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지난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 질문 뒤로한 채 출근하는 문창극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지난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가 15일 식민사관·우편향 논란을 부른 자신의 과거 발언들에 대해 사과했다. 청와대가 오는 17일 자신의 임명동의안과 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비판 여론 달래기'를 시도한 셈이다(관련 기사 : 뒤늦게 고개 숙인 문창극 "위안부 발언 상처 받으신 분 사과").

그러나 청문회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의 사과를 두둔하며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은 "식민매국사관, 친일매국사관인 후보자의 DNA는 변하지 못한다"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문 후보자의 사과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어, "야당은 문 후보에게 친일·반민족이라는 '주홍글씨'를 덧씌웠지만 그는 부당한 주장이라고 밝히고 있다"라며 "이제 누가 옳고 그른지는 국민이 판단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청문회를 열어 소명기회를 줘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주장을 다시 반복한 셈이다. 무엇보다 박 원내대변인은 "전체 강연 동영상 공개로 (식민사관 논란을 부른 발언들이) 상당 부분 왜곡된 것을 확인했다"라며 "본래 (강연의) 취지와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확보됐다"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 요구도 일축했다. 그는 "인사청문회는 여야 인사청문위원을 매개로 한, 국민과 후보자 간 소통 방법"이라며 "청문회에 올리기도 전에 이념으로 물든 주홍글씨로 (후보를) 내쫓으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사청문회라는) 극장의 주인은 국민인데 야당은 주인도 아니면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라며 "이는 반민주·반의회·반국민적 행태다, 국민이 판단할 기회를 박탈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을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한길 "문창극 밀어붙이기 강행, 헌법 정신에 반하는 일"

반면, 박범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브리핑을 통해 "청문회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가리자는 주장은 결국 변명의 장을 열어주자는 이야기"라며 "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해서 임시방편으로 말을 바꾸거나 변명으로 일관하여 후보자의 진짜 역사관을 숨기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새누리당은 현재까지 밝혀진 후보자의 역사관에 동의하는가, 애국을 가장한 매국이고, 천박한 역사철학에 민족의 자존과 정체성을 내팽개치지 않았는가"라며 "일초도 지체 말고 문창극 후보자는 사퇴하는 것만이 국민과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주장했다. 

앞서도 새정치연합은 문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김한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오후 오찬간담회에서 "(여권의) 문 후보자 밀어붙이기 강행은 국민 정서와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고 헌법 정신에 반하는 일"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흘렸던 눈물의 진정성을 믿은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렇게 국민을 경악하게 하는 분을 총리 자리에 그대로 앉게 한다면 오히려 역사가 퇴행하는 것이고 국민통합과는 반대로 국론분열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라며 "문 후보에 대한 밀어붙이기는 이 정도에서 접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서도 "국민이 함께 쟁취한 오늘날의 민주주의 가치를 과연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라며 문 후보자 지명을 비판했다.

또 제주 4·3 항쟁을 '폭동'이라 표현하고 일제의 식민지배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문 후보자의 발언을 거론하며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건, 그 사람이 가진 '생각'과 '태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때는 총리후보자가 아닌 기독교인으로서 한 말이다'는 변명은 구차하다"라고 꼬집었다.

여권 내부 반발 해소 여부 주목... 김상민 "당 지도부, 민심 파악 못했다"

한편, 야당과 함께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입장이 이날 문 후보자의 사과로 반전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청문회를 성사시켜 국회 본회의 표결로 '문창극 카드'를 강행하려는 청와대와 당 비대위의 입장에서는 문 후보자의 '사과'가 '표 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과정 중 하나였다.

예를 들어,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7·14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자의 위안부 발언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면서도 '청문회를 열어 본인의 소명을 들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폈다(관련 기사 : '장군의 손녀' 김을동 "문창극 위안부 발언 의구심 있다"). 그런데 문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안부는 분명히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라고 해명했다. 김을동 의원이 밝힌 '의구심'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통용되는 '사과'는 아니다. 지난 12일 자신을 포함한 초선의원 6명 명의로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바 있던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이미 (문 후보자는) 국민적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후보 개인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국민적 불신을 얻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특히, 청문회를 열어 문 후보자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자는 당 비상대책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청문회를 거친 후 표결을 한다면 새누리당의 분열만 드러날 것이다, 7·14 전당대회와 7·30 재보선을 앞두고 표 이탈은 불가피하다"라며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겠다는 판단착오가 진짜 레임덕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도부는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것을 두고서) 초선의원 몇 명의 반란이라고 하는데 심각한 오류다,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후 "다른 당권주자들과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공동행동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만나 뵙고 그런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라며 "초·재선 의원들을 만나보면 기본적으로 (자진사퇴 필요성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태그:#문창극, #위안부, #인사청문회, #식민사관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