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이 17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하차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이 17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하차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 JTBC


17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그간 패널 중 한 사람으로 출연했던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하차했다. 그러면서, 연예인의 한 사람으로 '하이퀄리티 미디어 비평'을 지향하며 연예인들의 각종 사건도 다루는 '예능 심판자' 코너에 참여하는 것이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늦었지만, 그래도 바람직한 결정이다.

아이돌 통신을 자처했던 김희철은 당찬 각오를 가지고 비평 코너에 참여했지만, 대형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인 그의 출연은 마치 삼성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보였다. <썰전> 1부에도 대놓고 박원순과 안철수의 저격수임을 자부하는 강용석 변호사가 있지 않느냐고? 여기는 여당을 편드는 강용석의 맞은편에서 제동을 걸 수 있는 이철희 소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예능 심판자'에는 그런 이철희가 없다. 더구나, 제 아무리 친분이 깊어져도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불꽃이 튀는 이철희-강용석과 달리, 애초에 불꽃 튀기는 입장 차이는커녕  점점 더 '연예부 기자 방담'과 같은 모양새를 취하는데다, 그나마도 출연자들의 친분이 깊어지면서 '예능 심판'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김희철이 더 이상 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섭섭함을 드러내는 MC 허지웅의 모습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마도 '예능 심판자' 초기의 허지웅이었다면, 김희철과 친하지만 예능 심판자 코너에서 나가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허지웅은 함께 했던 술자리를 회상하며 그의 퇴장을 아쉬워한다. 한 술 더 떠서, MC 박지윤은 웃자고 하는 소리겠지만, 누굴 보고 진행을 하냐며 사심을 드러낸다. 도대체 이 코너의 정체성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의심스러운 장면이다.

자기 소속사 사람 앞에서는 무뎌지는 '심판자'

 김희철은 <썰전>에서 같은 소속사 설리의 열애설을 다룰 당시에 대해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방어적으로 나갔다"고 고백했다.

김희철은 <썰전>에서 같은 소속사 설리의 열애설을 다룰 당시에 대해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방어적으로 나갔다"고 고백했다. ⓒ JTBC


김희철의 퇴장은 그 자신이 말했듯이, 이미 자신은 알고 있는 주변의 사건들이 앞으로도 <썰전>을 통해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한에서 곤란해질 자신의 처지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곤란한 처지 혹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이미 그간 <썰전>을 통해 수차례 증명되어 왔다. 그와 같은 소속사인 여자 아이돌과 남성 힙합 듀오 멤버와의 연애 스캔들과 관련해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혀 아니라는 듯이 여자 아이돌의 편을 들었다. 하지만 결국 이후의 과정은 그의 그런 '장담'이 결국 자기 소속사 사람 챙기기였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되었다.

문제는 자기 소속사 사람을 챙기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자기 소속사 사람이야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다 치더라도, 타 소속사 연예인에 대해서 김희철은 '예능 심판자'의 패널로서 혹은 '아이돌 통신원'의 발 빠른 입으로 비판에 앞장 서는 모양새를 보였기에 불공정한 처신으로 논란이 되었다.

당장 17일 방송분만 봐도 그렇다, 같은 소속사 아이돌들의 연애 이야기와 관련해 김희철은 억울한 듯이, 연애하는 게 죄냐고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전에 그는 그들이 연애하는 것이 죄라도 되는 양, 자사 소속 아이돌의 스캔들을 덮어 주기에 급급해 왔다.

반면, 박봄의 마약 밀반입 혐의 건에 대해서는 이미 자신이 4년 전 기자들과의 회식을 통해 그 사건을 알고 있었음을 자랑스레 언급한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이 무슨 문제이겠느냐마는, 하물며 개인적 스캔들이 아니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과연 박봄이 김희철과 같은 소속사였어도 저렇게 앞장서서 '내가 잘 아는데' 식으로 이야기를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는 김희철 본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가 몸담고 있는 거대 기획사의 문제다. SM이 연예 산업 전반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엄청난 상황에서 그가 '비평'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난센스였다. 그런 난센스를 김희철 자신의 결단으로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예능 심판자' 코너 역시 본격적인 '독한 혀'들의 전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제 아무리 친한 사이가 되었어도 여전히 각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첨예한 시각 차이를 감추지 않는 1부 이철희-강용석 두 사람처럼, 2부의 '예능 심판자' 역시 '미디어 비평'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더 이상, 비평의 대상이 되는 프로그램조차 보지 않은 상태로 '썰'을 푸는 해프닝이 일어나지 않는, 비평다운 비평을 할 수 있는 진짜 '예능 심판자'들의 코너로 변신해 보는 건 어떨까?

그나마 김희철은 현명한 결단으로 <썰전>에서 물러나지만, 사실 김희철과 같은 사례는 현재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일비재하다. 김희철과 같은 그룹 멤버인 규현이 MC로 자리 잡은 MBC <라디오스타>에서 그들과 같은 소속사 연예인의 섭외는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종 정치적 사안이나 사내 인사의 민주적 절차와 관련해서는 '공정'을 외치는 방송가가 비단 이런 '카르텔(담합)'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무심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래서 안 슬프게도 '김희철의 결단'이 대견하다. 이런데 다음 회에, 김희철과 같은 소속사 누군가가 김희철을 대신하여 그 자리에 앉는 건 아니겠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썰전 김희철 예능 심판자 설리 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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