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푸른아시아'가 한국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기후변화 저지 및 사막화 방지 영역에서 '노벨상'이라 칭해지는 '생명의 토지상(賞)' 최우수 모델에 선정됐다. 세계 사막화방지의 날인 지난 17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사무총장 모니크 바부)으로부터 수상 소식을 접한 푸른아시아는 상금 3만5천달러를 미얀마 사막화방지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푸른아시아는 기후 변화로 국토의 80% 이상이 사막화한 몽골에서 지난 15년간 사막화 방지사업을 벌여온 국내 환경 NGO다. 호수를 살리고, 녹지를 복원하며, 주민의 빈곤을 해결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명의 토지상 심사위는 "숲을 살리는 1차적 목적을 이룰 뿐 아니라 토지복원, 지속가능 토지관리, 그리고 지역주민 생계보장을 이룬 인상적 모델"이라 평했다.

푸른 아시아 외에도 아프가니스탄 환경 단체인 '아프간산악지역보존기구'(COAM, 이사장 하비바 아미리)도 최우수 모델에 선정됐다.

푸른아시아,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 모델 선정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사막화방지 사업 76개 사례 중 1차 경쟁을 통과한 14개를 대상으로 최종 2개를 가려 올해 '최우수모델(상)'로 선정했다. 푸른아시아와 COAM 모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됐으며, 푸른아시아의 수상은 국내 첫 사례다.

심사위는 선정 이유로 "지난 15년간 숲 조성으로 효율적으로 사막화 저지를 했을 뿐 아니라 토질 복원과 이후 지속가능한 토지관리, 그리고 농산물 등 재배를 통해 종합적 환경개선에 더해 주민 생계해결 등 폭넓은 영향력이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UNCCD는 기자회견 자료에서 "유목에 의존하는 몽골에서 땅의 78%가 사막화되면서, 거주민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푸른아시아는 현지주민 수천명을 숲가꾸기와 지속가능 농업을 할 수 있도록 훈련 시켰고, 조림에 2만5천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를 조직했으며, 참여자들의 생계까지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막화 방지사업에 참여하는 이들 중에는 자신들의 목초지가 황폐화돼 유목을 포기하고 도시로 나갔던 환경난민이 있는데, 자신이 버렸던 사막화한 땅에 나무가 자라고 인근 호수가 살아나는 것을 보고 놀라고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푸른아시아가 '에코투어'를 조직해 참여자들에게 자신들의 일상이 어떻게 기후변화를 초래하는지를 절감토록 하고, 이를 막기 위한 숲가꾸기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모델을 미얀마로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명의 토지상' 심사위원회는 개발, 기속가능 토지경영, 토양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얻은 학자(활동가)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요하힘 폰 브라운 독일 본대학 교수이자 국제농업기구 컨설턴트그룹전략위원장, 드니 게리티 세계산림농업 이사장(나이로비), '이창재 국장(한국산림청 해외자원협력관), 매리 실리 UC데이비스 생화학 교수 겸 아프리카사막환경 전문가 등이 대표적이다.

"조림·빈곤해결 두 토끼 잡아"

푸른아시아는 2000년부터 15년간 몽골 5개 지역 450ha 땅에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지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숲가꾸기·나무심기가 아닌, 주민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참여하며 이를 통해 생계(숲의 일부를 고수익성 유실수로 조성)까지 꾸리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추구해 왔다.

푸른아시아가 꾸준히 모델개발에 집중한 이유는 생색내기나 이벤트·홍보성 활동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UNCCD에 따르면, 세계 110개 나라에서 사막화(건조)가 진행되며, 매년 한국(남한)의 1.2배에 해당하는 면적인 세계경작지(방목지)의 1%가 황폐화되고 있다. 2050년 90억 명(추정)의 식량을 공급할 경작지는 지금보다 2배는 돼야 하지만 현 추세로 가면 되레 40%가 줄어 대재앙이 예고된다.

푸른아시아는 그래서 서두르지 않는다. 상황이 급박하고 절망적인 만큼 허둥지둥 해봐야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작지만 희망의 불씨를 살릴 방안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15년 구슬땀으로 몽골모델을 완성해왔고, 이제 희망을 보기 시작했다.

푸른아시아 모델 공인도 자체 홍보만으로 된 게 아니다. 몽골 환경녹색개발부와 유엔개발계획(UNDP) 몽골지부가 추천했는데 숲살리기의 근간인 호수살리기(지표수 수분보존) 노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자 몽골정부가 나섰다. 지표수가 늘면 숲살리기는 어렵지 않으니,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 전환하는 계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해 '생명의 토지상'을 받은 인도 모델은 서울의 3.5배나 되는 20만ha 땅에 조림을 한 사업이었다. 푸른아시아 모델은 기껏해야 450ha이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어디에도 적용할 수 있어 가능성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또 푸른아시아 모델은 사막화를 개발도상국만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가해국과 식량 문제까지 연관해, 근원을 파악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찾은 모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소통하며 인식을 바꿔가는 확산 가능성을 지녔다. 이처럼 현지인들이 생계를 해결하고 생태복원에 나설 수 있다는 데 UNCCD는 주목했다.

"작은 모델, 지구 살린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사막화로 토지 생산성이 떨어져 거주자는 빈곤의 덫에 갇히고, 사막이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악순환을 막는 게 핵심"이라며 "15년간 구슬땀을 흘려 찾은 모델, 그 성공 가능 유전자를 유엔과 국제사회가 인정해 우리 노력에 확신과 용기를 줬다"고 반겼다.

한편, 공동으로 최우수 모델에 선정된 아프가니스탄의 COAM은 2010년 중부 고원지대인 밤얀(Bamyan) 지역에 '환경과 자연자원 보존 및 주민의 지속가능한 삶'을 취지로 설립된 비영리(비정부) 환경단체다.

COAM 모델은 '클린 쿡 스토브'라 불리는 숲 파괴를 줄이고 열효율을 획기적으로 늘린 화로보급 사업이다. 인구 5~6%만 전기를 사용하는 빈곤국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말린 나무나 건초 등을 태우는 전통적인 요리법을 주로 쓰다 보니, 산림과 방목지 훼손이 심각하다.

이에 COAM이 시작한 게 친환경 스토브 보급사업이다. 천연 연료(바이오매스)를 조금만 써도 물 데우기, 난방, 요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열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스토브를 연구개발해 보급한 것이다.

이 사업으로 COAM은 숲과 건초지 황폐화를 50% 이상 저감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또 가정 내 연기로 인한 여성과 아동 호흡기질환, 그리고 대기오염도 크게 줄였다고 UNCCD는 밝혔다. 이 모델은 밤얀구 두 개 군 300여 마을 3천 가구가 활용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저널에도 게재됩니다.



태그:#푸른아시아 , #기후변화, #사막화방지, #생명토지상,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