이윤래씨. 새마을운동 태안군협의회장을 맡았던 그는 벌써 20년 넘게 송전탑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홀로 투쟁하는 동안 그의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두 개의 철탑이 맞물려 들어서다보니 다른 곳에 비해 송전탑으로 인한 피해가 곱절이란 게 이씨의 주장이다.

송전탑 전자파와 철탑 애자에서 들려오는 굉음, 그리고 비오는 날이면 송전선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지붕은 물론 인근 밭에 떨어져 농작물에도 피해를 줬다고 한다.

20여미터 사이로 두개의 거대철탑 아래서 수십년간 살고 있는 이윤래씨는 신경성 두통에다 최근에는 합병증까지 겹쳤지만 송전탑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20여미터 사이로 두개의 거대철탑 아래서 수십년간 살고 있는 이윤래씨는 신경성 두통에다 최근에는 합병증까지 겹쳤지만 송전탑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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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씨의 집 구조는 다른 집과는 달랐다. 벽은 더 두꺼웠고, 창문의 유리 두께도 점차 두꺼워졌다. 모두 송전탑으로 인한 소음과 전자파를 막기 위한 방편이란다.

이씨에게는 얼마 전부터 병마가 찾아왔다. 심장병에 신경성두통까지. 최근에는 장기간 약 복용으로 인해 간에 무리가 왔다. 이씨가 하루에 먹는 약만 봐도 그의 고통이 짐작이 간다. 물론 이씨의 병이 송전탑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이씨는 "서산변전소에서 송전탑을 관리하는데 애자를 닦기만해도 소음이 덜한데, 청소를 수시로 해달라고 요구해도 1년에 한 번만 하고 있다"며 "군에 의뢰해서 소음측정도 할 예정인데, 주민들은 공인된 기관에서 소음측정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건강검진도 서산변전소 측에 요구했지만 콧방귀만 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토지 매매도 안되고 재산권에도 영향이 있는 것은 둘째치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며 "(우리집) 건넛집 모자가 암으로 두 분 다 사망하는 등 마을에서 암으로 사망한 분들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왜 홀로 투쟁에 나섰나

그렇다면 이씨는 왜 홀로 한국전력과의 싸움에 나섰을까. 본래 태안군 이원면과 원북면에는 송전탑이 지나는 10개 마을이 뭉쳐 가칭 송전철탑대책위원회를 구성, 조직적인 투쟁을 전개할 여건을 마련했다.

송주법 적용을 외치며 송전탑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이윤래씨
 송주법 적용을 외치며 송전탑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이윤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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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책위는 주민피해에 따른 투쟁보다는 마을 협의금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결국 송전탑 주변 주민들은 반발했고, 대책위에서 이탈해 그들만의 싸움을 시작했다.

이씨는 "대책위가 협의서만 들고 협상에 나서면서 선하지(線下地)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반발, 이장들과 다툼이 벌어졌다"며 "대책위가 소리라도 한 번 지르고 끝내야 하는데 보상에만 눈길을 돌려 사실상 (대책위 기능이) 유명무실해졌고, 협상추진위로 변질돼 버렸다"고 비난했다.

또한, 협의서와 관련해서도 "6항이 송전탑 근접가옥 민원에 대하여는 한전이 지속적으로 이해와 협조를 구하며 별도 협의한다고 되어 있지만 개별 보상은 안 돼 사실상 무의미한 항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씨를 비롯한 선하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바람은 협상이 아닌 송주법의 소급 적용이다.

이씨 등 선하지 주민들은 "송주법상 345kV 송전선로 경우 좌우 13m는 재산적 보상을, 좌우 60m는 주택매수로 이주대상으로 되어 있어 한전 측에 송주법을 적용해달라고 지속요구해왔지만 돌아온 답변은 '현실적으로 주민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고 한숨은 내쉬었다.

실제로 이씨를 비롯해 주민 3명이 지난 9월 5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에게 보낸 진정서에 대해 한전 측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이씨 등은 "태안화력에서 신당진, 신서산 송전선로가 집을 근접 경유함에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20여년 동안 입고 있다"며 태안화력 9,10호기 증설에 따른 신당진 선로증설 교체 중지 요청과 함께 ▲ 송전철탑 소음 피해 대책 ▲ 전자파 발생 대책 ▲ 토지가 하락으로 인한 재산피해 대책 ▲ 환경영향평가 및 역학조사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보냈다.

이에 한전 측은 9월 16일 공문을 통해 ▲ 소음, 재산권 피해는 법에서 정한 보상대상이 아니어서 현실적으로 주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고 ▲ 전자파 피해, 역학조사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확신한다 ▲ 환경영향평가는 전선교체작업은 대상이 아니므로 주민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씨 등 선하지 주민들은 송주법의 적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전은 주민들의 답변에 미온적인 입장이어서 당분간 주민들과 송전탑과의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 태안군 원북면과 이원면의 경계에서 보이는 거대 송전탑 이씨 등 선하지 주민들은 송주법의 적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전은 주민들의 답변에 미온적인 입장이어서 당분간 주민들과 송전탑과의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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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전은 태안화력 9, 10호기 증설에 따른 발전력 계통연계를 위해 태안화력 발전소부터 345kV 신당진 변전소까지 43km에 이르는 구간에 대해 송전선로 선종교체를 2015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송주법,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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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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