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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군 인권센터의 기자회견으로 세상에 알려진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은 아직도 후진적인 병영문화의 민낯을 드러냈다. 부대 안에서 후임병을 대상으로 두 달 동안이나 가혹한 폭력이 매일 되풀이 되었는데도, 이를 감시하고 바로잡아야 할 군의 인권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점은 이 사건의 내막이 알려진 시점이 28사단 보통군사법원의 결심공판을 코앞에 둔 때였다는 것이다. 상해치사로 가해자들을 기소했던 군 검찰은 이 사건이 표면화 된 이후 살인죄를 적용했다. 당초 윤 일병의 사인이 '기도폐색에 따른 질식사'라고 주장했던 군 당국은 사인에 대한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된 후에야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사'로 변경했다.

그리고 이렇게 사건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는 엉뚱하게도 가해자 측 변호인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윤 일병에게 지속적으로 폭행과 가혹행위를 가해 사망에 이른 혐의로 구속 기소된 5명의 가해자들 중 한 사람인 하 아무개 병장의 변호를 맡은 김정민(44) 변호사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 재발 않기 위해 군 사법제도 손 봐야"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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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는 28사단에서 진행된 공판 내내 폭행 주범격인 이 아무개 병장에게는 살인죄를 물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윤 일병의 사인이 뒤늦게 바로잡힌 것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김 변호사의 노력이 주효했다. 이번 사건에 있어서 그는 가해자 변호인의 역할 뿐만 아니라 특별검사 역할까지 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헌병의 수사, 군 검찰의 기소 모두 잘못되었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단서인 사망 원인조차 잘못 발표했으면서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다시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군 사법제도는 반드시 손을 봐야한다."

지난 2일 오후 <오마이뉴스>가 만드는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한 김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군 법무관 출신으로 군 판사와 검찰관으로 재직했던 경험을 가진 김 변호사가 가해자 변호인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매달리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사건을 수임하고 수사기록을 보면서 스스로도 폭행의 잔인함에 놀랐다"고 털어놓은 김 변호사는 "재판정에서 만난 윤 일병 가족들을 보면서 반드시 이 잔인한 죽음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구타를 당하다 오줌을 지리며 쓰러진 피해자를 다시 때린 가해자들의 행위를 추궁하던 그의 눈에는 아들과 동생이 당했을 고통에 진저리를 치는 윤 일병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김 변호사는 "주범격인 이 병장이 저지른 폭행의 정도는 다른 공범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면서 "윤 일병이 쓰러지기 직전 그의 복부를 10회 이상 가격하고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핥아 먹으라고 하는 등 잔혹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은 결국 진정한 화해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묻어두면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 없고 진정한 화해도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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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정민, #윤 일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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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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