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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수출 강국이라 자부하는 한국. 그러나 스마트폰 등 주력 수출 품목조차 중국의 저가 공세, 미국과 일본 등의 기술력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단기적으로는 수출 재벌들의 이익률 악화로, 중장기적으로는 '먹거리' 고갈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한국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 또한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2년 산업 연관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1000원 어치 국산품에 사용된 수입 부품은 315원 수준인데 반해 원자재를 재가공한 공산품의 경우 평균치를 뛰어넘는 452원의 수입 부품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외 의존적 생산 구조는 제조업 핵심 기반인 기초 소재부문의 경우 1000원 중 556원을 수입 부품이 차지하고 있다.

제품 하나를 만들 때 들어가는 수입품의 양이 늘어날수록 부가가치가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제조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생산자인 기업과 소비자인 국민 모두의 피해로 남는다. 한국 경제가 봉착한 위기는 이처럼 원자재 수입 의존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부터 파생됐다.

그중에서도 '희토류'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1세기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 희토류는 스마트폰, 하이브리드 자동차, LCD 연마 광택제 등 첨단 IT제품에 두루 사용될 뿐만 아니라 광학, 핵공학, 항공우주산업 등 차세대 산업에서 갈수록 그 쓰임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희토류 전량을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희토류 세계 최대 매장량 가진 북한...사실일까?

채굴된 희토류.
 채굴된 희토류.
ⓒ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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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서 이 희토류가 북한 지역에 대량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북한 평안북도 정주시 일대는 세계 최대의 희토류 산출지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 정주시에서 광물 탐사작업을 펼친 오스트레일리아의 광산, 지질 자문 업체 HDR 살바의 탐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정주의 희토류 매장량은 광물로 60억 6497만 톤, 분리 정제 후 2억 1617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 보고됐다. 이는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 1억 5422만 톤보다도 많은 양이다.

정주의 희토류는 '품위'도 평균 3.56%에 달해 경제적 가치 역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품위란 광물 속에 희토류가 포함된 실제 비율을 말한다. 평균 3.56% 품위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오스트레일리아 마운트 웰드 광산(평균 품위 8%)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꽤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세계 6위 매장량을 자랑하는 미국의 베어 랏지 광산의 평균 품위가 3.45%다.

더불어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북한 합영투자위원회는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북한의 대표적인 희토류 광산 4군데에 대한 탐사 자료를 공개했는데, 그 중 제일 큰 황해남도 청단군 덕달리 광산이 약 2000만 톤 이상, 두 번째인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의 희토류 광산이 1700만 톤, 그리고 강원도 평강군과 김화군에 있는 나머지 두 개 광산의 합이 약 1100만 톤 규모라고 한다.

탐사 결과가 다소 확대 추정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이 세계 1, 2위를 다툴 만큼 많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희토류 제련소 갖추고 수출까지 하는 북한

북한은 이미 1980년대부터 희토류 관련 공업을 시작, 함경남도 함흥시에 희토류 제련소를 갖추고 해외에 수출까지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자원전쟁'의 저자 김동환에 따르면, 1988년 설립된 북한 '조선국제화공합영회사'는 희토류 원광과 금속 및 산화물 등을 홍콩, 중국, 일본, 유럽으로 수출해왔다고 한다. 또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4년 5월 55만 달러, 6월에는 5월의 두 배가 넘는 133만 달러의 희토류 광석을 중국에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련 기술 또한 선진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진영 한국 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희토류 제련기술에서 '가성소다분해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성소다분해법'은 주로 희토류의 환경오염 문제 해결과 깊은 관련이 있다. 희토류 1톤을 생산하려면 8.5kg의 유독 가스와 13kg의 분진이 발생하며, 채굴 과정에서 토륨 등 방사성 물질도 나온다. 게다가 희토류 제련 과정에선 화학 물질을 대량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황과 황산, 산성 폐수 등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희토류를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오염으로부터 조업자와 환경을 보호해야만 한다. 이진영 연구원은 '가성소다분해법'이 이러한 점에서 조업자 건강이나 환경보호에 좋고 설비 부식을 막기가 쉬운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희토류 원광석 수입방식은 비현실적

희토류가 북한에 다량 매장된 것이 확인되면서, 북한 희토류에 대한 개발 요구가 2000년 이후 부터 빗발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1년 6월 13일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강원도 평강군 압동에 있는 탄탈룸 광산을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언론의 시각처럼 남쪽의 자본을 투입해 북쪽의 광산을 대규모로 개발하고, 원광석을 모조리 캐서 싼 값에 들여오는 방식은 다소 비현실적이다.

단순 광산 개발 방식은 희토류 개발로 비롯되는 환경오염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시사인 보도에 의해 알려진 북한 합영투자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황해남도 청단군 덕달리 광산은 산의 정상 부근에 희토류 원광석이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으며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의 희토류 광산은 깊은 골짜기들과 비탈이 급한 산릉선들로 돼있다고 한다. 이러한 지형적 조건에서 광산을 마구잡이로 개발하면 주변 계곡부터 지하수까지 모조리 오염될 것이 뻔하다.

북한 당국 또한 광산 난개발을 반대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3년 '국토관리총동원운동열성자대회' 담화에서 광산 개발과 관련 "광산들에서 침전지를 바로 꾸리고 미광이나 페수가 강하천과 호수, 바다에 흘러들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광산에서 채굴된 희토류 원광석보다 선광과 제련을 거쳐 가공된 희토류 제품을 교역하는 게 훨싼 부가가치가 높다. 이미 희토류 제련소까지 갖추고 있는 조건에서 굳이 원광석을 대량 반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자원 개발 방향은 연합뉴스가 조선 신보 보도를 인용한 북한 내각 사무국장의 인터뷰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북한 김정각 내각 사무국장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정책은 지하자원을 그대로 팔지 말고 2차, 3차 가공하여 제품을 생산해 수출한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북한 희토류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은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난관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전에 미리 예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한의 제련 기술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 또한 비용 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철원-평강-김화 경제특구 가능할까?

북한 정주시 일대에 매장된 희토류 광물의 품위별 매장량
 북한 정주시 일대에 매장된 희토류 광물의 품위별 매장량
ⓒ HDR살바, NK투데이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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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철원군과 1100만 톤에 달하는 매장량을 자랑하는 북쪽 평강군, 김화군의 희토류 광산을 연결하는 경제특구 창설 방안 또한 타진해볼 수 있다.

철원과 평강, 김화를 잇는 경제특구 창설 방안은 기존 제안인 철원 남북경협특구 방안과 철원에 인접한 평강 압동 광산, 김화군의 희토류 개발 방안을 연계한 제안이다. 철원은 평강, 김화 희토류 광산과 인접하고,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 철도가 지나는 교통 요지이자 철원 평야가 있는 산업 요충지다.

철원에 평강 압동 광산과 김화군 희토류 광산 주변에 제련소와 오염 처리시설 등 인프라를 건설하고, 가공된 희토류 제품을 활용하는 IT제조업 공장과 연구개발 시설을 철원 공단에 유치하는 것이다. 철원-평강-김화를 잇는 희토류를 활용한 첨단 산업특구가 창설된다면, 휴전선 서부의 개성, 동부의 금강산에 이어 중부 전선에 분단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열리는 셈이다.

평강 압동 광산의 희토류 개발은 아쉽게도 2010년 5·24조치로 완전히 중단되고 말았다. 남북 희토류 개발 협력이 재개되고, 나아가 철원-평강-김화를 잇는 남북 경제협력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5·24조치의 철회가 선행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향배가 주목된다.


태그:#희토류, #남북경협, #철원 , #경제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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