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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박에서 뽑아낸 면발. 마법을 부리지 않았는데도 호박에서 국수 가락이 나오고 있다.
 국수호박에서 뽑아낸 면발. 마법을 부리지 않았는데도 호박에서 국수 가락이 나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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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까 싶었다.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국수호박이라지만 쉽게 상상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호박에서 국수 가락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이름은 생소한 국수호박이지만 생김새는 보통의 호박과 큰 차이가 없다. 흡사 큰 참외 같다. 아니 통통한 애호박만 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음식을 만드는 요령(레시피)대로 면발 뽑기에 나섰다. 먼저 국수호박 한 덩어리를 절반으로 쪼갠 다음 씨앗을 모두 긁어냈다. 그 호박을 끓는 물에 15분 동안 넣었다. 혹시나 해서 몇 분을 더 삶았다.

다 삶은 호박을 꺼내 찬물에 식혔다. 호박이 너무 뜨거워서 식히느라 애를 먹었다. 호박이 풀어내는 면발을 보기 위해선 참을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국수호박에서 면발 뽑기. 국수호박을 씻은 다음 절반으로 잘라 씨앗을 긁어낸다.
 국수호박에서 면발 뽑기. 국수호박을 씻은 다음 절반으로 잘라 씨앗을 긁어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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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박에서 면발 뽑기. 끓는 물에 15분 동안 삶은 호박을 건져 찬물에 식힌 다음 손으로 누르면 국수 가락이 나오기 시작한다.
 국수호박에서 면발 뽑기. 끓는 물에 15분 동안 삶은 호박을 건져 찬물에 식힌 다음 손으로 누르면 국수 가락이 나오기 시작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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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익어서 물러진 호박을 눌러주는 일만 남았다. 접시에다 대고 호박을 조심스럽게 눌러봤다. 호박의 속살이 흐트러지더니 면발 모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박을 누르는 손에 힘이 더 들어가자 면발이 술술 풀어져 나왔다.

세상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요술이었다. '비비디 바비디 부' 하고 주문을 외우지 않았는데도 호박의 속살이 면발로 변신했다. 동화 속에서 호박이 마차로 변하는 것처럼.

국수호박에서 면발 뽑기. 호박의 속살이 모두 국수 가락으로 변신해 나온다.
 국수호박에서 면발 뽑기. 호박의 속살이 모두 국수 가락으로 변신해 나온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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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박에서 면발 뽑기. 국수 가락으로 속살을 다 내놓은 호박은 껍질만 남는다.
 국수호박에서 면발 뽑기. 국수 가락으로 속살을 다 내놓은 호박은 껍질만 남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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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노랑의 속살, 별미의 재료가 되다

호박이 풀어놓은 면발의 빛깔도 탐스러웠다. 연노랑의 속살이 고스란히 국수 가락으로 됐다. 밀가루 한 숟갈, 쌀 한 줌 섞이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순수한 호박의 속살 그대로의 면발이다. 노란 속살을 면발로 다 풀어낸 호박은 쭈글쭈글해진 껍질만 남았다.

이 면발이 별미의 재료가 된다. 콩물과 만나면 콩물 호박국수다. 비빔 재료와 섞이면 비빔국수가 된다. 적당한 소스를 만들어 부으면 호박 샐러드다. 냉채로 만들거나 전으로 부쳐 먹어도 괜찮다. 아삭아삭 달짝지근 맛있다.

국수호박에서 뽑아낸 면발. 호박 한 덩어리에서 뽑은 양이다.
 국수호박에서 뽑아낸 면발. 호박 한 덩어리에서 뽑은 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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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박이 맛만 좋은 게 아니다. 우리 몸에도 좋다. 풍부한 섬유질이 우리 몸의 노폐물을 배출해 낸다. 변비에 좋다. 당연히 다이어트에도 으뜸이다.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우리 몸의 부기를 가라앉혀 준다. 잠도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돕는다. 자연스레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준다.

호박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과 미네랄, 칼륨은 고혈압과 당뇨에 그만이다.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비타민A는 시력의 저하를 막아준다. 호박은 또 우리 몸의 면역력도 높여 준다.

이 국수호박은 3㎏ 한 상자에 2만7000원씩 판다. 일반적인 호박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시쳇말로 없어서 못 판다. 한 유명 백화점에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나머지는 인터넷을 통해 직거래한다.

호박콩물국수. 호박에서 뽑아낸 면발에 콩물을 부어 만들었다.
 호박콩물국수. 호박에서 뽑아낸 면발에 콩물을 부어 만들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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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박샐러드. 호박에서 뽑아낸 면발에 여러 가지 야채와 소스를 얹었다.
 국수호박샐러드. 호박에서 뽑아낸 면발에 여러 가지 야채와 소스를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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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박을 재배하고 있는 이는 장성남(50)씨. 영광 백수에서 호박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충남 공주에서 전라남도 영광으로 옮겨왔다.

귀농 전 장 씨는 농협중앙회에서 일을 했다. 30대 초반에 지점장을 지냈다. 농협을 그만둔 뒤엔 쇼핑몰을 운영했다. 해외 유통에도 관여했다. 살림살이는 비교적 넉넉했다. 하지만 부인(김나연·45)의 건강이 문제였다. 귀농을 결심한 이유였다.

영광에 둥지를 튼 건 우연이었다. 백수해안에 여행 왔다가 풍광에 반했다. 산세가 빼어나고 바닷바람도 좋았다. 무엇보다 땅이 농사짓기에 그만이었다.

백수해안 뱀음골에 터를 잡았다. 묵혀있던 산비탈을 빌려 밭으로 일궜다. 밭이 된 6000㎡에 호박을 심었다. 호박은 열매는 물론 뿌리와 줄기, 잎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다는 게 매력이었다. 귀농 전부터 생각해오던 작물이었다.

국수호박을 재배하는 장성남 씨가 호박밭에서 국수호박을 들어보이고 있다. 장씨는 전남 영광으로 귀농해 국수호박을 재배하고 있다.
 국수호박을 재배하는 장성남 씨가 호박밭에서 국수호박을 들어보이고 있다. 장씨는 전남 영광으로 귀농해 국수호박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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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남 씨가 재배하는 국수호박. 호박 넝쿨에 노란 국수호박이 달려 있다.
 장성남 씨가 재배하는 국수호박. 호박 넝쿨에 노란 국수호박이 달려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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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10만㎡에 꿀단호박, 맷돌호박, 화초호박, 애호박 등 수십 가지 호박을 심었다. 이 가운데 1만㎡가 국수호박이다. 재배법도 자연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부엽토를 만들어 땅에 넣어주고 바닷물과 민물을 섞어 뿌려준다.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병해충이 줄어든다.

풀도 손으로 뽑는다. 미처 뽑지 못한 건 호박넝쿨과 함께 자라도록 놔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유기농산물 인증을 해주었다.

"좋습니다. 내가 직접 가꾼 안전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어서 좋고요. 맑은 공기 마시며 일하는 것도 보람이고요. 집사람의 건강도 많이 좋아졌고. 다 좋아요.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다는 것 빼고는요."

장씨의 말에서 귀농으로 얻은 보람이 묻어난다.

밭에 널린 국수호박. 귀농인 장성남 씨가 재배하고 있는 것이다.
 밭에 널린 국수호박. 귀농인 장성남 씨가 재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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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남 씨의 국수호박 밭.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겉보기에 호박보다도 풀이 더 많다.
 장성남 씨의 국수호박 밭.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겉보기에 호박보다도 풀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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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수호박, #호박랜드, #장성남, #호박국수,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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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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