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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소년분류심사원 전경, 김철호 원장
 소울소년분류심사원 전경, 김철호 원장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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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을 보니 통제된 구역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통제된 구역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삼엄함이나 긴장감은 없었다. 아이들 표정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밝았고, 아이들을 관리하는 직원들 표정도 그에 못지않게 밝았다.

17일 오후 3시께,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서울 소년 분류 심사원(원장 : 김철호)'을 방문했다. '소년 분류 심사원'은 법원으로부터 위탁받은 소년범의 비행원인과 자질을 진단하고 심사하여 적합한 지도방향을 제시하는 기관이다.

심사원에 있는 아이들은 대략 13세에서 19세까지의 소년·소녀 들이다. 절도, 폭력, 강간 등 각종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간 머무르고 있다.

아이들이 쓴 글을 심사원 한편에 전시해 놓고 있다.
 아이들이 쓴 글을 심사원 한편에 전시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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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초범 들이 이곳에 옵니다. 이곳을 거쳐 간 아이들 재범률이 아주 낮습니다. 여러 가지 교육이 아이들을 바꿔 놓고 있다고 봅니다."

김철호 원장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교육 프로그램 설명과 함께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전했다.

"아쉬운 점은 너무 좁다는 것인데, 아이들이 밀릴 때는 한 방에 30명을 재워야 하는 경우도 습니다. 12명이 적정인원인데... 그럴 때 정말 안타깝지요. 날이라도 더우면 얼마나 짜증스럽겠어요."

번호 키로 잠겨 있는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여느 학교와 다름없는 교실이 보였다. 이 교실에서 인성과 예절, 법, 인권, 성 비행 예방, 폭력예방, 강·절도 예방 교육 등이 이루어진다고 교육 담당관이 설명했다.

교실에는 시청각 기자재가 구비돼 있었다. 인성교육을 위한 영화 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기 위한 장비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여 준 다음 발표하게 하면서 그 감동을 객관화 하고 정리해서 자기 성찰 기회로 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글쓰기도 인성교육을 위한 주요 프로그램이다.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피해자에게 편지쓰기'와 '영화 감상문 쓰기', 성찰일기 쓰기 등이 운영되고 있다.

가림막이 없는 면회실
 가림막이 없는 면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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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사 등의 인문학 교육과 독서 교육 등이 이루어지고 있고, 독서 감상문 쓰기도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쓴 영화 감상문과 독서 감상문 몇 편이 심사원 한 편에 전시 돼 있는데, 잠깐 읽어보니 상당한 수준이었다.

가림막이 없는 면회실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가족이나 친구가 면회를 오면 손도 잡고 얼굴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구조였다.

"면회는 자주 올수록 좋습니다. 가족들이 아이한테 어느 정도 관심을 쏟고 있나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거든요. 매일 오는 부모도 있고, 거의 오지 않는 부모도 있어요. 면회를 너무 오지 않으면 참 안타깝지요."

심사원 건물 사이에 미니 축구장이 마련 돼 있었다. '좀 넓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작은 운동장이었다. 그 운동장에서 머리를 짧게 깍은 아이들이 공을 차며 간혹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도저히 감당 할 수 없는 말썽쟁이 들만 모아 놓았으니, 솔직히 쉽지는 않지요. 하지만 대체로 이곳에 오면 아이들이 얌전해집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들 또한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고요. 아이들의 비행 원인을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교육, 상담 등을 꾸준히 진행한다면 충분히 (이이들이) 좋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김철호 원장 말이다. '거친 아이들이라 다루기가 쉽지는 않겠다'고 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짧은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좋아질 수 있다'는 김 원장의 말이 메아리처럼 머릿속을 맴돌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소년분류심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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