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숲 속 산책길. 여기저기 물씬 풍기는 야생화 향기와 귓가에 들리는 풀벌레 노랫소리로 가득합니다. 자연의 숲속 산책만큼 현대인들의 지친 심신을 안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 생각이 복잡해지면 숲 속을 찾아갑니다. 산소를 내뿜는 나무들과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들의 몸짓을 보며 '아하 나와 다른 생명이 이 지구 상에는 존재하는구나'하고 느낍니다. 색깔과 모양이 서로 다른데도 조용히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온 우주에 서로 다른 생명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한여름 산책길...묵직한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무르익은 여름의 끝자락, 달맞이꽃이 피고 지고 있습니다. 달맞이꽃 씨앗에는 감마리놀렌산인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씨앗을 살짝 볶아 차를 끓여 먹어도 좋습니다.
청정 호수가 소나무 사이로 보입니다. 여름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곳입니다. 호수에서 낚시하는 강태공들도 있습니다. 숲길에는 칡넝쿨이 뻗고 있습니다. 오랜 고목 위에 자리 잡고 화사하게 핀 이팝나무 꽃이 눈부십니다. 사마귀 한 마리가 꽃향기를 맡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고, 나무줄기 위에도 제비나비와 멋쟁이 나비 그리고 숲 속을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가 앉아 있습니다.
옛날 사약을 내릴 때 사용했다는 자리공 열매가 익어갑니다. 잎에서 누린내가 나 누리장 나무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취오동 나무, 개똥 나무라고도 합니다. 고혈압이나 두통, 관절염, 어지럼증에 사용합니다. 당귀 잎사귀를 닮은 바디 나물은 미나릿과에 속하는 식물로 허약 체질, 부인병, 혈액순환제로 사용합니다. 잎사귀는 나물과 쌈으로 먹습니다.
마타하리는 뿌리에서 잘 익은 된장 냄새가 난다고 하여 패장(敗裝)이라고 합니다. 산기슭에 마치 노란 우산을 펼친 듯 바람을 타고 오는 가을의 전령사입니다. 마타하리의 꽃말은 미인, 잴 수 없는 사랑입니다. 마타하리는 네덜란드 출생의 밸리 댄서이자 미모의 스파이 여인 마타하리를 생각나게 합니다. 남성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이 여인은 스파이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 당당한 삶을 살았던 비운의 여인입니다.
등골나물 여린 잎은 데쳐서 나물로 먹고 달인 물로 식혜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고혈압, 당뇨, 홍역, 황달, 산후복통, 토혈, 폐렴 등 한방 약재로 사용합니다. 싸리꽃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숲길을 걸으며 지저귀는 산새 소리를 듣습니다. 싸리꽃은 동그란 잎사귀 사이로 아주 작은 연보라빛 꽃을 피우는데요, 이 꽃을 만나면 왠지 고향 집 사립문 앞을 나서며 친구를 만나러 가던 설렘이 생각납니다.
애기똥풀은 아기 배네똥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기를 낳아서 처음 눈 배넷똥 색깔처럼 노오란 황금빛 색깔입니다. 줄기를 자르면 연노랑 빛 액즙이 나오는데 독성이 있습니다.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칡 순에는 칡꽃이 피어납니다.
깊은 산중 야생들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인기척 소리에 재빨리 숨어 버립니다. 산길을 걸어가다 졸졸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작은 개울물이 돌 틈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세속에 물든 번잡한 마음속 때까지 씻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자연의 품은 따뜻하고 향기는 연인의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잠시 시간을 내 자연 속으로 걸음을 옮겨 보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본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평생 돈을 쫓고 명예를 향해 달리다 보면 소중한 삶의 순간들을 놓쳐버릴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만들고 자연의 숲에서 작은 생명을 만나며 삶의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