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프라임> '치매를 부탁해'의 한 장면.

EBS <다큐 프라임> '치매를 부탁해'의 한 장면. ⓒ EBS


EBS <다큐 프라임>은 2012년 방영 화제가 됐던 <치매를 부탁해2> 중 1부 '나는 치매입니다' 3부 '치매라도 괜찮아', 6부 '치매 앞의 당신'을 6일 재방영했다.

1부 '나는 치매입니다'는 치매라는 병을 통해 서서히 일상의 삶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환자들을 조명한다.

겨우 58세에 불과한 손유선씨는 아직 중년의 주부처럼 보이지만 어린 손자가 조립할 수 있는 장난감도 조립할 수 없는 치매를 겪고 있다. 72세의 서인순씨는 더 이상 음식을 할 수 없다. 오랫동안 다니던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뜨는 단순한 일조차 할 수 없어, 결국 함께 다니던 동료로부터 일을 그만 둘 것을 종용받는다. 한때 건축시공사를 운영했던 김송규씨는 이젠 스스로 자동차를 몰고 사무실에 나가는 것조차 버겁다. 뇌를 공격한 치매는 그들이 가장 익숙하게 해오던 일상의 삶으로부터 그들을 밀어낸다.

치매,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다른 병

하지만 치매가 곧 일상의 지옥은 아니다. 3부 '치매라도 괜찮아'는 지옥 같은 병 치매를 천당 같은 삶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김상애 할머니는 검진을 갈 때마다 뇌세포가 줄어드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지만, 언뜻 봐서 그녀가 중증의 치매 환자라는 걸 알 수 없다. 하루 종일 빗과 수건 등을 가지고 망상 증상에서 비롯된 허구의 대상과 대화를 나누지만, 그것이 심각한 사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런 그녀의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투병 생활은 같은 건물에서 생활하는 딸 김영희씨 가족의 절대적인 헌신을 전제로 한다. 자신 역시 정신지체 딸을 기르고 있는 김영희씨는 늘 엄마의 병을 너무 늦게 알아봐 준 사실 때문에 미안해한다. 그리고 치매에 걸렸어도 여전히 기르기 힘든 딸을 키우는 자기 자신을 안쓰럽게 봐주는 엄마가 있는 사실을 감사하게 여긴다.

늦었지만 엄마의 병을 받아들인 김영희씨네 가족에게 치매는 그저 조금 다른 일상이다. 엄마의 방에 CCTV를 걸어놓고 한시도 놓치지 않고 지켜봐야 하는 일상이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엄마 곁에 더 많이 함께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위가 남편을 만나러 가는 장모의 팔짱을 끼고 함께 거리의 카페에 앉아 졸지에 온가족의 데이트가 이루어지는 일은 김영희씨 가족에게 희한한 일이 아니다. 시어머니와 장모가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대화를 나누는 건, 특별한 행사가 더더욱 아니다.

6부 '치매 앞의 당신'에서는 밝힌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가피하게 맞닥뜨릴 수 있는 경우의 수 중 하나라고, 하지만 그 경우의 수를 어떻게 맞이하는가는 받아들이는 자세와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고.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치매의 진전을 막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더구나, 의사조차도 선뜻 치매라는 진단을 내리기를 꺼려하는 우리나라에서 다수의 치매 환자들이 통계 외의 영역에서 그림자처럼 치매를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치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단 진행되는 치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회에 등장한 손유선씨, 서인순씨, 김송규씨 등 치매 초기 환자들에게 뇌세포 운동과 식이요법을 실시했다. 뇌세포 운동은 끊어진 뇌신경 세포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이 운동을 통해 다시 회복된 조직은 전처럼은 아니라도 기능을 일정 정도 회복한다.

저염식과 뇌에 좋은 음식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이 어려운 식이요법 과정을 완수할 수 없었지만, 그 과정을 무사히 마친 손유선씨 등은 심지어 전보다 인지 능력이 좋아진 상황을 맞이한다. 즉 어떤 치료와 식이요법을 하는가에 따라 치매의 진행을 늦추거나, 정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실험은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의사들은 말한다. 우울증 등이 치매를 보다 악화시킨다고, 긍정적인 자세는 심지어 진행 중인 치매조차도 멈출 수 있다고. 72세의 서인순씨는 치매 환자이지만, 그녀의 일상은 그저 건망증이 조금 심한 정도처럼 보인다. 가족들은 그녀의 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그저 조금 더 함께 하고 이해해야 할 그 무엇으로 받아들인다.

치매 환자는 뇌의 일부분이 문제가 생긴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살아오던 마음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으로서 존중받고자 한다. 바로 인간으로서의 존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놓치지 않는 치매 환자들의 삶은 불행하지 않다.

심지어 치매 환자들이 더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치매 환자들의 그룹 홈 안디옥 사랑의 집 원장은 금세 잊어버리고 리셋(reset)되는 할머니들의 삶이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말한다. 집착과 우울증을 보이던 할머니들도 원장이 켜놓은 음악에 맞춰 흥겨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한때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기조차 했던 할머니는 이렇게 행복한 삶이 어디 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할머니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으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그룹 홈, 그것은 가족들의 희생과 시설만이 대안인 지금의 치매 환경에서 이상적인 또 하나의 대안이다.

치매 전문 의사는 말한다. 치매는 뇌의 일부분의 문제라고, 하지만 뇌에는 치매가 걸리지 않는 다른 부분도 많이 남아있다고. 그래서 나이 들어 어쩌면 겪을지도 모를 치매를 쉬쉬하고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처하여, 치매에 걸릴 위험도 줄이고, 치매를 걸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자고 한다.

<치매를 부탁해>는 거듭 부탁한다. 아마도 이것이 2012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다큐 프라임>을 찾아온 이유일 것이다. 치매의 심각함에 경도되지 않고, 그저 우리가 나이 들어 만날 수 있는 병, 치매를 적극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해 본다. 나이 들어가는 방식 중 하나로, 그것을 전염병처럼 멀리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치매 환자들과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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