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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청. 추석연휴에도 출근한 직원들이 꽤 있다. 정원미달 현상에서 그 이유를 찾을수 있다.
 화천군청. 추석연휴에도 출근한 직원들이 꽤 있다. 정원미달 현상에서 그 이유를 찾을수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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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공무원 임용 취소 가능 여부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지난 9월 1일, 주요업무보고 석상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학 졸업 후 노량진 등지의 학원가에서 공무원을 목표로 수년간의 노력 끝에 합격한 이들의 임용취소에 대해 언급한 이유가 뭘까?

현행 군(郡) 단위 지방공무원시험 응시 자격 기준은 시험일 현재 1년 이상 그 지역에 거주를 하고, 총 거주 합산기간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시골 자치단체 다수는 모두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도심지나 시청단위 기관에는 없는 제도다. 

이 제도가 울릉군과 같은 오지나 도서 또는 접경지역 시군에선 골칫거리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시험 응시생들은 공무원시험 합격을 위해 자신과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을 정해 미리 주소를 옮겨 놓는다. 시(市)단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2년 시 단위지역 9급 공무원시험 커트라인은 90점대였지만, 화천군의 경우 60점대 초반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임용되고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이나 아이디어 발굴 등 적극성을 보인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수는 또 다른 공부에 전념한다.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전입시험이 목표다. 전입시험과목은 영어와 논술로 단순하다. 애당초 합격이 불가능한 지역응시보다 이런 편법을 이용해 전출을 택하는 것이 수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문순 화천군수의 말이다.

지방직 공무원 전입시험 제도, 그리고 파생되는 문제점

"어떻게 8급이나 된 사람들이 기획서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9월 6일 추석명절 연휴 첫날, 화천군 출신으로 강원도청에 근무하는 후배직원을 만났다. 그의 말은 화천군에서 전입시험을 통해 도청으로 온 직원들 다수가 업무능력 함량미달이라는 거다.

"그들로 인해 화천군 행정수준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연고도 없는 곳에 주소를 옮기고 일보다 오직 공부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업무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과거 시군 공무원들이 도청으로 전입을 가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시장군수 추천 또는 도의 요청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도정에 대한 정보제공 및 예산확보 등 도청과 시·군간 가교역할을 했다. "지역발전을 위한 애착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기능이 완전히 끊겼다"는 것이 후배의 넋두리다.

전입시험제도. 상황이 그렇다 보니 화천군청 각 부서는 늘 정원미달 현상이 발생한다. 직원 한 명도 없이 계장 혼자 일을 하는 부서도 있다. 시군 자치단체장은 6급 무보직을 포함해 7급 이하 직원들에 대해서는 '실' 또는 '과' 단위 부서로 발령을 내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계 단위의 직원배치는 실·과장의 권한이다. 인사발령 이후 부서 내 인원배치 시엔 직원들을 데려가려는 계장들로 인해 감정싸움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럴 땐 부서총괄 주무담당인 내 입장에선 양보를 하는 게 상택이다. 늘 7급 고참 직원이 배치되던 기획계 차석 자리에 이제 갓 8급을 단 직원을 앉혔다. 덕분에 추석연휴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행복한(?) 상황도 맞았다. 나뿐만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 부서의 공통현상이다.

지역출신 특채제도의 신설, 그리고 '전입시험' 응시 제한

강원도청의 전입시험 알림 문건. 인력이 부족하면 자체적으로 선발하면 된다. 도청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는 시군 정원부족 현상의 원인이 된다.
 강원도청의 전입시험 알림 문건. 인력이 부족하면 자체적으로 선발하면 된다. 도청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는 시군 정원부족 현상의 원인이 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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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시험응시를 위해 무단으로 주소만 옮겨 놓은 사람들 색출을 통해 응시기회를 박탈하겠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시험응시를 위해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주소만 옮겨 놓은 사례가 102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숫자다. 문제는 연간 20~30명의 화천군 신규공무원 합격자 다수가 이들 차지라는 데 있다. 지역출신들의 합격 예는 지극히 적은 숫자다.

무단으로 주소를 옮겨 놓은 유형도 다양하다. 폐가 또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창고, 일반인이 거주할 수 없는 학교 등. 이런 사례가 법적인 문제는 되지 않더라도 공무원으로서의 윤리나 도덕성 문제는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최 군수의 말이다.

지역인재 육성. 전국 각 시군단위 지자체장들은 똑같은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구체적 방법 제시는 없다. 지역주민을 의식한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화천군의 사례가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화천군은 오래전부터 지역인재 육성제도를 시행해왔다. 2009년에 문을 연 학습관. 입시철만 되면 주민들이 진학을 위해 도심지로 빠져 나갔다. 인구유출 현상 방지 및 청소년들의 애향심 고취 등 인재양성을 위해 건립한 것이 '학습관'이다. 결과는 매년 전국 5대 대학 및 입교생 전원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 기탁에 기초한 장학금 조성액도 40여억 원에 이른다. 금년도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공무원 사관학교도 문을 열었다.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일꾼 양성을 위해서다.       

"지역출신 대학생들을 통한 특채제도를 확대 시행하겠다."

부족한 인력 보충에 있어 공개경쟁채용에 이 같은 문제가 있다면, 지역의 유능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공무원 특별채용을 하겠다는 것이 최문순 군수의 말이다. "상급기관인 안전행정부나 강원도에 정식으로 건의 할 계획이며, 아울러 강원도에서 7, 8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전입시험' 응시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최 군수의 덧붙인 설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전입시험, #강원도청, #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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