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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대구지하철 1호선 칠성시장역에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대구지하철 1호선 칠성시장역에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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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시철도가 개통된 지 11년이 지나면서 매년 사망사고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스크린도어 설치율이 전국 꼴찌를 맴돌고 있어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에서 한 남성이 선로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전동차에 부딪히면서 머리와 어깨 등을 다쳐 인근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이곳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지난해에도 투신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호선 개통 이후 지금까지 모두 24명이 지하철 선로에서 목숨을 잃었다. 특히 2004년과 2008년에는 각각 6명과 5명이 투신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도 대구도시철도의 스크린도어 설치율은 전국에서 꼴찌 수준이다. 1호선의 경우 반월당, 중앙로, 동대구역 등 3곳만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고 2호선도 대실, 정평, 임당, 영남대역 등 7곳만 설치되어 있다. 1·2호선 59개역 가운데 스크린도어 설치율은 16.9%(10곳)에 불과하다.

현재 전국의 스크린도어 설치율은 서울도시철도가 100%(289개역)이고 대전도시철도도 22개역 모두에 설치되어 있다. 광주 57.9%, 인천 41.4%의 설치율을 보이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부산은 올해 연말까지 80%를 설치하고 2016년까지는 전 역사에 모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있지 않은 대구지하철 1호선 칠성시장역에서 열차가 들어오자 차량을 기다리던 탑승객들이 안전선을 넘어서 기다리고 있어 위험천만한 광경을 보이고 있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있지 않은 대구지하철 1호선 칠성시장역에서 열차가 들어오자 차량을 기다리던 탑승객들이 안전선을 넘어서 기다리고 있어 위험천만한 광경을 보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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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5년 상반기에 개통될 대구도시철도3호선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도어. 높이가 1.2m에 불과해 위험하다.
 오는 2015년 상반기에 개통될 대구도시철도3호선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도어. 높이가 1.2m에 불과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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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10m 이상의 높이에 모노레일로 건설돼 내년에 개통될 도시철도 3호선도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 30개역 전 구간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고는 하지만 난간형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높이가 1.2m에 불과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어깨 높이에 불과한 스크린도어는 자살방지는 물론이고 취객이나 승객의 부주의로 선로에 떨어지는 것을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높이 1.65m의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강변역에서 지난 2011년 발생한 한 건의 자살사고를 막지 못했다.

스크린도어는 안전사고와 자살사고를 예방할 뿐 아니라 지하철 차량에서 화재가 날 경우 연기 확산을 방지하고 승강장과 선로를 차단해 열차의 승강장 접촉을 막을 수 있다. 또 소음을 차단하고 분진을 막아 실내 공기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예산 부족을 들어 스크린도어를 확충하는 데 대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은 "밀폐형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려면 한 역당 29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산술적으로 1400억 원의 비용이 들어, 국비지원이 없을 경우 사실상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와 지역 국회의원들과 협의해 국비를 확보하고 단계적으로 설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대구도시철도 모든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3호선의 경우 밀폐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6일 사건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스크린도어만 설치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며 "매년 역사 내 자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예산타령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세월호 사건 이후 권영진 대구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핵심 화두를 '안전'으로 잡았고 최근 대구시 조직개편을 통해 안전을 총괄하는 '시민행복국'을 신설했다"며 이는 효율보다 안전과 이윤보다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은재식 사무처장은 "모든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3호선의 난간형 스크린도어도 밀폐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대구시는 향후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혀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대구도시철도, #스크린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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