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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 도중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있다.
▲ 말문 잇지 못하는 문창극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 도중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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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4일 오전 11시 28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자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일사관 발언 논란 등을 빚어온 그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문 후보자는 총리 후보 지명 15일째인 이날 오전 10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님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고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고 한 말씀에, 조그마한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다"며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한 저의 뜻이 무의미하게 돼버렸다"며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덧붙였다.

국회 '자진사퇴' 요구에 서운함 드러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후 인사를 하고 있다.
▲ "총리 후보를 자진 사퇴합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후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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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어두운 표정으로 등장한 문 후보자는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마이크 앞에 섰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몇 초 동안 말없이 서 있던 그는 손에 든 투명파일에서 A4용지들을 꺼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뗀 문 후보자는 지명 직후부터 인사청문회 준비를 도와준 총리실 관계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동시에 "밖에서 열성적으로 지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문 후보자는 10여 분 동안 국회와 언론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인사청문회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해온 그는 '청문회 전 자진사퇴하라'는 여야의 요구에 아쉬움을 표했다.

문 후보자는 "대통령께서 (저를)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제게 사퇴하라고 말했다"고 서운함을 표했다. 그는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냐"며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경고했다.

문 후보자는 과거에 쓴 칼럼과 교회 강연 때문에 불거진 '친일사관' 발언 논란을 두고도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며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발언 구절만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는 것은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이다, 그것이 전체 의미를 훼손시킨다면 진실 보도가 아니다"라며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개인은 신앙의 자유가 있다, 이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라며 "평범했던 개인 시절에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인가"라고 되물었다.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옥중서신>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혔다"고 설명한 그는 "나는 신앙을 고백하면 안 되고 김 전 대통령은 되느냐"며 언론과 대중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조부가 독립운동가로 추정된다는 국가보훈처의 발표 내용을 언급하며 자신의 '애국심'을 다시 한 번 증명하려 했다. 그는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하시는 데 대해 저와 제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도 "보훈처에서 이번에 확인해준 내용 덕분에 뜻하지 않은 깊은 기쁨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저를 거둘수 있는 분은 '그분'... 박 대통령 돕고 싶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기자들 앞에 선 문창극 '사퇴발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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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자는 기자회견 말미에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시다"라며 "저는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앞서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아직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에서 연락받은 건 없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3층 집무실로 향했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1~2012년 자신이 장로로 있는 한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또한 그는 한 대학 강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군 복무 기간에 대학원을 다닌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을 사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해군 장교로 복무한 36개월 가운데 절반가량의 기간 동안 무보직 상태로 서울대 대학원에 다녔다.

이같은 논란을 두고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새누리당 의원 다수도 자진 사퇴를 요구했지만, 문 후보자는 줄곧 '인사청문회까지 간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다음은 문 후보자 사퇴 기자회견 전문.

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 것에 대해 마음 속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를 도와주신 총리실 동료 여러분들 그리고 밖에서 열성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기도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밤을 새우며 취재를 하시는 기자 여러분을 보면서 저의 젊은 시절을 다시 한 번 더듬어보는 기회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40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히 몇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또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저도 조그만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한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민주주의, 특히 자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자유 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그리고 천부적인 권리는 다수결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제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두개의 기둥으로 떠받쳐 지탱되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됩니다. 이 여론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습니다.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입니다.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습니까?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입니다. 진실 보도입니다.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 보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 보도가 아니라 진실 보도입니다.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습니다.

신앙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립니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입니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됩니까?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히셨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것입니까?

마지막 드릴 말씀은 제가 총리 지명을 받은 후 벌어진 사태로 인해 우리 가족은 역설적으로 뜻하지 않은 큰 기쁨을 갖게 됐습니다.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하시는 데에 대해 저와 제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의 가족은 문남규, 남녘 남(南)자, 벌 규(奎)자 할아버지가 3.1운동 때 만세를 부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가족사를 아버님 문기석, 터기(坖)자, 주석 석(錫)자 아버님으로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사실 우리 당시 민족 가운데 만세를 부르지 않은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돌아가셨다 그랬기 때문에 저도 '그런 당당한 조상을 모시는 분이구나, 모신 사람이구나' 저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습니다.

저에 대한 공격이 너무 사리에 맞지 않기에 검증 과정에서 제 가족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검증팀이 저의 집 자료를 가지고 보훈처에 알아보았습니다. 뜻밖에 저의 할아버님이 1921년 평북 삭주에서 항일투쟁 중에 순국하신 것이 밝혀져 건국훈장 애국장이 2010년에 추서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자녀들도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검색창에 '문남규', '삭주' 이렇게 한번 쳐보십시오. 저의 원적은 평북 삭주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실려 있는 1921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독립신문을 찾아보십시오. 이것은 언론재단에 원본이 다 보관되어 있습니다.

저의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는 공개치 않고 조용하게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이미 제가 어제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치신 할아버지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혹시 다른 독립유공자 자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의 손자로서 보훈처가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십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합니다. 감사합니다.  



태그:#문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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