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의 기성용 선수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한 면도기 회사의 신제품 출시 이벤트에 참석, 팬들과 함께 하는 축구게임을 하기위해 축구공을 든채 미소짓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의 기성용 선수(자료 사진). ⓒ 이정민


울리 슈틸리케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의 첫 데뷔전이기도 한 10일 파라과이와의 친선전을 앞두고 단연 화제를 모은 것은 해외파 기성용(스완지시티)의 '깜짝 주장 선임'이었다.

연령대별 팀을 통틀어 기성용이 주장 완장을 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표팀에만 한정된 일시적인 선택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주장 완장을 맡길지는 미지수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상당히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자격 조건으로 보면 기성용이 주장 완장을 차는 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나이는 젊지만, 기성용은 이미 경력상으로는 팀 내 중고참급이다. 기성용과 동갑내기 절친이기도 한 구자철과 이청용 등이 이미 앞서 주장을 역임한 전례도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주장이었던 박지성은 27세였던 2008년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부터 3년간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당시 박지성은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붙박이 주전으로서 누구보다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였다. 세계 최고 클럽 중 하나인 맨유에서 활약하고 있던 박지성의 명성은, 자연스럽게 선후배들의 신망과 존경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주장을 맡기에는 다소 젊은 나이이기도 했지만, 허정무 감독은 남아공월드컵까지 장기적인 세대교체의 관점을 고려하여 박지성의 주장 카드를 밀어붙였고 대성공을 거뒀다.

기성용과 박지성과 비슷한 조건으로 상당 부분이 겹친다. 기성용은 올해 25세(빠른 1989년생)로 처음 주장을 맡을 당시의 박지성과 비슷한 연령대이자, 현재 국가대표팀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박지성이 없는 EPL에서 유일하게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이기도 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면 기성용은 29세로 어느덧 기량과 경력 면에서 모두 베테랑의 반열에 접어든다. 4년 뒤를 바라보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팀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기성용의 주장 카드는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이었다.

기성용의 주장 자격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하지만 기성용의 주장 자격 여부에 대하여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선수로서 현재 기량과 재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누구보다 막중한 책임감과 상징성이 부여되는 '국가대표팀 캡틴'의 자리에 적합한 인성을 갖췄는지는, 아직 많은 이들이 기성용에게 의문을 갖고 있는 대목이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기성용은 그동안 크고 작은 구설수가 워낙 많은 선수였다. 지난해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SNS 비방 사태'를 비롯하여 파벌 논란, 왼손 경례 사건, 한일전 원숭이 세리머니 등등 기성용과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만도 따로 특집을 마련해야 할만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공교롭게도 그 대부분은 대표팀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들이기도 했다.

선수 개인으로서의 튀는 언행은 어느 정도 개성으로 존중해줄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대표팀 전체의 기강과 규율을 흔들 정도의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면,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될 문제다. 특히 기성용의 과거 행적 중에서 지금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대표팀 내 파벌을 조장했다는 의혹이고, 이것은 논란이 벌어진지 1년이 넘는 지금도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주장은 말 그대로 그 팀의 얼굴이다. 더구나 대표팀의 주장이라면 곧 그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워크를 강조하는 한국축구에서 대표팀의 주장은 누구보다 선수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강한 리더십과, 타의 모범이 될만한 신뢰감이 필요하다.

홍명보, 김남일, 이운재, 곽태휘, 박지성 등은 역대 한국대표팀을 거쳐간 주장들은 대부분 선수단 내에서도 이미 절대적인 신망을 얻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반면 박주영처럼 한때 주장까지 역임했지만 타의 모범이 되지 못하며 실패한 케이스도 있다. 주장은 실력이나 재능도 중요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리더의 자격이 충분한 것은 결코 아니다.

기성용에게 더 성숙한 책임감 깨우치는 기회 되길...

기성용은 자존심이 강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로서는 장점이지만, 전체 팀을 아울러야 하는 리더의 자질로서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논란을 일으킨 SNS에서는 기성용의 유럽파로서의 자부심과 자기중심적인 시각이 드러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NS 파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후 기성용은 결국 공개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지만, 지금도 기성용의 진짜 속내가 어떠한지는 결국 본인만이 아는 일이다.

대표팀 주장이라는 완장을 다는 순간, 기성용은 또래 절친들이나 유럽파만의 리더가 아닌 말 그대로 국내파와 해외파, 선배와 후배 양쪽 모두를 아우르는 진정한 '캡틴'이 되어야 한다. 주장이기에 더 솔선수범해야 하고, 더 소통해야 하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아우르는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팀 내분으로 몰락한 프랑스의 경우처럼, 한 명의 주장이나 리더가 가진 마인드에 따라 팀의 분위기를 어떻게 좌우할 수 있는가는 결코 먼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기성용은 지난해 SNS에서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리더의 자격이 없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대상의 주어가 누구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당시 기성용은 교회 설교를 인용한 것뿐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해명한 바 있다.

기성용이 주장을 맡게 되면서 당시의 발언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제는 기성용이 스스로 자신이 생각하는 리더론을 실천에 옮길 시간이다. 일회성이 될지 아닐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이번 주장의 임무가 기성용에게는 선수로서나, 국가대표로서나 더 성숙한 책임감을 깨우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성용은 과연 자신이 생각하던 '묵직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기성용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