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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아침 출근 길, 수유역에서 낯익은 얼굴과 마주쳤습니다. 선거 운동에 나선 후보는 분명했지만, 다른 후보들과는 다른 차림새. 가슴띠도 없이 자신의 경력을 적은 큰 피켓을 목에 걸고 동행한 선거 운동원 한 명과 함께 명함을 돌리고 있는 그는, 이번 강북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채수창 후보였습니다.

채수창 후보가 낯익은 이유는 이른바 '항명 사건' 때문입니다. 2010년, 양천경찰서에서 고문 의혹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강북경찰서장이었던 채수창 후보는 '양천 경찰서 고문 사건은 단지 경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성과주의와 상명하복 경찰 문화에 이유가 있다'면서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씨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다가 파면되었습니다.

이후 다행히 파면 취소 소송에서 재량권 남용 판결로 승소했지만, 그가 받은 불이익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노무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최근 만기 출소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진행한 짧은 인터뷰에서 채수창 후보는 당시 대학 동기들이 모두 뜯어말렸지만 문제가 너무나 분명했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채수창 후보는 경찰대 1기 출신입니다).

채수창 강북구청장 무소속 후보
▲ 채수창 강북구청장 무소속 후보 채수창 강북구청장 무소속 후보
ⓒ 권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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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매일 이곳 저곳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접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을 지적하고,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장진수 전 청와대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그는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폭로하여 이명박 정부의 명백한 잘못을 밝히는 데 일조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불이익'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 정의'를 위해 나선 일임에도 말입니다.

최근 장진수 전 주무관은 MB 정부의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를 다룬 책 <블루게이트>(오마이북)를 출간했습니다.

블루게이트 표지, 오마이북
▲ 블루게이트 표지, 오마이북 블루게이트 표지, 오마이북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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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의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블루게이트>라는 일종의 참회록을 쓴 뒤 정신적 늪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장진수 전 주무관, 하지만 '요즘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시냐'는 라디오 사회자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장 전 주무관은 말끝을 흐렸습니다.

사찰에 관여한 진짜 죄인들은 벌하지 않고, 오히려 장진수 전 주무관이 처벌받는 황당한 결과로 인해 취업까지 제한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아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공적인 이익'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일을 행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중요한 시기에 우리 사회는 환기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거 같습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
'부당한 지시에 이성적 판단을 던져보는 것'
'부정한 권력에 대항하는 것'

세월호 참사를 비롯하여,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즘, 불행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앞서 생각해야 할 명제가 아닐까요.

다시 한 번 불이익을 감수하며 옳은 일을 한 분들에게 관심을 건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태그:#장진수, #채수창, #블루게이트, #강북구청장, #내부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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