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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꿀 채취를 위해 훈연기로 벌들을 진정시킨 후 꿀이 가득 찬 소비(벌집)를 꺼냈다.
 벌꿀 채취를 위해 훈연기로 벌들을 진정시킨 후 꿀이 가득 찬 소비(벌집)를 꺼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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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숲을 헤치고 산자락으로 오른다. 자그마한 마을을 지나니 매실 농원이다. 촌부에게 길을 물어 벌치기 아저씨가 있는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숲속에는 밤꽃이 피었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을 벗 삼아 산길을 달린다.

꽃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벌치기 아저씨(유창익)를 찾아 나선 길이다. 어스름 새벽녘에 이부자리를 걷어내고 얼마를 달렸을까. 산자락의 산길 양쪽으로 수많은 벌통이 보인다. 지난 9일 오전 6시 무렵이다. 꿀 따는 사람들은 일벌처럼 분주하다.

가짜 꿀 판치게 된 이유... 식약처 규정이 자율표시 사항이기 때문

자연에서 온 진짜배기 천연벌꿀이 벌집 가득하다.
 자연에서 온 진짜배기 천연벌꿀이 벌집 가득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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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일 만에 채밀해서인지 꿀의 농도가 아주 진하다.
 10여일 만에 채밀해서인지 꿀의 농도가 아주 진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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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채취하고 있는 꿀은 설탕물을 먹인 싸구려 꿀(사양꿀)이 아닌 자연에서 온 진짜배기 천연벌꿀이다. 천연벌꿀은 비타민과 미네랄은 물론 필수아미노산 등이 풍부한 천연 영양식품이다.

이에 반해 사양꿀은 설탕물로 만든 싸꾸려 꿀이다. 설탕과 물을 1대 1로 희석한 뒤 벌에게 먹여 채취한다. 천연벌꿀과 맛과 향이 비슷하나 천연꿀이 가지고 있는 영양성분은 없으며 육안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가짜가 판치게 된 이유는 식약처의 규정이 의무사항이 아닌 업체의 자율표시 사항이기 때문이다.

벌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가짜가 판치는 못 믿을 세상이다. 그렇다면 믿고 먹을 수 있는 천연벌꿀의 채취는 어떻게 하는 걸까. 그 현장으로 가보자. 

벌통에는 수많은 벌들이 꿀을 모으기 위해 꽃을 찾아 오간다.
 벌통에는 수많은 벌들이 꿀을 모으기 위해 꽃을 찾아 오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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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 하나에는 약 5만여 마리의 벌들이 산다.
 벌통 하나에는 약 5만여 마리의 벌들이 산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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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 주변에는 수많은 벌떼들이 윙윙댄다. 사람들은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 방충모자와 장갑으로 무장을 했다. 벌통을 열고 마른 쑥을 태워 연기를 내는 훈연기로 벌들을 진정시킨 후 꿀이 가득 찬 소비(벌집)를 꺼냈다. 소비에 새까맣게 붙은 벌들은 빗자루로 살살 쓸어 내거나 자동 탈봉기를 이용해 털어낸다.

"경기도 안성과 경남 창원을 거쳐 순천에 왔어요."

벌집을 채밀기에 넣어 원심력을 이용해 꿀을 채밀한다.
 벌집을 채밀기에 넣어 원심력을 이용해 꿀을 채밀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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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치기 아저씨는 좋은 꿀을 얻기 위해 꽃 따라 전국을 떠돈다. 벌통을 이곳에 옮겨놓은 지 10일째라고 했다. 이곳에는 110여 개의 벌통이 놓여있다. 밀원이 풍부한 봄철에는 날이 좋으면 3일 만에 채밀을 하는데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열흘이나 된 것이다.

"벌통을 이 곳에 갖다놓은 지 열흘이나 되었어요. 그래서 꿀이 진하고 좋아요."

한 통에서 꺼내놓은 8개의 소비에는 꿀이 가득하다. 밀도로 소비 표면의 밀랍을 제거하고 채밀기에 넣어 원심력을 이용해 꿀을 채밀한다. 채밀기가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진한 액체의 꿀이 흘러나온다. 이때 채밀을 마친 소비는 다시 벌통에다 가져다 놓는다.

벌통 70여 개 채밀작업으로 꿀 200리터 채취

채밀기가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진한 액체의 꿀이 흘러나온다.
 채밀기가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진한 액체의 꿀이 흘러나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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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꽃가루를 먹고 사는 벌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꿀을 모은다. 밀원이 없는 겨울을 나는 동안에는 꿀을 먹이로 사용한다. 이러한 벌들의 습성을 이용해 꿀을 채밀하는 것이다. 한 아주머니는 벌들이 부지런히 모은 꿀을 다 빼앗는다고 했다.

"벌들이 부지런히 일해서 모은 꿀을 뺏어불고 빈집을 다시 넣어줘요."

130통의 벌을 치는 벌치기 아저씨는 해마다 평균 3드럼(600리터)의 꿀을 수확한다. 일반적인 꿀 따기는 3월에 유채꿀 5월에는 아카시아 꿀을 6월말경이 되면 밤꿀을 딴다. 봄과 가을에는 잡화 꿀을 채취한다.

"아카시아 따고, 잡화꿀 따고, 밤꿀 따면 한해 농사 끝이에요."

꽃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벌치기아저씨(유창익)다.
 꽃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벌치기아저씨(유창익)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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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을 채밀하던 유근철씨가 수확의 기쁨에 활짝 웃고 있다.
 꿀을 채밀하던 유근철씨가 수확의 기쁨에 활짝 웃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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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 70여개에서 채밀한 꿀 한 드럼(200리터)이다.
 벌통 70여개에서 채밀한 꿀 한 드럼(200리터)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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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치기 아저씨는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꿀벌 키우는 걸 보고 꿀벌에 반해 시작한 일이 올해로 7년째다. 하지만 봄에만 꿀을 따고 가을에는 꿀을 채취하지 않는다고 했다. 벌꿀 채취는 통상 동료들끼리 품앗이로 이루어진다. 이 날은 순천에서 30년째 양봉업을 하는 벌치기 달인도 함께했다.

벌통 하나에는 약 5만여 마리의 벌들이 산다. 말 그대로 벌떼다. 벌통 70여 개의 채밀작업이 끝나갈 무렵 꿀 한 드럼(200리터)이 가득 채워졌다. 올해는 기온이 높아 전국에 꽃이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난 데다 꿀의 생산량 또한 평년작이다. 하지만 10여 일만에 채밀해서인지 꿀의 농도는 아주 진하고 좋다.

"잡화꿀 한 드럼 따기가 이렇게 힘들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벌꿀, #잡화꿀, #천연벌꿀, #맛돌이, #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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