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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8, 새정치 9, 통합진보 0, 정의당 0, 무소속 0(광역단체장)
새누리 117, 새정치 80, 무소속 29, 통합진보 0, 정의 0(기초단체장)

여야가 받아든 6.4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장 성적표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여당을 심판해 달라는 야권의 호소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구하기'는 통했다. 최대 격전지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결과와 전국의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사실상 새누리당의 승리'다. 야권이 패배했다.

야권 지지자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 바꾸겠다'는 새누리당의 다짐을 비웃었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드러난 표심은 새누리당의 소위 '박심 마케팅'이 먹혔음을 보여준다. 유권자들의 표심은 박 대통령의 눈물로 상당히 흔들렸고, 그것은 선거결과로 확인됐다.

선거 당일 자정을 넘어 다음날 새벽까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했던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밤새 이어진 개표 과정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혼전 양상을 거듭했다. 밤새 이어진 추격전은 동이 튼 뒤에야 마무리됐다.

결국 박근혜가 웃다

6.4지방선거 유세 마지막날은 3일 오전 부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서병수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 유세에서 선거 운동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사진 포스터와 서 후보 사진 포스터를 함께 들고 있다.
 6.4지방선거 유세 마지막날은 3일 오전 부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서병수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 유세에서 선거 운동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사진 포스터와 서 후보 사진 포스터를 함께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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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5시 20분 현재 약 82.4% 개표율을 보이는 가운데 광역단체장은 여야가 9(새정치) : 8(새누리)로 팽팽히 맞섰고 기초단체장 228곳 가운데 여당인 새누리당은 117곳, 새정치민주연합은 80곳으로 새누리당이 과반을 훌쩍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 후보들은 단체장선거에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로 '정권 옹위론'보다는 '정권 심판론'이 앞설 것이라는 진보진영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선 광역단체장 분석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수도권에서 후보들 간 접전 양상은 5일 오전 5시 40분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일찌감치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따돌리고 재선행 티켓을 따냈지만 경기도지사는 새벽 4시까지도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는 양상이었다.

5일 오전 5시 29분 현재 개표가 68.1% 진행된 가운데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56.1%(185만2505표)를 얻어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43.1% 143만7천49표)를 13%p나 앞질렀다. 선거 초반부터 정 후보는 강도 높게 네거티브 공격에 나섰지만 박 후보는 일체의 네거티브 없이 정책만으로 일관한 덕에 서울시민들로부터 품격 있는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사람 중심의 안전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지하철 노후차량 및 노후시설 전면 교체 등 안전공약을 비롯한 정책공약 60개를 발표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그는 대규모 토건공사가 아닌 창조산업을 내세우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유세차량과 확성기, 율동 없는 3무 선거운동으로 배낭을 메고 하루종일 걸어 다니면서 조용한 유세를 이어나갔고 이 같은 새로운 선거운동이 세월호 참사 속 시민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은 선거 초반부터 현직 시장 프리미엄이 있는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진단이 많았다. 김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면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내다 이른바 새누리당의 '중진 차출론'에 따라 인천시장에 출마하게 된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는 정치적으로는 '박심논란'을 낳았고 인천지역 안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점이 선거의 상당한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유 후보는 5일 오전 개표율 83.6%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50.4%(51만8846표)를 얻어 47.8%(49만2386표)를 얻은 송 후보를 2만6천460표차로 앞서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인물로 분류되는 유 후보는 이번 인천시장선거에서 '힘 있는 시장론'을 내세우며 "인천시 발전을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함께 한 자신이야말로 인천의 발전을 위해 대통령과 정부의 도움을 끌어낼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배후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당선인사를 통해 "인천 시민 300만 명이 하나가 돼 모두가 미래로 향해갈 수 있도록 시장이 앞장서서 헌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며 "부채와 부패, 부실로 얼룩진 인천 시정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축하 꽃목걸이를 걸고 웃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축하 꽃목걸이를 걸고 웃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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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역시 78%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가 51.0%(199만6341표)를 얻어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후보(49.0% 192만1020표)와 7만5208표차를 벌리며 앞서고 있다. 남경필 지사까지 당선확실로 굳어지면서 이번 수도권 격전지에서 새정치연합은 서울을 뺀 나머지 2개 지역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같은 성적표는 2010년 지방선거 때와 비슷하다. 당시엔 한명숙 전 총리가 오세훈 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맞붙어 석패했다. 경기도의 경우도 유시민 전 장관이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했다가 김문수 현 경기지사와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당시엔 송영길 인천시장만 야권후보로 수도권을 지켰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수도 서울을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후보가 지켜냈다는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전통 민주당 출신의 정치인들이 모조리 패한 결과라 사실상 새정치민주연합이 앞으로 국정조사 등에서 정국 주도권을 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김부겸 후보, 지역주의에 '의미있는 균열'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오후 대구 서구 김 후보 선거캠프에서 6.4지방선거 패배 승복 발표를 앞두고 있다.
▲ "대구의 넘치는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오후 대구 서구 김 후보 선거캠프에서 6.4지방선거 패배 승복 발표를 앞두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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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수도권 선거결과와는 별개로 대구에서는 지역주의에 균열이 생기는 이변이 발생했다. 대구시장 당선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민주화운동 경력으로 야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내다 대구로 내려간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가 40.3%(41만8891표)를 얻어 56.0%(58만1175표)를 얻은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에게 석패했다. 권 후보는 김 후보와 16만2284표차를 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11시 25분께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대구시민 여러분의 분에 넘치는 사랑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대구지역에서 패배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낙선한 뒤 두 번째다. '꼬마 민주당' 출신으로 2000년 16대 총선에 당선, 18대까지 경기 군포시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후보는 '고향 대구에서 뼈를 묻겠다'며 대구로 내려갔다. 그는 "지역주의의 강고한 벽을 뚫겠다"는 의지을 갖고 도전했지만 지난 총선에 이어 2번 연속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 김 후보가 기록한 패배는 매우 의미있는 연패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에서 '기호 2번' 달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당적으로 40%까지 득표율을 올렸다는 것은 그동안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됐던 새누리당이 상당히 경계할 수밖에 없는 수치로 기록된다. 실제 새누리당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은 선거 막판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다 바꾸겠다"며 시민들을 향해 절을 올리고 한 표를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달라는 읍소가 실제 대구·경북의 표심을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전남에서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전략공천한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의 당선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선거 중반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연대로 출마해 양자간의 불꽃 튀는 대결의 결과가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는 5일 오전 6시 26분 현재 93.6%의 개표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58.2%(34만4천776표)를 얻어 31.7%(18만8천441표)를 얻은 강운태 무소속 광주시장 후보를 15만6천968표차로 따돌렸다.

광주에서 오랫동안 지역시민운동을 해온 윤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광주정치에 어떤 변화가 올지 귀추가 모아진다. 윤 후보의 당선여부에 따라 정치생명이 오락가락할 것으로 점쳐졌던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결과의 책임에서 자유롭게 됐다. 그러나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권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해 안철수 김한길 지도부을 향한 당내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4일 자정 무렵부터 5일 오전 6시 30분 현재까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혼전양상을 거듭했던 최문순 새정치민주연합 강원지사 후보는 개표율 96.4%가 진행된 가운데 49.6%(36만6천655표)를 얻어 48.3%(35만7천352표)를 얻은 최흥집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를 9천303표차로 따돌렸다. 몇 분 사이로 당선유력의 희비가 엇갈리던 강원지사 선거는 끝내 최문순 현 지사의 승리로 귀결됐다.

서울 25개 구청 가운데 20곳 새정치민주연합 차지

기초단체장의 경우는 전국 228곳 가운데 새누리당이 117곳을 새정치민주연합이 80곳을 각각 차지했다. 무소속은 29곳,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 후보들은 단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25개 구청 가운데 종로와 용산, 광진, 동대문 등 20곳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중구, 중랑구는 새누리당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부산은 무소속 1곳을 제외한 나머지 15곳이 전부 새누리당 후보들의 당선으로 결론이 났다. 대구, 울산은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 후보들의 진입을 단 한 곳도 허용하지 않았다.

반대로 광주·전남지역은 새정치민주연합과 무소속 후보들로 꾸려졌다. 광주, 전남·북 지역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단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전·남북 지역에서는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새정치민주연합 출신의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했다.

강원에서는 원주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지역은 전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고 충북에서는 새누리당이 청주시장을 비롯해 6명, 제천·진천·증평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당선됐다. 보은과 괴산에선 무소속 후보가 당선하는 쾌거를 이뤘다.

충남도에서는 새누리당이 9곳, 새정치민주연합이 5곳 각각 당선됐다. 청양군수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경남에선 새누리당 소속 후보들이 앞섰다. 창원에선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가 시장에 당선됐다. 진주·통영·고성·사천·밀양 등 경남지역 내 15개 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김해·의령·하동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경북에선 포항을 비롯한 20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상주·군위·청송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인천은 중구와 동구·연수·남동 등 7곳은 새누리당이, 부평과 계양 딱 두 곳만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당선됐다. 강화군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도에서는 안양·양주·과천·남양주 등 13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수원·성남·고양 등 17곳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태그:#새누리당, #지방선거,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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