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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7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판단한 연장노동 제한시간을 늘려 노동시간을 연장한 개악이자, 이에 더해 휴일수당을 아예 없애는 슈퍼개악"이라며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7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판단한 연장노동 제한시간을 늘려 노동시간을 연장한 개악이자, 이에 더해 휴일수당을 아예 없애는 슈퍼개악"이라며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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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첫째,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장시간 노동 국가로 분류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둘째, 근로시간 단축이 되면 더 많은 인원 고용의 효과가 발생해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정부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취지의 법안에 대해서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요?

권성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1주간 연장근로 법정한도를 현행 12시간에서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전제로 최대 20시간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50조 근로시간)고 돼 있습니다.

또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53조 연장 근로의 제한)고 돼 있습니다. 즉 현행법상 1주간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40시간 + 12시간)입니다. 그리고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오전 6시),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합니다.(56조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1주간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합니다. 바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는 2000년 9월 19일 '휴일근로가 법정근로 또는 연장근로 한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본다'는 행정해석을 내렸습니다. 보통 토·일요일이 유급 또는 무급휴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68시간(주중근로시간 52시간 + 토·일요일 휴일근로시간 16시간)의 최대 근로시간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일 뿐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별도의 추가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2심까지 원고 측이 승소했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보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대법원에서 원심과 같은 판결이 나면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근거해서 임금을 지급하던 사업장에 체불임금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게다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현재의 장시간 노동관행에도 제동이 걸립니다.

결국 권성동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뒤집는 판결이 나올 것이 확실해지자, 사용자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선수를 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68시간 근로' 위법 판결 예상되자 법 개정으로 선수 친 것 

그리고 권성동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제로 현재보다 임금이 삭감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권 의원의 개정안에는 현행 근로기준법 56조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 중 '휴일근로' 부분을 삭제하게끔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A라는 노동자가 시급 1만 원, 평일 40시간의 법정 노동시간을 모두 채우고 휴일에 추가로 8시간 연장근로를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 무급휴일에 일하는 경우
현행법 : 8만 원(8시간 일급) + 4만 원(휴일근로수당 50% 가산) + 4만 원(연장근로수당 50% 가산) = 16만 원
권성동 의원안 : 8만 원(8시간 일급) + 4만 원(연장근로수당 50% 가산) = 12만 원

2. 유급휴일에 일하는 경우
현행법 : 8만 원(유급휴일급여) + 8만 원(8시간 일급) + 4만 원(휴일근로수당 50% 가산) + 4만 원(연장근로수당 50% 가산) = 24만 원
권성동 의원안 : 8만 원(유급휴일급여) + 8만 원(8시간 일급) + 4만 원(연장근로수당 50% 가산) = 20만 원

이렇게 권성동 의원의 안대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 휴일수당 50%가 사라져버립니다.

물론 권성동 의원이 제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현재 68시간인 최대 근로시간을 60시간으로 줄어들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개악'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을 초과하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 하한선을 정한 법률입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위배되는 법안은 개정안이 아닌 개악안입니다.

덧붙여 노파심에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근로기준법대로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확정한다고 했을 때 총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결국 임금총액도 줄어드는 거 아니냐? 그렇다면 노동자에게 유리할 게 별로 없지 않은가?'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될 당시에도 논란이 되었던 문제입니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였습니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근로시간 제한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하루에 18시간을 일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또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하겠습니까? 연장근로를 합리하는 것보다, 연장근로가 당연하고 휴일에 일을 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사회가 변해야 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우리, 충분히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권성동, #휴일근무, #초과수당, #근로기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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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근로자복지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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