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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마케팅고 학교장은 민원인을 보호할 이유가 없다면서 전교사들에게 학교 메신저를 통하여 민원교사를 공개했다.
 동구마케팅고 학교장은 민원인을 보호할 이유가 없다면서 전교사들에게 학교 메신저를 통하여 민원교사를 공개했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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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마케팅고 안종훈 교사에 대한 파면은 2012년 교육청에 제기된 민원에서부터 시작된 듯하다.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학교측이 법으로도 금지하고 있는 민원 제기 교사 색출에 나섰고 결국 민원교사를 공개·파면할 수 있었는지 되짚어보자(관련 첫 번째 기사 : 3대째 족벌체제 학교에 드리운 '친일' 그림자).

동구마케팅고 정운계 교장은 2013년 3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교사를 알고 있다면서 행정실 직원에게 민원교사를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행정직원은 메신저를 통해 전교사들에게 실명을 공개했다.

"민원인이 누구인지 왜 그러한 민원을 넣었는지 이사장님께서도 정말 알고 싶다고 여러 번 말씀하시면서 안종훈, ○○○, ○○○선생님에게 민원을 넣었는지 직접 물어보셨다고 하심(답변은 모두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민원을 넣은 사실이 밝혀지면 "그때는 나한테 크게 야단맞을 일이다"라고 말씀하심."

동구학원에 대한 서울교육청 감사가 진행된 2012년 10월, 현 정운계 교장은 이사장과 나눈 대화의 내용이라며 위와 같은 메시지를 전 교사들에게 보냈다. 이사장은 비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교사를 색출한다며 의심 가는 교사들을 직접 불러 일일이 "민원을 제기하였느냐?"고 물어보고, '민원을 넣은 사실이 밝혀지면 크게 야단을 맞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구학원 사태, 이해 어려운 건 동료 교사들

서울 성북구 동구학원(동구여중, 동구마케팅고) 정문.
 서울 성북구 동구학원(동구여중, 동구마케팅고) 정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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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행정실장과 교장은 민원교사를 "부모를 고발한 자식"에 비유하며 전 교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더 안타까웠던 건 민원교사 색출에 대한 일부 교사들의 태도였다. 비리 당사자인 행정실장과 학교장 등은 교사들에게 '민원인 공개 서면동의서'에 사인을 해달라'고 종용했다.

여기에는 "민원인이 학교내부의(집단의) 소행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민원인은 도의적, 인간적 책임뿐 아니라 학교구성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책무성도 저버린 해악행위자로서 앞으로 모든 비판과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민원제도의 존재 목적과 민원인 보호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는 몇몇 교사들은 민원인 공개를 주장하거나 동조하는 것도 모자라 동의서를 제출하고,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교사들을 비아냥거렸다. 한 교사가 다른 교사들에게 보낸 글을 보자.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버지가 남의 물건을 훔쳐가지고 집에 와서 뒤뜰 구석에 숨겼습니다. 그 때 평소 아버지와 다툼이 많았던 막내딸이 한 달 동안 가출하여 흥청망청 살다가 돈이 떨어져 집에 들어오다가 아버지가 물건을 숨기는 것을 보게 됩니다. 두 달 후 막내딸은 다시 유흥비가 필요해서 아버지가 숨겨놓은 물건을 혼자 독차지하려고 아버지를 몰래 경찰에 신고합니다. 다른 가족들은 막내딸을 의심합니다. 이 때 막내딸이 말합니다. '아빠는 절도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누가 신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신고한 일은 올바른 일이야. 그러니까 이 일은 여기서 덮어두자구'."

교비 횡령, 불법로비를 지시한 이사장을 '가족을 위하여 물건을 훔친 아버지'로 비유하고, 민원을 제기한 교사를 '유흥비를 위해, 아버지가 숨겨놓은 물건을 혼자 독차지하려고 몰래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는 막내딸'로 비유한 것이다.

뇌물과 횡령, 금품수수... 이사장이 행정실장에게 범죄 지시

행정실장은 공사업자로부터 학교 공사와 관련하여 5천만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것이 드러났다. 일부는 계좌로 송금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학생들이 있는 교내에서 수백~천만원씩 현금으로 직접 받는 대담함을 보였다.
 행정실장은 공사업자로부터 학교 공사와 관련하여 5천만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것이 드러났다. 일부는 계좌로 송금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학생들이 있는 교내에서 수백~천만원씩 현금으로 직접 받는 대담함을 보였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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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은 2012년 9월, 당시 제기된 동구학원 관련 민원에 대해서 11일 동안 특별감사를 벌였다. 이 특별감사를 통해서 드러난 동구학원의 진실은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 동구학원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검찰 수사기록과 법원 판결문, 서울교육청 감사 자료에 의하면, 행정실장은 2008년 1월 동구마케팅고(당시 동구여상) 교무실 공사 수주에 대한 사례명목 또는 앞으로의 공사 청탁 대가로 500만 원을 받는 등 공사업자에게 19회에 걸쳐 5400만 원을 수수했다. 그는 교무실, 운동장, 음악실, 방송실, 자율학습실, 체육관, 심지어 조경 공사 때도 뇌물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건 일부 뇌물을 학생들이 있는 학교 내에서 현금으로 직접 수수했다는 사실이다.

행정실장의 범죄 행각은 공사업자에게 금품을 수수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미리 짜고 공사비를 과대, 허위 계상하여 공사업자에게 주었다가 돌려받는 수법으로 교비과 학교법인 돈을 무려 2700만 원을 횡령했다. 자신의 통장뿐 아니라 처제의 통장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공사비의 대부분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공금이었다. 행정실장은 이렇게 횡령해 조성한 비자금 중 2200만 원을 서울시의원 보좌관(또는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뇌물로 준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실장은 공사업자로부터 54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하고, 학생을 위해 써야 할 학교 돈 2700만 원을 횡령하고, 정치인에게 2200만 원의 로비자금을 준 혐의로 2011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5420만 원의 유죄를 확정 받았다.

문제는 검찰 수사기록과 법원 판결문에 의하면, 그가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 개인 단독범행이 아니라 "동구학원 조웅 이사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사장의 '지시'는 법원 판결문과 교육청 감사보고서에 수차례 강조돼 있다.

행정실장은 솜방망이 징계, 이사장은 무혐의?

금품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던 행정실장은 징역형을 받았지만, 결국 학교로 돌아왔다. 사립학교법이나 학교 정관에 의하면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의 유죄가 선고되면 당연퇴직으로 학교를 떠나야 하지만 동구학원은 재판 중에 정관을 바꾸어서 그를 학교에 남을 수 있게 했다.

그 행정실장은 '감봉 3월'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받고 계속 학교에서, 그것도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학교로 복귀한 그는 민원교사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고 그 교사를 파면시키는데 일등 공신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는 징계위원회 간사였다. 더구나 이 모든 것들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웅 이사장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외에도 2012년 교육청 특별감사 당시 동구학원은 교사 채용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공사를 쪼개서 수의계약으로 하거나 무허가 또는 무면허 업자에게 공사를 맡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장은 지급대상이 아닌 타학교 교장, 교육장, 동창 등의 경조사비로 수백 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부당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동구학원 이사장의 지시로 행정실장이 공사업자와 짜고 혈세로 지원된 교비와 학교법인 자금 수천만원을 횡령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여 이 중 일부를 지역 정치인들에게 불법로비자금으로 갖다바쳤음이 드러났다.
 동구학원 이사장의 지시로 행정실장이 공사업자와 짜고 혈세로 지원된 교비와 학교법인 자금 수천만원을 횡령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여 이 중 일부를 지역 정치인들에게 불법로비자금으로 갖다바쳤음이 드러났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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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사 결과 감사자료 제출거부 및 출석요구 불응, 행정실장 당연퇴직 처리 미이행, 시설공사 계약 대가 금품수수 및 공사비 과대 허위 계상, 법인회계 부적정 운영 및 교원채용 업무 부적정 등의 사유를 들어 조웅 이사장에 대해서는 이사 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고, 교장 감봉 3개월, 행정실장 파면 또는 당연퇴직 등의 처분을 요구했다.

이에 조웅 이사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행정법원은 서울교육청의 이사승인 취소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조웅 이사장이 항소하여 2심이 진행 중인데 조 이사장의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져 이사장 자격은 유지되고 있다.

이사장은 자신의 이사 승인 취소를 불러온 특별감사의 원인 제공자로 안종훈 교사를 지목했고, 보복 차원에서 2년간 징계를 준비하여 파면했다는 것이 안 교사와 전교조의 주장이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많다.

한편, 이런 비판에 대해 이아무개 동구학원 행정실장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2010년 사건 발생 뒤 구속에서 풀려나 학교에 와서 모든 사항을 전체 교직원에게 밝혔다"면서 "법원 판결처럼 개인적으로 횡령한 돈이 아니라고 해서 선처를 받았고, 2년 동안 자숙하고 반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언론을 보면 보복징계 운운하는데, 보복징계를 하려면 2010년이나 2012년 민원을 제기했을 때 하는 게 상식이지... 이번 징계는 학교업무와 학생지도를 거부하는 등의 이유로 징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명한 사실은 행정실장이 이사장 지시에 의하여 학교 돈을 횡령하여 정치인에게 로비 자금을 제공했으며 공사업자로부터 수천 만 원의 뇌물을 받고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점, 그리고 그 비리당사자가 지금도 행정실장이고, 범죄를 지시한 이사장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지금도 이사장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민원을 제기한 교사는 신분이 공개되고 파면 당하여 길거리로 쫓겨났다. 그것도 개학을 이틀 앞둔 고3 담임이었는데. 어떤 것이 교육이고, 어떤 것이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지 동구학원의 이사장, 행정실장, 교사들부터 곰곰이 돌아볼 일이다.

(* 세 번째 글에서는 앞으로 동구학원 이사장과 교장, 파면 교사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다루겠다.)


태그:#동구학원, #사학비리, #내부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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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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