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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 서울소년분류심사원장
 김철호 서울소년분류심사원장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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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가면서 분명 변합니다. 정신이 성숙하지 못해서 비행을 저지르다가도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건전하게 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0년 간 '심사원'을 거쳐 간 아이들을 추적한 결과 성인이 돼서도 계속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6%에 불과하다는 게 그 증거입니다."

김철호 서울소년분류심사원장이 제시한 비행청소년 교정 방법이다. 김 원장은 "힘들더라도 포기 하지 말고 관심과 사랑의 끈을 놓지 말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아래 분류심사원)은 전국에 단 하나 밖에 없다. 비교적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10세~19세 미만 청소년들을 위탁받아 신상조사, 심리검사, 환경조사, 행동관찰을 해서 판사에게 적절한 처분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하는 전문기관이다. 이와 함께 수용된 청소년들에게 강·절도 예방교육, 분노조절훈련 등 각종 교정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심사원을 방문, 김철호 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지난 2013년 7월, 이곳으로 부임했다.

김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분류심사원은 소년원과 다르다. 소년원은 소년범들을 수용해서 교정교육을 시키지만, 분류심사원은 조사와 진단을 통해 비행 원인과 범죄 원인을 규명, 이들에 대한 처우 지침을 제시한다. 두 곳 모두 빨간 줄(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죄가 성인 못지않게 무거워 형사재판을 받고 형을 집행하는 '소년교도소'는 전과기록이 남는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 13~19세 청소년 210명 수용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은 지난 1971년 '서울소년감별소'라는 이름으로 서울 서대문 현저동에서 문을 열었다. 1984년, 현재 위치인 안양시 호계동으로 이전했고, 1995년에 이름을 바꿨다. 7월 현재, 청소년 210명이 이곳에 수용돼 있다. 

이곳에 수용된 청소년들은 대략 13세~19세 사이의 소년·소녀들이다. 절도, 폭력, 강간 등 각종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간 머무른다. 작년에 3630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현재 분류심사원의 가장 큰 문제는 시설에 비해 수용인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장소가 비좁아 12명을 재워야 적당한 방에 30명을 재우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국에 단 하나밖에 없는 기관인데다 서울·경기뿐만 아니라 인천, 강원도 지역 청소년들까지 수용하다보니 적정 인원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류심사원이 없는 지역은 소년원에서 업무를 겸하고 있다.

적정 수용인원은 월 150명이지만, 2013년에는 월 평균 수용인원은 240명이었다. 수용인원의 60%를 초과한 것이다. 직원 수도 부족하다. 법무부 자체평가에 따르면 필요한 직원 수는 122명이지만 현재 직원은 74명에 불과하다. 직원 수가 부족한데 수용인원이 초과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김 원장은 열악한 상황을 해결하는 해법으로 분류심사원을 증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김 원장은 행정안전부에 분류심사원 증설을 제안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판사들은 이곳에서 월 400명 정도를 수용해야 한다며 이구동성으로 (분류심사원을)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필요한 시설이란 말이지요. 심사하고 교육시켜야 할 아이들은 많은데 장소가 비좁아서 안타깝습니다. 올해 꼭 증설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판사들이 증설을 주장하는 이유는 분류심사원이 판사들에게 소년들의 적절한 처분을 의뢰하는 기능과 더불어 인성 교육 등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사들이 이곳을 거쳐 간 아이들을 보며 놀라워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아이들이 몇 주 만에 싹 바뀌어 있거든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덕분입니다. 강·절도를 한 아이들에겐 강·절도 예방 교육을, 화를 못 참는 아이들에겐 분노 조절 훈련을 시킵니다. 아예 반이 그렇게 나뉘어져 있어요. 주로 자기 잘못을 깨우쳐주는 내용입니다. 피해자한테 미안해하게 만들어주죠. 영화나 미술을 통한 심리치료, 독서, 성찰일기 쓰기 등도 주요 프로그램입니다."

수용 청소년들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

김 원장은 "'이곳에 오는 아이들 약 90% 정도는 결손 가정이거나 부모가 불화를 겪고 있는 등, 불안정한 환경에 처해 있다"며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곳에 온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노력하라"는 말을 꼭 해준다. 부모들에게도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가져 달라"고 당부한다.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이런 이유로 부모 면회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김 원장은 "면회는 자주 올수록 좋다"며 "가족이 아이한테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나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면회실에는 아이들과 면회자 사이를 막는 가림막이 없다. 가족이나 친구를 만났을 때 서로 손도 잡고 얼굴도 쓰다듬으면서 스킨십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분류심사원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대부분 차분해진다. 하지만 간혹 교사에게 덤빌 정도로 거친 아이도 있는데, 대부분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이런 아이들을 세심하게 돌보기 위한 인력 보강이 절실하다.

"이곳에 왔다 간 이후로 아이가 변했다며 가끔 부모님한테 감사 인사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직원들도 아마 그 맛에 격무를 이겨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게 힘든 일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인 셈이죠. 언젠가 한 아이가 나중에 이곳 직원이 돼서 자기가 그동안 선생님한테 받은 것을 베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태그:#김철호,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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