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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농활 일정을 소화한 용회마을 농활대원과 주민들이 해단식을 마치고 v자를 그리고 있다.
▲ 우리가 밀양이다. 용회마을 농활대원과 밀양의 사람들 7박8일 농활 일정을 소화한 용회마을 농활대원과 주민들이 해단식을 마치고 v자를 그리고 있다.
ⓒ 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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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인 내가 밀양에 처음 간 것은 지난 1월 25일 2차 희망버스 때였다(관련 기사 : 청년의 눈으로 본 밀양..."전기보다 사람이다"). 그때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전기보다 사람이다, 우리가 밀양이다"라고 외치며, 송전탑까지 가기 위해 산비탈을 기어서 올라갔다. 아마도 그때의 기억이 나를 다시 밀양으로 향하게 만든 것 같다.

지난 6월 21일 토요일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에서 '2014 생명평화의 초록농활' 발대식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우리는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인 이 사회를 거부합니다. 생명이 중요하다고 말하기 위해 밀양으로 갑니다"고 말하며 밀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2014 생명평화의 초록 농활대는 6월 21일~27일까지 밀양으로 농민학생연대활동(아래 농활)을 떠났다. '이윤과 희생의 시스템에서 생명과 공존의 마을로! 765kv 초고압 송전탑에 맞서 밀양으로 떠나자!'라는 기조로 한 자리에 모인 청년들이 밀양으로 향한 이유는 지난 6월 11일에 있었던 경찰과 한전의 무자비한 행정대집행 그리고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사회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초록농활 대원으로서 7박8일간 용회마을에 있었다. 용회마을에 막 도착했을 때 처음 보는 어르신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힘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곧 고민은 사라졌다. 손을 잡으며 "와줘서 고맙다. 힘이 난다"고 말하는 할매, "밥은 먹었나? 일은 힘들지 않나?"는 박호야 대책위원장, 일하고 왔더니 "힘들었제? 고생했다. 농사일이 원래 힘들다" 말해주는 어머님들이 있었다. 그렇게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밀양에 동화되어 갔다.

용회마을 초록 농활대에게 주어진 임무는 '한 평 프로젝트'로 운영되고 있는 맥문동의 잡초를 뽑고, 감자를 수확하는 일이었다. 한 평 프로젝트란 농민과 연대자 간의 유대를 위해 천 명의 사람이 기부를 하고, 천 평의 밭에 작물을 심는 사업이다. 이곳을 담당하던 주민 은 고생한다며 간식을 챙겨주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피곤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밀양이듯, 연대자들도 밀양이었다. 연대자들은 강순자 어머님의 생신을 맞아서 닭볶음탕을 준비했다. 주민과 농활대 그리고 연대자는 즐겁게 술 한 잔 기울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모두가 밀양이 되어서 함께 했다. 벽 없이 어울리고 그 속에서 사람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송전탑공사는 밀양을 병들게 한다

여수마을에 건설되고 있는 송전탑. 그 아래에서는 한 주민이 밭을 매고 있다.
▲ 송전탑과 밭을 매고 있는 주민 여수마을에 건설되고 있는 송전탑. 그 아래에서는 한 주민이 밭을 매고 있다.
ⓒ 김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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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자재를 실은 헬기는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에도, 맥문동밭 잡초를 뽑는 도중에도 날아갔다. 보라마을에 있는 감자밭으로 감자를 캐러 가는데 경찰은 마을 입구를 막고 주민의 행선지를 물었다. 농담을 나누던 주민들은 경찰 앞에서 "농사지으러 갈라 카는데 왜 막노, 니 누구고" 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 옆에는 아파트 40층짜리 송전탑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 자리는 송전탑 때문에 분신했던 고(故) 이아무개 어르신의 논이었다.

지금 밀양 주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을 보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주민이 많았다. 한 주민은 "할매들도 똑같은 여성이다, 20대 새파란 남경들 앞에서 옷을 벗는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노"라고 말했다. 모여 있는 농활대를 경찰로 착각해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주민도 있었다.

지난 6월 21일 대책위가 주최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 주민은 "행정대집행 때 소뼈를 바르는 칼로 하우스를 철거했다, 할머니를 개 잡듯 잡았다"라며 "연로하신 할매와 할배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끝까지 권리와 생존권을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지난 11일 행정대집행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밀양에 송전탑은 불청객이다. 마을 주민들을 나누어 놓았고, 삶을 파괴했다. 한평생 고향에서 농사만 짓던 주민들에게 공권력을 투입해 입막음하려는 것은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다. 밀양은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인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나의 또 다른 고향 밀양, 저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에 앞에서 "이윤보다 생명이다." "밀양을 기억하라" "우리가 밀양이다" 외치는 초록농활대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에 앞에서 "이윤보다 생명이다." "밀양을 기억하라" "우리가 밀양이다" 외치는 초록농활대
ⓒ 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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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한 주민은 "이미 철거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다음 활동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 주민들은 새로이 두 번째 투쟁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른 주민은 "나는 태어날 때부터 밀양에 살았다, 다른 사람들은 용회마을에 복이 없다카는데 나는 용회마을에 사는 게 좋다, 복이 없다카는 것은 송전탑 때문인기라"라고 말했다.

밀양대책위 박인화(21)씨는 "말도 안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청년은 다음 세대와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청년이 더 왔으면 좋겠고 밀양과 연대하는 이유를 확고하게 했으면 좋겠다, 주민들이 왜 투쟁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27일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서 초록농활대 해단식이 열렸다. 6개 마을로 들어갔던 농활대가 한 곳에 모여 그동안 있었던 일을 공유했다.

"위안과 안심을 느꼈다. 처음 밀양으로 농활을 간다고 했을 때 주민들의 아픔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밀양주민들과 소통하면서 '밀양은 강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회마을은 밀양을 지켜내려는 강한 의지가 담긴 마을이다. 강한 연대감과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되려 힐링을 받고 간다." - 용회마을 농활대원 현병택(20)씨

"평밭마을 어느 곳에서나 송전탑이 보인다. 129번 송전탑이 지어지고 있는 곳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생명보다 이윤이 더 중요한 사회에서 경찰과 밀양 한전 직원들은 유한숙 어르신 죽음의 이유를 깨닫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 평밭마을 농활대원 용혜인(25)씨

"골안마을은 할머니 20여 명이 사는 마을이다. 그 곳에서는 오후 2시에 공사장 입구에 서서 '2시 데모'를 한다. 농활 마지막 날 2시 데모를 끝내고 위원장 사모님께서 한전 직원들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옷자락을 잡았다. 경찰의 제지에 사모님 손에서 피가 났다. 어서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지만 반응이 없었고, 경찰은 도리어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법적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경찰들은) 마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에는 가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 골안마을 농활대원 김세정씨

학생들의 말에 밀양 주민은 "내 조상에게 받은 땅을 후대에게 물려줘야함을 알고 있다. 끝가지 싸울 것이다"라고 답하며 "잡은 손 놓지 않기"를 당부했다. 농활 대원은 "가겠습니다"라는 말 대신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초록 농활대는 밀양 주민에게 절을 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밀양에서의 일정을 마쳤다.

초록농활대원들이 밀양주민들에게 "다녀오겠습니다"말하며 절을 하고 있다.
▲ 다녀오겠습니다. 초록농활대원들이 밀양주민들에게 "다녀오겠습니다"말하며 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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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다. 마을 잔치 때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 밀양에 더 자주 왔다, 나에게 밀양은 제2의 고향이며 앞으로 2년, 3년이 지나도 계속 오겠다"라고 약속했다.

초록 농활대는 6박 7일(용회마을 농활대는 7박 8일)동안 농민학생 연대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탄압받는 농민들과 함께 했다. 희생의 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곳에 함께 했다. 연대는 끊이지 않을 것이며 그곳에 사람이 있는 한 "우리가 밀양이다"라는 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은하는 2014 생명평화의 초록농활 용회마을 농활대원입니다.



태그:#밀양, #2014 생명평화의 초록농활, #765KV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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