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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핀 가을 억새가 햇살에 황홀경을 자아내는 금강에 광명YMCA 볍씨학교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흐드러지게 핀 가을 억새가 햇살에 황홀경을 자아내는 금강에 광명YMCA 볍씨학교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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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녹조가 발생하고,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다는 금강에 큰빗이끼벌레까지 창궐하면서 악취까지…. 썩어버린 금강으로 4대강 후유증을 겪는다는 것을 기사를 통해 보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름답게 보여요.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인지 모르겠고, 이렇게 아름다운 강변에 왜 사람이 없는지가 궁금해요."

대청댐 상류부터 세종을 걸쳐 공주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던 학생들의 질문이다. 가을철 억새가 흐드러지게 강변에 핀 모습을 보면서 자전거 도로만 타고서 왔던 학생들의 눈에는 당연히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파괴된 금강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기자는 학생들을 곰나루 선착장으로 안내했다. 가까이서 물을 보고 냄새도 맡으면서 만져보도록 하였다. 그때서야 "탁해요, 냄새나요"라며 한마디씩 내뱉는다.   

경기도 광명YMCA 볍씨학교 김민중 교사와 10여 명의 초·중학생들이 6일부터 금강 상류인 대청댐에서 서천하굿둑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4대강 사업으로 변한 강의 모습을 보기 위한 문화 여행을 왔다. 기자는 6일 저녁 이들을 상대로 2009년부터 금강에 살면서 겪었던 금강의 변화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7일 동행 길에 나섰다.

"예전의 금강의 모습 모르면 지금의 강이 아름답게 보일 것"

공주보 상류 곰나루선착장에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엽합 간사가 광명YMCA 볍씨학교 학생들에게 금강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주보 상류 곰나루선착장에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엽합 간사가 광명YMCA 볍씨학교 학생들에게 금강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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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곰나루선착장에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엽합 간사가 광명YMCA 볍씨학교 학생들에게 금강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주보 상류 곰나루선착장에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엽합 간사가 광명YMCA 볍씨학교 학생들에게 금강을 이야기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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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공주한옥마을 숙소를 나선 이들은 공주보 상류 곰나루 선착장에서 만났다. 금강의 모습을 더 알고 싶다는 이들에게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는 4대강 사업 전과 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의 강의 모습을 모르면 지금의 강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예전은 금강은 구불구불하면서 모래톱이 잘 발달한 하중도와 백사장이 있었다. 누구나 모래사장을 찾아 기타도 치고 걷기도 하고 장난을 치면서 뛰어놀던 공간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친구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농민들을 몰아내고 준설하면서 강에 보를 세워 직강화 해버렸다. 찾던 사람마저 오히려 사람을 내쫒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본은 댐을 15년에서 20년 정도로 정성을 들여서 건설하는데, 4대강 사업은 밤낮으로 한겨울까지 2년 만에 완공하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인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는 보에 누수가 나고 수문이 고장 나고 세굴이 생기면서 측면침식에 역행침식까지 발생하여 농경지까지 사라졌다. 한겨울 차가운 강물에 잠수부가 동원되어 수문을 청소하고 정비하는 아픔을 겪었다.

흐르던 강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녹조가 발생하여 금강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하여 60만 마리가 넘는 생명들이 죽어갔다. 올해는 흉측한 모습의 큰빗이끼벌레까지 창궐하면서 간간히 금강을 찾던 사람들의 발길까지 돌리게 만들면서 강을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본연의 강의 모습으로 재자연화를 하는 길만이 자연이 살고 그곳에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도 다시 찾을 것이다."

학생들은 김성중 간사의 1시간 정도의 강의가 끝나고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백제보로 이동했다. 백제보 전망대에 올라 수자원공사에서 전시한 쓰레기가 가득한 금강의 예전 모습과 깨끗하게 정비된 현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았다.

사진을 본 김민중 선생은 웃음을 터트리며 "세상에 이런 비교사진을 해 놓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예전에 배우던 반공사진을 전시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일행은 부여 시내에서 자장면으로 점식을 해결하고 이날의 기착지인 강경으로 떠났다. 강변에 심어 놓은 코스모스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억새가 가을 햇살에 부딪치면서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냈다. 강변을 따라 숙소인 강경을 앞두고 이지원 학생의 자전거가 고장 나면서 잠시 지체했지만, 일행은 오후 6시 숙소인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식사 당번인 학생들은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는 사이에 남은 친구들은 휴식을 취했다. 아픈 다리를 주무르고 일정을 꼼꼼하게 수첩에 적어나가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자전거를 타고 이틀 간 금강을 달리면서 보고 들었던 일들을 물어봤다.

"사람들의 이야기 듣고 싶었는데... 아름다운 길에 사람이 없다"

경기도 광명YMCA 볍씨학교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금강을 찾았다.
 경기도 광명YMCA 볍씨학교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금강을 찾았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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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김민중 교사는 "볍씨학교 학생들은 봄, 가을에 한 번씩 들살림을 다니면서 연령에 따라 서로 다른 주제로 배움을 이어가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초등 과정 친구들은 주로 자연환경과 문화 등을 주제로 삼아 공부를 하고, 청소년 과정 (학생들)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통해 배움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사는 "올해 청소년 과정의 가을 여행 주제로 자료를 찾던 중 <오마이뉴스>을 통해 4대강 정비로 망가진 환경에 대한 소식을 보고, 4대강을 주제로 학생들이 정부 측과 반대 측으로 나눠서 토론도 하고 논의도 하다가 금강을 찾았다"며 "단지 생태나 환경오염을 이론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금강 유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나 자연을 사랑하며 아끼는 마음과 그 마음이 어떤 활동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주희(여·15) 학생 "자전거를 타고 멀리서 보던 강은 아름다웠다. 가까이서 본 강은 갯벌처럼 보였다. 4대강이 이상해졌다는 것을 잘 몰랐는데 확실히 알았다."

배은한(여·15) 학생 "녹조와 큰빗이끼벌레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잘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에 사람은 없고 쉼터도 부족해서 가족들이 오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였다."

천호준(남·13) 학생 "자전거길이 아름다웠다. 다만 자전거 도로가 울퉁불퉁해서 엉덩이가 많이 아프고 버려진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박기태(남·13) 학생 "그냥 자전거를 타고 오느라 다리도 아프고 힘들기만 했다."

오하윤(남·14) 학생 "냄새가 심할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뉴스에서 안 좋은 것들만 나와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박현성(남·15) 학생 "자전거 타고 지나던 사람을 10명 정도 본 것 같다. 도로는 잘 만들어서 좋은데 시골이고 외져서 찾지 못하는 곳에 만들었다. 도심에 만들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최해찬(남·15) 학생 "물이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이곳에 22조가 들어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지원(남·13) 학생 "심각한 정도는 아니고 조금 더러워 보였다. 인구가 많은 도심이 아닌 시골이라 접근성이 떨어져 보인다."

한편, 학생들이 보고 싶었던 금강의 녹조와 물고기 죽음, 큰빗이끼벌레는 보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드높은 가을 하늘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금강의 모습을 담았을 것이다.


태그:#볍씨학교, #4대강 사업, #금강 자전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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