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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3일 오전 8시 7분]

지난 7월 17일 광주에 있는 A대학 총학생회는 방학 중인데도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체학생대표자회의(아래 전학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이 전학대회를 통해서 A대학 총학생회장 B씨는 사퇴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발단은 6월에 B씨가 재학생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이었다. 그는 "도를 지나친 소문을 더 이상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실제로 지난 학기 동안 A대학 총학생회는 '회식비 등의 사용금액이 너무 크다', '기념품 업체선정에서 리베이트 받은 것 아니냐' 등 학생회비 운용에 비리가 있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B씨는 해당 글을 통해서 "과정과 절차에 (대한) 미숙함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라고 해명했다. '영수증 미비 등의 문제가 있어 예·결산 과정에서 오해는 생길 수 있지만 총학생회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건 뜬소문'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학생들의 의심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가 더 불거졌다.

실제로 지난 학기 동안 A대학 총학생회는 '회식비 등의 사용금액이 너무 크다', '기념품 업체선정에서 리베이트 받은 것 아니냐' 등 학생회비 운용에 비리가 있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실제로 지난 학기 동안 A대학 총학생회는 '회식비 등의 사용금액이 너무 크다', '기념품 업체선정에서 리베이트 받은 것 아니냐' 등 학생회비 운용에 비리가 있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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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소문으로만 존재했던 의혹들을 공식적으로 묻기 시작했고, 결국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서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밝혀진 사실들은 충격적이었다. 총학생회장이 학생회비 관리통장을 사적으로 사용해왔던 것이다. 사용내역은 커피부터 치킨까지 소소하고 다양했다. 또한 총학생회 산하 각급 학생 대표자들의 회식에 학생회비를 과도하게 지원했다는 소문 역시 사실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광주전남총학생회협의회(광전총협)에 정당한 절차 없이 가입한 것, 광전총협 가입비로 100만 원을 미리 납부를 하는 등 학생회비를 예산안에 따르지 않고 운용한 것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A대학의 학생회칙상 총학생회 구성에 반드시 필요한 사무국장이 없었다는 것과 4년치 학생회비를 일괄 수납하는 방식으로 학생회칙을 개정한 점 등도 뒤늦게 문제가 됐다.

학생회비 통장을 개인계좌로... "메꿔넣었다" 해명에도 결국 사퇴 

또 총학측이 지난 4월 진행한 '동맹휴업' 총투표 투표율도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투표율 미달로 부결돼야 했지만, 총학생회가 실습 등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의 수를 투표자 수에 포함시켜서 투표율을 높여 개표한 것이다. 중운위는 이 같은 사실을 담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국 6월 30일 총학생회장 B씨는 "죄송합니다, 모든 것을 다 인정합니다"라는 사과 글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 '개인적으로 쓴 학생회비는 메꿔넣었다'고 해명하고 사태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무너진 학생회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따졌고, 결국 7월 17일 방학 중에 전학대회를 열어 B씨가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A대학의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C씨는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총학생회가)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욕이 앞섰지만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못해서 생긴 일 같다"라면서 "학생회의 회칙과 운영원칙과 같은 것을 잘 전달해주지 못한 전임 학생회들의 실책도 원인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회의 학생회비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는 높지 않다. 학생들 사이에는 '학생회장 하면 차를 새로 뽑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매년 학기 초 신입생들에게 '학생회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요령(?)으로 알려줄 정도이다.

A대학과 같은 지역에 있는 D대학에서도 학생회비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었다. 2011년 D대학 청소노동자들이 돈을 모아 총학생회에 장학금으로 기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총학생회에서는 장학금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총학생회 집행국장이었던 E씨가 이듬해 총학생회 선거에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했다. 장학금 사용내역 논란은 선거 이슈가 되었고, 청소노동자들도 사용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E씨의 선거운동본부는 장학금 사용내역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 결국 E씨는 낙선했다. 당선된 총학생회는 그 후 확대간부수련회 등의 행사에서 학생회비의 투명한 사용에 대한 강연을 열기도 했다. 올해는 D대학 총학생회에서는 겨울방학 중에 '학생회학교' 행사를 열어 학생회의 역사, 회칙, 운영원리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학생사회 적절한 비판... 건강한 공동체라는 신호일 수도"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산하의 광주전남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 권민영(27·남·전남대 환경공학)씨는 "올해 한대련은 핵심사업으로 '좋은 대학 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의 취지가 바로 학우들을 위한 학생회 활동을 통해서 학우들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라며 또한 "등록금 협상이나 학생회비 투명한 공개 등, 학생회 간부들이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 (그것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총학생회장 사퇴로 마무리된 A대학 사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광주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학생자치기구에서 발생한 문제는 결국 학생들의 문제이기에 그들이 노력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비리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오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면 그건 건강한 사회라는 신호가 아니겠는가"라고 조심스레 견해를 밝혔다.

학생회에 관한 불만은 대개 '뒷말' 수준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학생사회 내부에서 이렇게 공론화된 것은 학생공동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A대학의 재학생 온라인 게시판에는 학생회에 대한 비난 외에도 "학교 일에 방관하고 무관심한 저를 비롯한 많은 학우들의 잘못이 큽니다. 참여적 관찰자가 되어 해결방안에 대해 모색해야 합니다"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글도 올라왔다.

한대련 대학교육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윤태은(25·여·서울 강북구)씨는 "사회가 갈수록 대학생에게 스펙을 강요하고, 개인주의로 학생공동체에 대한 무관심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학생회를 하는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애정 때문에 하는 것 아니겠는가. A대학의 문제만이 아닌 (전체) 학생회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여겨야 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덧붙여 "(학생회의 신뢰 회복은) 전국 단위의 대학생 연합체와 각 대학의 학생회들 모두 바라는 바인 만큼 학생회를 올바르게 운영하기 위한 방법과 경험들이 공유되는 체계와 자리를 마련하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이는 글 | 김태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통신원입니다.



태그:#학생회비,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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