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의 결과를 가져 온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홍 감독은 사의 입장을 밝혔으나 협회에서는 유임을 결정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국회관에서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의 결과를 가져 온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홍 감독은 사의 입장을 밝혔으나 협회에서는 유임을 결정했다. ⓒ 이희훈


대한축구협회가 2014 브라질 월드컵 부진으로 사퇴하려는 홍명보 감독을 붙잡고, 2015 아시안컵 지휘봉을 맡겼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의 사퇴 의사에도 아시안컵까지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허정무 부회장은 "월드컵 예선 마지막 벨기에전이 끝나고 홍명보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라면서 "귀국 후 정몽규 협회장과의 면담에서도 재차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허 부회장은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대표팀 수장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홍명보 감독에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고, 홍 감독을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사의를 반려했다.

허 부회장은 "(월드컵 부진은) 협회 책임이 더 크다는 판단을 했으며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 줄 것을 당부하며 홍 감독을 설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 감독이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한국 축구에 남긴 발자국의 깊이와 우리에게 선사한 기쁨과 희망을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라며 "비록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목표로 했던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홍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우리 대표팀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허 부회장은 "대표팀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려 이 자리 빌어서 머리 숙여 깊게 사과드린다"라며 "축구협회와 홍 감독에게 쏟아지는 모든 질책을 달게 받고,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라고 밝혔다.

일관성 없는 축구협회 행정

 1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알라모돔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과 멕시코의 평가전. 홍명보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1월 28일 한국과 멕시코의 평가전 당시 홍명보 감독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해 6월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반전에만 세 골을 내주며 2-4로 대패했고,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0-1로 패하는 등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홍 감독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결과를 떠나 원칙을 깬 선수선발 과정의 잡음, 전술적 실패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으며 축구팬들의 사퇴 압박을 받았다. 또한 홍 감독이 그동안 한국 축구에 기여한 업적과 부족한 월드컵 준비기간을 고려하고 당초 약속대로 계약 기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준비하기에 1년이라는 기간은 많이 부족했다고 본다"라면서 홍 감독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9월부터 곧바로 A매치 일정이 시작되고, 아시안컵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새 사령탑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축구협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브라질 월드컵을 위해 조광래 감독을 선임했다가 정식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밀실행정으로 갑자기 경질했다. 대표팀을 이끌 의사가 없던 최강희 감독에게 임시로 지휘봉을 맡겨 힘겹게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뒤 본선을 1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월드컵 준비 기간에만 사령탑을 두 차례나 바꾸고, 불미스럽게 경질한 조광래 감독과 달리 홍명보 감독에게만 임기를 보장해주려는 축구협회의 일관성 없는 행정도 축구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 결국 유임된 홍 감독은 1994 미국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대표팀 감독을 계속 맡게 된 사례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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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허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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