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를 버리고 조선 건국의 기틀을 다진 정도전

고려를 버리고 조선 건국의 기틀을 다진 정도전 ⓒ KBS


KBS 1TV 드라마 <정도전>(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에서 정도전(조재현 분)이 마침내 조선 건국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묘사되었다. 지난 1일 방송에서 정도전이 세자 책봉 문제를 마무리 짓고 개국공신 명단을 작성한 후 조준(전현 분), 윤소종(이병욱 분) 등과 함께 조선의 기틀을 잡아나가는 내용이 그려졌다.

이렇듯 뛰어난 두뇌로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정도전을 보면 그가 왜 고려에 는 헌신하지 않았는지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심지어 한때 그는 이색(박지일 분)의 제자로 충신 정몽주(임호 분) 등과도 가깝게 지냈기에 그가 왜 고려를 버렸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도전 마음 속 마지막 고려 임금은 공민왕

고려는 말기에 국력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공민왕 제위 당시만 해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는 아니었다. 공민왕은 원나라의 간섭 하에 노국공주를 왕비로 맞았지만 그녀와 더불어 오히려 원나라에 대항해 나간다.

그는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도 하고 원나라의 풍습을 금지시키기도 하는 등 자주적인 고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앞선 왕들과 달리 원나라에 충성한다는 뜻의 '충(忠)'이라는 글자를 왕명에 넣지 않은 것에서 보아도 공민왕의 그런 의지와 치세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비록 노국공주가 죽고 나서 공민왕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공민왕의 고려사 기록은 폄하된 면이 적지 않을 듯하다.

다시 정도전 입장으로 돌아가서 보면, 공민왕 재임 시절 당시 그는 젊은 나이에 정4품의 벼슬까지 올랐고 신돈의 죽음을 종묘에 고하는 중임을 맡기도 하였다. <고려사-정도전열전>의 기록대로 공민왕은 정도전을 총애하였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정도전에게 공민왕은 신하로서 따를만한 임금이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더 나아가 공민왕(김명수 분)이 암살당하기 전 정도전에게 다시금 개혁의 의지를 보이며 밀직사를 맡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공민왕이 시해당하고 만 것이다. 정도전은 이미 고려에 대해 심각한 회의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공민왕의 죽음은 마지막 희망이 꺾이고 만 것이었다.

더욱이 공민왕 죽음 후 그와 관계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인임(박영규 분) 세력에 의해 그는 귀양을 떠나게 된다. 사료가 부족하다고는 하나, 공민왕 사후 귀양을 간 것은 그가 명백하게 공민왕 사람이었다는 일말의 증거가 된다. 이후 정도전은 새로운 결심을 하며 자신이 인정한 마지막 고려 임금이었던 공민왕이 없어진 고려를 버리게 된 것이다.

'민본' 실현하기 위해 고려를 버리고 역성혁명 꿈꾸다

정도전은 이후 새로운 주군을 찾고자 하였다. 최영(서인석 분)에게 기대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그는 뼛속까지 고려 사람이었다. 자신의 아들을 지켜달라는 공민왕의 마지막 부탁을 기억하며 우왕(박진규 분)을 바로 죽이지 않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가 선택한 새로운 주군은 결국 이성계(유동근 분)였다. 그는 귀양 시절 백성의 아픔을 몸소 체험하며 백성이 근본이 되는 나라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하였고, 당대 최고의 덕장이라 불렸던 이성계가 그것을 실현해줄 인물이라고 믿은 듯하다.

정도전과 이성계 중에 누가 먼저 역성혁명을 꿈꾸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도전으로서는 자신의 이상을 현실화시킬 힘을 가진 세력을 찾았고, 이성계로서는 자신의 야망을 펼치게 해줄 책사를 얻은 것이었다.

이렇게 정도전은 극 중에서 입버릇처럼 말했듯이 새로운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간다. 그에게 고려는 더 이상 조국이 아니라 쓰러뜨려야 할 500년 묵은 괴물이었다. 자신이 태어나서 꿈을 펼치려고 했던 나라이자, 스승과 동문들이 목숨을 바쳐 지키려고 했던 나라를 괴물로 간주했다는 것은 고려에 대한 그의 실망감이 무척이나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도전>에서 방영된 내용을 보면 그는 확신이 서지 않을 때 거리로 나가보곤 하였다. 그 앞에 펼쳐진 광경은 사치에 찌든 귀족들 틈에서 쓰레기통까지 뒤져가며 목숨을 연명하는 백성들의 모습이었고 고려에 대한 미련은 그렇게 모두 없어지게 된 것이다.

정도전이 정말로 조금의 권력욕 없이 단지 백성을 위해서만 역성혁명을 결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가 조선 건국 후 주장했던 정책들을 보면 상당수가 백성이 근본인, 즉 민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도전은 백성을 지켜주지 못한 고려를 버리고 백성을 지킬 수 있는 새 나라를 꿈꾼 것이었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sky_fund/220018015183)에도 게재하였습니다.
정도전 조재현 이성계 유동근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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