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응급남녀>에서 오창민 역의 배우 최진혁이 11일 오후 서울 북촌로5가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응급남녀>에서 오창민 역의 배우 최진혁이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참가상', 배우 최진혁이 tvN <응급남녀>를 끝내고 남긴 소감이다. 자신의 첫 주연작이었던 데다 드라마의 성적도 좋았던 만큼 좀 더 후한 점수를 주었어도 좋았을 법한데, 최진혁은 겸손했다. 무엇보다도 "촬영 3개월을 버텼다는 게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처음으로 이런 힘든 스케줄을 소화해 봤다. 살면서 크게 아파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 그 중 한 번을 경험했다"는 그는 "그런 가운데도 아무 사고 없이 버텼다는 점에서 참가상이어도 굉장히 의미 있는 참가상"이라고 돌이켰다.

"전작인 <상속자들>이 끝나기 전에 (이)민호가 되게 힘들어 했었거든요. 그때 민호가 '힘들다'고 할 땐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에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날을 새기 시작해 그 상태로 3개월을 버티니, 이젠 어느 정도 도가 튼 느낌이에요. <응급남녀> 촬영이 끝나고 민호랑 통화해서 '죽다 살았다'고 말했더니 '쌤통이다'라고 하던데요. (웃음) 처음 (주연을) 해 보다 보니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이걸 잘 견뎠다는 게 저에겐 의미가 커요."

"첫 주연 부담감, 실험대에 오른 기분이었다"

단순히 '첫 주연'이기 때문에 그토록 부담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이혼한 전 부인에 대한 미움부터 다시 느끼게 되는 설렘까지, 폭넓은 감정을 오가며 연기해야 한다는 것도 그에겐 큰 숙제였다. 더군다나 전작들 속 그의 모습이 대부분 '진중하고 무거운' 데 머물러 있었다는 것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제작발표회 당시 최진혁은 "처음 제작진을 만나 '이런 시놉시스를 나에게 주셨다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고 말씀드렸을 정도"라며 "내가 연기를 잘못했다간 드라마가 재미없을 수도 있는 과분한 역이라 고민이 컸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구가의 서>로 시작해 <상속자들>로 (연기) 공부를 했다면 이번엔 실험대에 오른 기분이었다"는 최진혁은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연기를 하는지를 마지막으로 검토해 보는 단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tvN 금토드라마 <응급남녀>에서 오창민 역의 배우 최진혁이 11일 오후 서울 북촌로5가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태껏 했던 역할 중 가장 밝은, 하얀 느낌이어서 좋더라고요.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캐릭터의 진지함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오기도 했고요. 약간의 오글거림…은 조금 힘들었지만요." ⓒ 이정민


그렇게, 철저한 '계산'이 시작됐다. 철없는 남자가 사랑을 통해 성장할 때 더욱 멋있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로맨스보다도 성장에 방점을 찍을 심산이었다. "조금이라도 내가 지루해 보이면 바로 채널이 돌아갈 것"이라는 각오로 '조금 더'를 외치며 '찌질한 남자'가 됐다. 극 초반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서 병원장을 접대하는 신을 위해 동이 터오는 새벽, 5분 만에 소주 한 병을 '원샷'하기도 했다. 그랬던 오창민이 죽을 고비를 맞은 환자를 향해 "살아 있어야 부인을 만날 수 있다"며 소리칠 때, 최진혁은 '드디어 나왔구나'라며 쾌재를 불렀다.

"웃을 때, 인상쓸 때, 무표정할 때 보이는 차이가 큰 편이에요. 그런 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보여줄 수 있는 게 많겠다 싶었죠. 그러니 선택했지, 안 그랬다면 정말 두려웠을 거예요. 하고 나니 여태껏 했던 역할 중 가장 밝은, 하얀 느낌이어서 좋더라고요.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캐릭터의 진지함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오기도 했고요. 약간의 오글거림…은 조금 힘들었지만요. (웃음)

그거, 정말 힘들게 찍었어요. 실제론 남녀관계가 아니라 그냥 정말 친한 동료니까요. 사이가 어땠냐고요? 저는 누나니까 함부로 못 했지만, (송)지효 누나는 욕도 하고 그랬어요. 이만하면 충분히 설명이 되죠? (웃음)"

"군대 다녀오면 잊혀진다고? 다녀와 제대로 해 보겠다"

2011년 tvN <로맨스가 필요해 1>에서 여심을 흔드는 호텔 후계자로 등장해 주목받기 시작한 최진혁은 2013년 <구가의 서>와 <상속자들>을 거치며 다시 한 번 조명 받았고, <응급남녀>로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영화 <신의 한 수>도 2013년에 찍었으니 2013년은 나에겐 정말 의미 있는 한 해"라고 말한 최진혁은 "그 후 <응급남녀>를 거치며 책임감이 커졌다"고 자평했다. 그것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이자,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소명으로 삼고 있는 직업인 '배우'로서의 책임감이기도 했다.

"다들 힘들게 고생하거든요. 서서 깜빡 졸다가 덜컥 깨는 일도 많았고, 그러다가 '슛 들어갑니다'하면 가서 찍는 거예요. 그러니 현장에서 짜증을 내거나 피곤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했죠.

또 배우로서 정말 뿌듯했던 게, 한 번은 촬영을 하다가 까먹을까봐 제 감정선을 대본에 적어 둔 적이 있어요. 그렇게 연기하면서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한 번도 감정선이 튀지 않았다는 데 점수를 주고 싶어요. 체력적으로 힘들면 놓치고 가는 부분도 생길 법하잖아요. 하지만 '당장 힘들다고 그렇게 (연기)하면, 평생 간다'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tvN 금토드라마 <응급남녀>에서 오창민 역의 배우 최진혁이 11일 오후 서울 북촌로5가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로서 정말 뿌듯했던 게, 한 번은 촬영을 하다가 까먹을까봐 제 감정선을 대본에 적어 둔 적이 있어요. 그렇게 연기하면서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한 번도 감정선이 튀지 않았다는 데 점수를 주고 싶어요. 체력적으로 힘들면 놓치고 가는 부분도 생길 법하잖아요. 하지만 '당장 힘들다고 그렇게 (연기)하면, 평생 간다'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 이정민


최진혁에게 주연으로서, 또 한 명의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해 준 <응급남녀>는 동시에 그에게 '배우의 길'에 대한 확신을 주기도 했다. 그는 "'안 되겠다,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 작품이 <응급남녀>"라며 "촬영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그래서 끝나고도 더욱 많이 생각날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긴 터널을 빠져나와 스포트라이트 아래 당당히 선 최진혁. 전작 <상속자들>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제 정말 '왕관의 무게'를 견딜 준비가 됐다.

"'군대에 다녀오고 나면 그동안 대중이 잊지는 않았을까'라고 묻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건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 같아요. 다만, 뭔가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은 있어요. 군대에 다녀와서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다녀오면 뭔가 더 쌓여져 있을 것 같아요. '묵은지'가 되어서 돌아올게요. 아직은 '겉절이' 같은 느낌이 좀 있죠? (웃음)"

최진혁 응급남녀 송지효 신의 한 수 상속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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