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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수 있냐고? 하느님이라면 이런 공천 안 한다. 왜 이런 공천해놓고 하느님을 들먹거리나? 안 대표의 마음, 이해할 수 있다. 금태섭, 윤장현…. 정당한 절차나 과정을 통하면 누가 뭐라나. 무슨 활극하듯 공천 해버리면 어쩌나. 꼭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우리는 대표가 가진 영향력을 충분히 감안하고 존중한다."

난데없는 통합선언, 기초선거 무공천, 윤장현 광주시장 전략공천... 소용돌이 칠 때마다 마이크를 들이댔지만 번번이 사양했던 정치인이 있다. "다 생각이 있으니까..."라는 말로 대신했다. 무기력한 대응같았다. 할 말은 있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답변에, 언제까지 참나보자, 답답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3일 전화를 걸었다. 만나자고 했다.

486 정치인의 맏형 이인영, 안철수에 각 세우다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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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재선 의원이다.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학생운동과 재야운동, 김근태계 안에서 함께 해온 후배들이다. 이번 동작을 공천에 대해선 "손가락이 모두 아프다"는 말로 공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486 정치인의 맏형으로 80년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그간 별다른 비판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9일 작정한 듯 안 대표를 정조준했다.

그는 인터뷰 초반부터 "당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당이 민주정당다운 모습을 잃어버릴 수 있는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천은 당내 민주주의의 결정판인데 거기서 파국이 조성되고 있으니 아주 심각한 문제"라며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패권적·계파적 공천 같은 인상을 주고 있고 민주공천이 활극공천이 돼 버렸다"고 각을 세웠다.

이 의원은 "당이 자중지란으로 가면 7.30 재보선 패배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어 다들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선거 끝날 때까지 모두 입 닫고 있어라? 그건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이어갔다.

안철수·김한길 두 대표가 주도한 이번 공천과 관련해 그는 "이 공천의 콘셉트에 대해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 관행이나 관성에 의한 낡은 공천관념은 당연히 파괴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공천의 상도, 상식 이런 것들이 지켜졌나?"고 반문했다.

서울 동작을 공천은 도의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판단한 이 의원은 "동민이(기동민 전 부시장)에게 솔직히 버리라"고 했지만, "본인이 감당하면서 가겠다는데 그 이상은 더 말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냥 안 했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고 덧붙였다.

7.30 재보선 이후, 지도부가 이번 공천에서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 책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도부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인영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7.30 재보선 공천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추세다. 당 최고위원을 지낸 입장에서 현 사태를 어떻게 보나.
"당의 위기다. 내부적으로는 당내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국민적으로는 우리 당이 민주정당다운 모습을 잃어버릴 수 있는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천이 당내 민주주의의 결정판인데 거기서 파국이 조성되고 있으니 아주 심각한 문제다.

적어도 과거엔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당무위원회를 통해 대체로 공천의 큰 흐름을 조절하거나 완충하는 과정을 거쳤다. 여러 장치를 통해 절차적 정통성이 보강됐었는데 이번 공천에선 이런 부분들이 전부 생략되니까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이번 우리의 공천이 '활극공천'처럼 돼 버렸다.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패권적인 계파적 공천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민주공천이 활극공천이 돼 버렸다."

- 과거에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는데, 이번 공천과정에서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 공천의 콘셉트에 대해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관행이나 관성에 의한 낡은 공천관념은 당연히 파괴돼야 한다. 그런데 공천의 상도, 상식 이런 것들이 이번에 지켜졌나? 도의, 상식 이런 게 관철되지 않았다, 뭐 이런 생각들이 당내에 많은 것 같다.

지도부는 이번 공천이 말 그대로 최선의 사람들을 최적지에 공천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이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나. 정말로 최선의 사람들을 최적지에 공천한 것이라면 공천의 일반적 절차와 과정이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공천신청 과정에서 해당 지역 사람들이 공천에 임하는 절차적 정당성이나 민주적 정통성을 얼마든지 지키면서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최고위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면 당무위 등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면서 가야 했는데 이번 공천의 경우 어떤 건 두 대표(김한길·안철수)가 다 해버렸다. 최고위원들의 의견도 안 들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누가 민주정당이라고 생각하겠나.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당이라고 사람들이 생각이나 해주겠나."

"대표의 측근공천 논란까지... 파국적 상황"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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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도 전략공천은 있지 않았나.
"이 정도로 일반적인 공천의 프로세스를 확확 휘두르면서까지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큰 흐름을 마구 훼손하면서까지 하지는 않았다. 현재는 대표의 측근공천 논란이 벌어지니까 완전히 파괴적인 파국적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은 물론 다른 지역도 상처가 깊다. 어떻게 봤나.
"기동민 전 부시장은 광주에서 전략공천을 원했을 것이고 천정배 전 장관도 전략공천을 요구했을 텐데 그것이 서로 충돌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그럼, 최악의 경우 경선을 시키면 되는 것 아닌가. 2자 경선이든 3자 경선이든 4자 경선이든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되는데 둘 다 빼버리는 방식으로 하니까 문제가 커졌다. 여기도 문제 저기도 문제 골치 아프니까 나온 절묘한 수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지 모르나 이건 상도를 벗어난 일이다."

- 기동민 전 부시장의 출마결정은 잘된 결정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지도부라면 이런 식의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또 이렇게 결정해놓고 책임을 넘기는 식의 압박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 정치 도의에 맞는 결정이라고 보나.
"솔직히 나는 버리라고 했다. 버려서 더 커지는 정치의 길이 있다고 충분히 설명했다. 그런데 출마하기로 마음먹은 뒤에는 기 전 부시장에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본인이 감당하면서 가겠다는데 그 이상은 더 말하긴 힘들었다. 그냥 안 했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 왜 버리라고 했나.
"김근태 그리고 전대협. 물론 이런 관계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전에 기동민이라는 사람이 가야 할 기동민의 정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동민이 하고자 하는 정치의 가치, 이런 것들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잘못된 절차나 과정으로 움직여지는 게 좋은가 고민이 있었다. 함께 시대정신을 호흡했던 사람들끼리 이렇게 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었다."

- 486 운동권 정치인들이 금배지 앞에선 우정도 의리도 없다, 기득권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비판한다. 이 비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할 말이 없다. 그 비판에 동의하건 안 하건…, 할 말 없는 상황이 된 것은 맞다. 당 지도부 탓이다 이런 말도 못하게 된 것 아닌가. 누구로부터 초래됐든 우리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해내지 못하면 스스로 그 굴레에 갇힐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 정치가 원래 그렇게 냉혹한 거지, 이런 얘기도 있는데.
"정치를 꼭 우정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것조차도 우리 이전에 정치했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정치하고 싶었던 게 사실 아닌가… 내 책임이 가장 큰 것 같다."

- 이런 방식의 공천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이런 방식의 공천은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당내에 상당히 많다고 본다. 다만 이것이 지도부에 대한 공격으로, 또 당의 자중지란으로 가면 7.30 재보선 패배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들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거꾸로, 단 한 사람의 의인이 있다면 내가 너희를 멸하지 않겠노라 했던 성경말씀대로 이 과정이 대중의 눈에 잘못된 것으로 보여서 정말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이 위기로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라면 한 사람이 의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끝날 때까지 모두 입 닫고 있어라? 그건 아닌 것 같다. 말할 것은 말하는 게 그 자체로 굉장히 중요한 진실이고 진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공천밖에 못 하나... 정말 참담하다"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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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공동대표는 9일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금태섭 전 대변인의 공천문제를 거론하며 이런 식으로 문제 삼으면 하느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동의하나?
"그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하느님이라면 이런 공천은 안 한다. 하느님은 공천구도 전체를 이렇게 안 짰을 거다. 왜 공천해놓고 문제되니까 하느님을 들먹거리나? 안 대표의 그런 마음은 이해할 수있다. 금태섭, 윤장현…. 정당한 절차나 과정을 통해 하는 거라면 누가 뭐라 하겠나. 그런데 이번엔 그런 게 아니지 않나. 무슨 활극하듯 공천을 해버리면 어쩌나. 꼭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우리는 대표가 가진 영향력을 충분히 감안하고 존중해준다."

- 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의 공천에 문제가 있다면 486 정치인들이 좀 싸우지 그랬나.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어수선한 과정을 정돈해서 선거를 일단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금 선거 지라고 고사를 지낼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일단 선거를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기 부산이나 울산 이런 데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하물며 수도권에서…."

- 지도부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지도부 스스로 판단할 거라고 본다."

- 동작을 공천파문으로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너희도 기득권 정치인들과 다를 게 없다, 그런 비판은 오래된 편이지만.
"우리끼리의 충돌이라는 아킬레스건 같은 것들이 온 거다. 명분이나 도덕성이 심대하게 훼손돼서 얘기할 자신이 없었는데…. 나는 솔직히 지금부터 새로운 흐름과 기존 정치의 흐름간 멋있는 경쟁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흐름들이 많이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선관위 시계는 절대 시간으로 돌아가는 건데, 정치하는 사람이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자꾸 닥쳐서 무언가를 결정하려고 하고, 민주적 기반을 취약하게 만들면서 공천참극이 빚어지니 문제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정홍원 같은 사람을 날리지 못하는 우리 스스로의 취약성이 이런 공천과정을 통해 노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두환 고스톱에도 낙장불입이라는 원칙이 있다. 한 번 떠난 총리를 다시 맞는다는 게 얼마나 상징적인 일인데, 이런 공천의 모습밖에 못 만들어내나. 정말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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