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항에서 진혁이와 나
 공항에서 진혁이와 나
ⓒ 우현미

관련사진보기


큰형부가 상선의 선장이라 거의 바다 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큰언니는 아들 둘을 독하고도 단단하게 키우고 있었다. 나의 큰 조카인 진혁은 현재 고2. 성적도 상위권에 위치해 있어 조금은 더 독려하고 채찍질(?)을 할 수 있는 조건과 시기이지만, 언니는 대한민국 보통의 학부모들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아들을 키워주고 싶어했다.

고3이 되기 전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던 언니는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여름방학의 멋진 피날레는 여행'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여행 경험이 거의 없는 본인보단 막내 동생인 필자인 이모를 따라 2주간의 유럽 여행을 다녀왔으면 하는 마음을 내게 전해왔다.

필자는 집에서 1남 5녀 중 막내로 큰 언니와는 13살 차이가 나고, 큰조카와는 15살 차이가 나 두 모자의 중간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그렇진 못하지만…).

하지만, 나는 누구를 책임지면서 여행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유럽은 두 번이나 가본 상태였기 때문에 유럽보다는 예전부터 꿈꿔오던 남미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 이유로 단번에 거절을 했지만, 마지막으로 언니가 내게 엄청난 미끼를 던진다.

"진혁이 데리고 가면 비행기 티켓 끊어줄게…."

'비행기티켓 끊어줄게… 끊어줄게…  비행기티켓… 아….'

여행 자금의 반이라 할 수 있는 항공권을 '꽁'으로 얻을 수 있다는데, 내가 지금 더 이상 버틸 이유가 없다. 바로 '오케이~'를 하고 작업에 착수한다. 우선 항공권을 알아보고 영국만 2주를 가기엔 아깝다고 판단돼 바로 파리를 세트로 엮어서 영국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유로스타까지 예약을 해놓았다.

나도 유럽을 두 번 가봤지만, 정작 영국, 프랑스, 독일 이 세 곳은 쏙 빼놓고 갔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나에게도 더 없이 좋은 조건임은 분명했다(2010년 당시 알카에다가 이 세 나라를 테러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상태여서 여행지에서 뺐었다).

'그래 좋다 항공권도 얻었겠다, 모든 여행은 조카 위주로 짜자.'
'이 녀석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조건을 만들어주자!'

이것이 이번 여행의 핵심이다. 나는 비행기 티켓으로 모든 욕심을 접자…라고 출발 전엔 마음을 먹었었다… 하하. 작년에 홀로 떠난 태국, 라오스 여행기를 못 올린 게 내심 안타까웠는데 이번 여행으로 다시 한 번 글을 써볼 수 있게 되어 참 좋구나…^^. 자, 이제 그럼 철딱서니 없는 막내 이모와 점잖은 조카의 배낭 여행을 시작해볼까?

아마 진혁이가 4살쯤 되었을까..?
▲ 꼬마 진혁이와 나 아마 진혁이가 4살쯤 되었을까..?
ⓒ 우현미

관련사진보기


To. 조카 1호 진혁에게
처음 널 만났던 날을 기억해. 배냇 저고리 속에서 아직 채 가시지도 않은 핏빛 얼굴을 내밀며, 넌 우리 가족의 품에 선물로 태어났지.

우리 가족의 혹, 나의 첫 번째 조카인 이진혁! 내가 고1이던 시절 네가 태어나고, 넌 우리가족의 모든 사랑을 받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별한 존재였어. 그 후로 7명의 조카들이 더 태어났지만, 첫 정. 첫 사랑이라는 게 조금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단다.

막내로 자란 이 이모는 조그만 아기를 볼 일이 없었잖아. 네가 얼마나 예뻤겠어... 그 조그맣던 녀석이 이제 이렇게 훌쩍 커버렸지만, 우리에게 넌 항상 꼬마 이진혁이란다.

언니의 남다른 교육열 때문에 어린 나이에 넌 어마어마한 책들을 읽었지만, 정작 머릿속에 맴돌기만 했지, 표출을 못하는 너를 보며 너의 엄마는 대단한 결심으로 너를 이 비행기에 실어 보내는구나...(이모는 땡 잡은거지^^)

정말 중요한 고2라는 시기에 너와 네 엄마는 큰 결심을 했고, 친구들이 2주간 책상머리에서 수능 공부를 하고 있을 무렵, 넌 네가 가슴 속에서만 그리던 영국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갖겠지. 이 시간을 네가 잘 보낼 수 있게 이모도 최선을 다하마.

앞으로 펼쳐질 네 인생에 이 2주란 시간이 맛있는 양념과도 같은 시간이 되면 좋겠어. 그 땅에서 직접 부딪히고 깨져서 불순물은 떨어지고 조금씩 정금같이 빛나는 네 모습을 발견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아.

자! 가보자!!

보석과도 같은 네 모습 찾으러...


태그:#조카와 이모의 배낭여행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