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마카오는 중국 반환 이후에도 당분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중국과는 엄연히 다른 나라로서 이민국을 통해야 입국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홍콩과 마카오 여행은 필수 코스지만 정통 중국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는 심천(Shenzhen, 深圳)은 선택 코스에 해당한다.
심천은 홍콩과 경계를 이루며 구룡반도의 북부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선전강 연안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1979년 경제특구로 선포된 심천에 대해 알아보면 중국 남부의 광동성 땅으로 강과 호수가 많아 심천이라는 지명이 유래했고, 해안가 항구도시의 지리적 이점 때문에 해상무역이 발달했다. 또 사계절 꽃이 피어나는 아열대해양성 기후로 주변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또한 등소평의 개방과 개혁의 산물로 만들어진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을 찾는 여행객의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평균연령이 30세에 불과한 젊은 도시이기도 한 이곳은 주민들의 생활수준과 교육수준이 높고, 중국부자의 30%가 사는 4대 금융도시로 1000여만 명이 거주하는 신흥 산업도시다. 제주도를 모델로 만든 깨끗한 도시이고, 남녀 비율이 1대7로 불균형을 이룬다.
지난 3월, 홍콩과 심천을 연결하는 KCR 기차에 올랐다. 1등석이라 의자의 쿠션이 편안하고 내부시설이 깨끗했다. 창밖으로 홍콩의 식수를 공급하는 수도관이 길게 이어지고, 여러 팀이 배구경기를 하고 예전의 교련처럼 제식훈련 하는 모습도 보인다.
로후역에 도착해 홍콩 출국심사를 하고 사람들을 따라가다 유리창 밖을 내다보면 홍콩과 심천을 나누는 작은 물줄기를 경계로 철조망과 다리가 어렴풋이 보인다. 이민국에 도착해 중국 입국심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면 심천의 풍경이 기다린다.
심천 최고의 볼거리는 실물과 같은 작은 모형이 한 곳에서 중국의 명승지와 다양한 건축물을 보여주고 여러 민족들이 사는 모습을 통해 중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심천 민속촌'이다.
워낙 부지가 넓어 1시간 동안 전동차를 타고 전체를 파악한 후 천천히 걸으며 돌아보면 세계 118개 명승지의 건축물과 유적지들을 재현한 미니어처는 물론 북경의 자금성과 만리장성 등 중국의 대표적인 유적지들을 축소한 미니어처, 중국 소수민족의 다양한 삶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중국의 56개 민족 중 생활환경과 민속적 특징이 있는 24개 촌락을 거대한 인공 호수를 중심으로 그들이 살고 있는 방위에 따라 남과 북으로 나누어 조성해 각 촌락들과 어우러진 자연과 야생동물을 감상하거나 호수에서 배를 타고 즐길 수 있다. 시간에 맞춰 자신들의 대표적인 민속 무용이나 음악을 공연한다.
1·2부로 나누어 펼쳐지는 민속쇼 공연은 다양한 소수민족, 1000명이 넘는 등장인원, 웅장한 스케일과 무대장치로 꾸며져 다른 나라의 유명한 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1부는 실내공연으로 다양한 민족들의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민속적이고, 2부는 실외공연으로 야간에 사람과 동물 및 불과 레이저를 스토리로 구성해 무척 화려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