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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도통동에 자리하고 있는 고찰 선원사
▲ 선원사 남원시 도통동에 자리하고 있는 고찰 선원사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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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 시내 한 복판인 도통동에 자리하고 있는 고찰 선원사는 신라 헌강왕 원년인 875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이다. 도선국사는 남원의 지세가 객산으로 힘이 센 교룡산을 누르고, 주산으로 힘이 약한 백공산을 북돋우어야 남원이 번창할 수 있는 곳이라 판단했다. 백공산의 모체는 만행산 줄기이므로 만행산의 힘을 빌려 교룡산의 힘을 누르고자 백공산 날줄기 끝에 선원사를 창건하였다.

만행산 선원사는 많은 기록에서 볼 수 있듯 상당히 오래된 고찰이다. 지금은 시내 한 복판에 자리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인근에 요천이 흐르고 있었으며 뒤편으로는 백공산이 자리하고 있었던 곳이다. 예전부터 남원팔경 중에도 선원사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이 역사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약사전에 자리하고 있는 보물인 고려철불
▲ 고려철불 약사전에 자리하고 있는 보물인 고려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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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자리한 보물이 있는 선원사

선원사는 고찰이기도 하지만 넓지 않은 경내에 보물과 문화재들을 소유하고 있다. 가장 오래 전에 축조한 약사전 안에는 보물 제422호인 고려시대의 철불인 철조여래좌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19호인 약사전과 문화재자료 제45호인 대웅전, 유형문화재 제25인 선원사 동종 등도 있다.

지난 13일 일찍 남원으로 내려가 선원사부터 들렸다. '착한 스님 짜장'을 들고 전국을 돌면서 봉사를 하시는 선원사 주지 운천 스님을 오랜만에 절에서 뵙고 싶어서이다. 14일에 대구까지 내려가 2500명에게 짜장봉사를 하셔야 한다는 스님은 이른 시간부터 많은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절 곳곳에는 양파며 양배추, 밀가루 등이 쌓여 있다.

스님짜장을 팔아 복지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현수막
▲ 현수막 스님짜장을 팔아 복지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현수막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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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사 4거리 도로변에 보니 현수막이 한 장 걸려 있다. 제84회 춘향제 기간 중에 남원시 복지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춘향제가 열리고 있는 장소에서 착한 스님 짜장을 판매를 한다는 내용이다.

"행사 기간 중에 스님짜장 판매를 하려고요. 짜장을 판 대금 전체를 남원시에 복지기금으로 기탁을 하려고 합니다. 짜장면은 한 그릇에 3000원을 받고, 탕수육은 6000원과 많은 것은 10000원을 받으려고요. 이번 춘향제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오셔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도록 많이들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절 여기저기에 쌓여있는 짜장재료. 앞에 서 있는 분이 운천스님
▲ 운천스님 절 여기저기에 쌓여있는 짜장재료. 앞에 서 있는 분이 운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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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여기저기에 수북히 쌓여있는 재료들 중 양배추
▲ 양파 절 여기저기에 수북히 쌓여있는 재료들 중 양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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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과 솥 등도 더 준비해

운천스님은 '짜장스님'으로 더 알려져 있다. 짜장스님답게 온통 절 안에 재료들이다. 여기저기 재료를 싸 놓아 빈 공간이 부족하단다.

"구치소 등을 다니면서 짜장면을 만들어 봉사를 하다 보니 한 번에 2천~3천명을 먹어야 하잖아요. 그동안 봉사를 해오던 것과는 차원이 틀려요. 이렇게 많은 재료를 싸놓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사용을 해요."

그동안 주지의 소임을 맡아 봉사를 하면서 새로 담장을 바꾸고 종각과 설법전을 신축했다. 담장은 진흙과 기와를 이용해 쌓았는데, 아이들도 걸어가면서 경내를 다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낮다.

'스님짜장'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짜장면 그릇도 맞추었다
▲ 그릇 '스님짜장'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짜장면 그릇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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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도심에 있는 절이 높다랗게 담장을 쌓아 놓으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괴리감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래서 아이들도 안을 볼 수 있도록 담장을 120cm로 낮추었어요. 누구나 다 들어와서 마음껏 쉬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외국의 교도소도 찾아갈 터

짜장면 그릇을 3천개나 맞추었다고 보여주신다. 그리고 문화관 안에 들어가니 새로 맞춘 거대한 솥이 3개나 있다. 그 옆에는 반죽기도 보인다.

"이번에 솥 3개를 더 장만했어요. 면을 뽑는 기계도 두 대 더 장만했고요. 이제 우리나라  뿐이 아니라 중국서부터 시작해 외국의 교도소에 수감 중인 분들을 위해서도 봉사를 하려고 해요."

운천스님의 착한 스님 짜장 봉사는 끝이 없다. 우선은 조선족이 많이 사는 곳부터 시작해 중국, 인도 등지까지 찾아가서 스님짜장 봉사를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그릇과 나무저, 면 뽑는 기계 등도 장만했다는 것이다.

춘향제 기간 중에 복지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부스
▲ 착한스님짜장 춘향제 기간 중에 복지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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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부처님이 저에게 맡기신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죠. 스님이 꼭 절에서만 중생들을 위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지구촌 모두가 같은 사람들이란 생각입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행사장으로 나가 스님짜장 장사를 해야 한다고 하시는 운천 스님. '오늘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면서 환하게 웃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운천스님, #선원사, #복지기금, #춘향제,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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