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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2013년)에 고등학교 1학년 <물리1> (천재교육 출판사)을 가르쳤었다.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나온 '에너지 발생'이란 단원을 소개하면서 원자력 발전과 관련 내용이 다른 대체에너지에 대한 내용보다 많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 살펴보았다.

'에너지 발생'에는 각 소단원이 6단원으로 나뉘어 있었다. 1단원 '전기 에너지의 생산'으로 시작해 마지막 '여러 가지 발전 방법'으로 끝난다. 이 단원은 총 32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14페이지 정도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내용이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내용이 4페이지 그리고 나머지 대체에너지(풍력에너지, 조력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 태양열에너지)에 관한 내용이 깔끔하게 4페이지로 마무리된다.

집에는 개정 전의 교과서가 없어서 문제집으로 교과서 내용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김모(물리) 교사와 내가 검토한 내용에 대해 전화 통화를 하였다. 그는 마침 개정 전의 천재교육에서 발간한 <물리2>교과서를 가지고 있었다.

2012년에 개정된 <물리> 교과서에는 여러가지 발전 방식 중 하나로 원자력 발전이 소개되는 정도여서 비중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교과서가 개정되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내용이 <물리1>에 대폭 보강되었다. <물리2>에 흩어져 있던 원자력 발전에 대한 내용이 <물리1>의 두 개의 소단원(3. 핵의 변환과 에너지, 4. 원자로와 방사선)으로 정리되게 되었다. 더욱이 원자로의 종류인 경수로와 중수로에 대한 내용과 같이 새롭게 추가된 내용도 있다고 전했다.

32페이지 중 14페이지 정도가 원자력 발전 내용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첫 페이지 화면 캡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첫 페이지 화면 캡처
ⓒ 한국원자력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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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1> 교과서에 나오는 원자력 발전(원전)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자. 교과서는 발전의 원리를 설명하고 화력 발전과 수력 발전 그리고 원자 발전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원자로에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주 연료로 하는 핵반응을 통해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물을 끊인다. 이때 나오는 증기를 이용하여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 에너지를 얻는다. 원자로의 열을 식히는 데는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핵발전소는 주로 해안가에 위치한다."(p236)

원전이 왜 바닷가에 있는지를 알려준다. 바닷가에 위치한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고압으로 송전(전기를 보냄)하면 전기 손실이 적다는 내용을 설명한다. 고압의 송전탑이 필요함을 설명하지만, 고압의 송전탑에 대한 위험에 대한 내용은 없다.

원자력 발전소의 구조
 원자력 발전소의 구조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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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핵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 '탐구: 핵에너지의 이용과 책임' 부분이다.

"핵에너지의 이용이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자로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으나 핵폭탄의 존재는 세계 각국 사이의 중요한 정치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핵에너지를 이용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과학 연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알아보자." (p247)

핵에너지를 이용하는 두가지 사례를 비교하여 토의하는 자료가 제시되어 있다. 원자력 발전과 원자폭탄이다.
 핵에너지를 이용하는 두가지 사례를 비교하여 토의하는 자료가 제시되어 있다. 원자력 발전과 원자폭탄이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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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너지 이용이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느낌이다. 경험상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소를 비교하면 핵폭탄은 핵에너지를 잘못 사용한 사례로 이야기된다.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긍정적인 사례로 자연스런 토의한 적도 있다.

필자는 원자력 에너지와 다른 신재생 에너지를 비교하여 원자력 에너지 자체의 위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용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지만 교과서의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여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복지를 증진하고자..."를 읽고 원자력 발전에 대한 비판적 생각을 가지는 게 이상할 것이다.

교과서는 '생활 속의 방사선'라는 소제목으로 방사선의 위험을 언급한다. 내용을 보면 원전의 방사선에 대한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 원자력 발전에서 반드시 나오는 방사선에 대한 위험을 생활 속의 방사선과 물타기 하는 느낌이다.

생활 주변에서 일상생활중에 노출될수 있는 방사선량이다. 방사선이 얼마나 쪼이는가를 나타내는 양을 방사선량이라고 하고 Sv(시버트)단위를 사용한다. 교과서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자료를 사용했다.
▲ 생활 주변에서의 유효선량(방사선량) 생활 주변에서 일상생활중에 노출될수 있는 방사선량이다. 방사선이 얼마나 쪼이는가를 나타내는 양을 방사선량이라고 하고 Sv(시버트)단위를 사용한다. 교과서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자료를 사용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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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방사선량을 목표 값으로 제시된 0.05mSv는 1주간 북알프스 등산(1회)의 0.026mSv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치이다. 심지어 국내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방사선량은 0.01mSv미만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는 연간 0.01mSv미만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

아래의 '방사선량이 인체의 미치는 영향'을 보면 걱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설령 원전 근처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0.01mSv의 수치는 임상 증상 없음 200mSv에 비해 낮아도 너무 낮은 수치가 아닌가?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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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으로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방사능 노출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방사능 물질의 사용뿐만 아니라 생활 주변이나 자연 환경 속에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방사선이 인체에 영향을 주는 면도 있지만 물질이나 생체 속에서의 에너지 흡수를 이용하여, 방사선 치료나 품종 개발에 이용되기도 한다. 또한 방사선이 물체를 투과하는 정도를 이용하여 정밀 측정이나 비파괴 검사에 활용하며, 방사선 검출을 통하여 지질·지하수 조사에 이용된다.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 동위 원소의 변환 과정은 질량 변화를 측정하여 연대 측정에 이용된다."(p253)

이 책은 핵에너지가 히로시마의 핵폭탄으로 사용되지 않는 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인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해 배우고 가르칠 부분은 없다.

작년에 가르쳤던 <물리1> 교과서는 올해도 채택되었다.


태그:#원자력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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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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