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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둥켜 안고 눈물 흘리는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엄마들의 모임 '리멤버0416' 회원들과 유가족들.
 부둥켜 안고 눈물 흘리는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엄마들의 모임 '리멤버0416' 회원들과 유가족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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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유가족들과 리멤버0416 회원들.

그들은 함께 울어줄 사람이 필요했었나 봅니다.

6일 정오, 전국 각지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서로 포옹하고 위로했습니다.

합동분향소에 들어간 뒤 통곡이 터져나왔습니다. 174일이 지났지만 다시 수많은 영정앞에 선 사람들은 오열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던 유가족들과 부둥켜 안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는 그저 맘놓고 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들은 유가족들에게 작은 편지 한 장씩을 전달했습니다.

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우리는 다시 약속합니다.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이 세월호의 진실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한 유가족을 끌어안고 눈물 흘리는 '리멤버0416' 회원.
 한 유가족을 끌어안고 눈물 흘리는 '리멤버0416' 회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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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 참배를 마치고 나오는 '리멤버0416' 회원들을 기다리는 유가족들.
 합동분향소 참배를 마치고 나오는 '리멤버0416' 회원들을 기다리는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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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1인 시위에 사용하던 피켓을 든 '리멤버0416' 회원들과 마주 선 유가족들.
 각자 1인 시위에 사용하던 피켓을 든 '리멤버0416' 회원들과 마주 선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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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는 '리멤버0416'  오지숙 대표.
 유가족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는 '리멤버0416' 오지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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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으며 오열하는 '리멤버0416' 회원.
 유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으며 오열하는 '리멤버0416'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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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앞에 피켓 들고 줄지어 선 '리멤버0416' 회원들.
 합동분향소앞에 피켓 들고 줄지어 선 '리멤버0416'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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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앞에 피켓 들고 줄지어 선 '리멤버0416' 회원들.
 합동분향소앞에 피켓 들고 줄지어 선 '리멤버0416'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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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앞에 피켓 들고 줄지어 선 '리멤버0416' 회원들.
 합동분향소앞에 피켓 들고 줄지어 선 '리멤버0416'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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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0416' 회원들이 유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버님, 어머님께.

세월호참사가 있은 지 174일이 지났습니다. 어찌 지내시는지요.

4월 16일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오전 9시쯤,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여객선이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걱정은 되었지만, 기상상태도 좋았고, '바로 코 앞에 바다인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 11시가 좀 넘어서 '전원구조' 되었다는 소식이 떴지요. '그럼 그렇지, 우리나라가 어떤 나란데! OECD 회원국에,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는 나라인데 연안에서 난 선박사고에 사람이 죽는다는 게 말이 안되지' 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300명이 넘는 사람이 실종되었답니다. '설마... 설마... 구하겠지. 다 구해내겠지...' 몇 시간을 기다리고, 며칠을 기다려도 구조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습니다.

내 자식을 살려달라고 아우성 치던 아버님, 어머님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슴이 턱 막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래도 살아올 거라는 기대로, 그 피말리는 시간을 기다리신 아버님, 어머님. 살아있을 거라는 실날 같은 희망을 버려야 했을 때 그 마음이 어떠셨을까요? 이제는 제발 영혼이 떠난 얼굴만이라도 다시 보게 해달라고 절규하실 때 그 마음이 어떠셨을까요?

"지금은 어찌 지내십니까? 아이 없는 빈 집에 어찌 불을 켜고 들어가십니까? 아이와 손잡고 걷던 길을 어찌 지나가십니까? 아버님, 어머님의 기억 속에서 매일 다시 살아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어찌 견디십니까?

그때, 우리 모두는 잊지 않겠다 약속했습니다. 함께 하겠다 약속했습니다. 그로부터 174일이 지났습니다.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려달라는 절규는 선량한 국민을 선동하는 소리라 비난받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외침은 경제를 죽이는 소리라 손가락질을 당합니다.

참사가 있고 다섯 달이 넘도록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데도 '이제는 지겹다 그만하라' 합니다. 책임이 있는 사람은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하고, 국민을 대변해야 할 국회는 당리당략에 무릎 꿇은 지 오래입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병든 나라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이 너무도 죄송합니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힘없는 국민이라 죄송합니다. 다섯 달 넘게 찬 이슬 맞으며 노숙을 하시는데도 그 눈물 닦아드리지 못하는 힘없는 국민이라 너무도 죄송합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우리는 다시 약속합니다.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이 세월호의 진실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선동세력이라 비난받는 것도, 경제를 죽인다 손가락질 당하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내 아이를 명문대학에 보내는 것보다 내 아이를 정의로운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것이 훨씬 귀한 일임을, 내 아이에게 메이커 신발을 사주는 것보다 내 아이를 안전한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일임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아버님, 힘내세요. 우리가 함께 하겠습니다.
어머님, 힘내세요. 우리가 곁에 있겠습니다.
얘들아, 사랑한다. 너희들을 잊지 않을게.

2014.10.6
리멤버0416 드림.



태그:#세월호참사, #리멤버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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