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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이 부실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감 질의하는 이춘석 의원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이 부실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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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재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중인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과 관련해 새로운 문제제기를 했다. 재판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렇게 빨리 판결하는 것은 부실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진상조사위와 특검의 발목을 잡는 판결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준석 선장 등 선박직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은 적시처리사건으로 분류되어 일주일에 보통 두차례씩 집중심리가 열리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 대법원 국정감사가 열린 시각에도 광주지방법원에서는 22차 공판이 진행중이었으며, 예정대로라면 이달 21일 결심공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에게 아래와 같이 문제를 제기했다.

- 처장님, 적시처리사건이 뭡니까?
"처리가 지연되면 사회적인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사건들을 따로 지정해서 사건의 번호순서보다는 다르게..."

- 쉽게 말하면 재판 빨리 끝내자, 이런 재판을 적시처리사건으로 하는 거죠?
"예. 집중심리로 조기에 종결하는 겁니다."

- 광주지법의 세월호 선장과 선원 재판, VTS 사건, 적시처리사건인 거 아시죠?
"압니다."

- 이거 왜 적시처리사건이 됐습니까.
"사회적 관심이 대단히 지대하고 논란이 많은 사건이기 때문에 집중적인 심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권 입맛에 따라 빨리 끝나는 게 아닌가 우려할 수밖에"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감 출석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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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예규에 따르면, 처리가 지연될 경우 막대한 규모의 국가 손실이 예상되거나, 다수당사자가 관련되어 있거나, 사안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파장이 클 경우 등에 한해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으로 분류해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한다. 박 법원행정처장의 답변은 이를 말한다.

- 처장님 답변 들으면 그럴듯한데, 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이 사건을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세월호 유가족이 기대하는 대로,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로, 객관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공정하게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혹시 이 사건이 수사도 부실하게 되고, 재판도 정권의 입맛에 따라 빨리 끝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우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빨리 하려고 하면 구조를 빨리 했어야지, 이제 와서 재판 빨리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는 이렇게 빨리 판결하는 것이 부실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또 하나,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검의 발목을 잡는 판결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우려를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순히 빨리 하자는 취지라기보다는, 워낙 당사자의 수도 많고 증인도 많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심리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지난 2월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 판결이 났죠. 그때 야권이 특검도입을 요구했더니, 여당이 이렇게 반대 이유를 들었습니다. 지금 기소돼서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리고 무죄가 났다, 그래서 특검 요구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판결이 확정되고, 이를 다시 수사하고 재판하는 것이 현행법상 가능합니까?
"확정된 이후에는 안됩니다."

-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 사고 6일만에 정부의 책임을 선장과 선원, 선사에게 돌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특검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 법원은, 이유가 있다지만, 빨리 진행하는 적시처리사건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볼 때 저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을 봅니다. 어제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봤습니까?
"봤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원인 파악도 1년 걸렸는데..."

- 저는 정말 부실 수사의 전형이라고 봅니다. 이 부분은 검찰에 가서 질문하겠는데, 법원과 관련된 문제 하나만 거론을 하겠습니다. 사고 원인 관련입니다. 검경 합수부 전문가 자문단장이 세월호가 충돌이나 조타기 고장으로 침몰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잠수함 충돌설 등은 다 유언비어다, 화물이 과적된 상태에서 조타의 실수가 침몰로 이어졌다는 것이 단장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왜 이렇게 빨리빨리 이 사건을 했냐고 했더니,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조급증이나 심적 압박 없이 자료수집을 충분히 하는데, (우리나라는) 위에 있는 분들이 자꾸 궁금하게 여겨서 빨리빨리 내라 한다, 그러니 빨리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사고 원인을 지나치게 빨리 속단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됩니다. 법원도 이 사람에게 조사하는 기간을 5개월 줬습니다. 저는 이렇게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세월호 사고의 원인, 국민들이 생각하는 의혹들을 해소할 수 있는지, 굉장히 의문이 듭니다.

"지금 기소되어 있는 사건은 광주지방법원은 선장과 선원들 사건이고, 인천지방법원은 선사와 해운조합 관련 사건인데, 그게 무슨 고의적인 은폐 등이 개입될 여지가 크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양쪽 다 구속사건이기 때문에 재판기간에 제한이 있다. 무작정 연기할 수가 없는 것이어서, 법원으로서는 기소가 되면 굉장히 많은 당사자와 증인을 신문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시처리사건으로 지정하지 않고서는 구속기간을 지킬 수가 없습니다."

- 처장님 말씀은 그렇지만,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재판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 불구속 상태라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7월 18일 분당의 야탑역에 에스컬레이터에 역주행 사건이 났습니다. 이 사고 원인 파악하는 데 검찰이 정확히 1년 걸렸습니다.

야탑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에 대한 이 의원의 지적은 사실이다. 3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승강기안전관리협회의 원인 규명에 6개월, 이를 토대로 과실책임 대상자를 추리는 데 6개월이 소요되어 올해 7월에야 관련자를 구속했다. 또한 현장에서 직접 질의하지는 않았지만, 보좌진이 작성했던 이 의원의 질의서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했던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예시가 있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최종보고서는 1년 뒤인 올해 7월에야 나왔다.

이 의원의 발언은 계속됐다.

- 그런데 지금 세월호 사건에서 검찰이 사고 원인을 판단해서 공소장을 작성하는 데 얼마나 걸린지 아십니까.
"정확히 모릅니다."

- 4월 19일 선장 구속하고 5월 15일 공소장 작성했습니다. 한 달도 안 걸렸어요. 사고 시뮬레이션도 없고 검증도 없고, 한 달도 안 돼 사고 원인을 과적과 조타 실수라고 규정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쫓기는 과정 속에서 5개월만에 결론을 냈는데, 검찰과 단 한치도 안 틀립니다.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가 1년 걸리는데, 이걸 한 달만에 조사하는 게 말이 됩니까.

저는 국민이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판을 빨리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간에 얽매이지 않고 철저하게 밝히는 것 말입니다. 오히려 진상조사위와 특검에 발목을 잡지 않도록,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법원이 최대한 노력해주십시오.


태그:#세월호, #대법원, #국정감사, #이춘석, #박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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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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