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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의 사표 수리' 형식을 통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으로부터 해임 요구를 받은 실세 '3인방' 가운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만 뺀 채 문책성 경질을 한 것이다. 이는 세월호 침몰사고에 따른 여권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인사로 보인다. 하지만 김기춘 비서실장이 사퇴하지 않은 개각은 의미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 넘었으나 세월호 정국 못 버텨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전격 경질됐다. 사진은 지난 4월 15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하고 있는 모습.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전격 경질됐다. 사진은 지난 4월 15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하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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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실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 만큼 그의 경질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남재준 원장의 경우 세월호 침몰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뜻밖이다.

그동안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남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왔다. 남 원장을 해임하라는 야권의 줄기찬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이 선거운동 첫날 전격적으로 사표를 수리했다는 점에서 '선거용 충격요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 원장은 취임 이후 지난 대선과정에서 벌어진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려는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았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갑작스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독단적인 결정에 따른 대화록 공개로 NLL 포기 발언 논란이 격화됐고, 남 원장은 사퇴 압력에 직면했다. 

특히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남 원장을 버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남 원장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줬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정부 여당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남 원장은 박근혜 정부 첫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지 1년 3개월여 만에 옷을 벗게 됐다. 남 원장은 이날 사표를 제출했고, 박 대통령이 곧바로 이를 수리했다. 결과적으로 간첩조작 사건 책임을 간신히 모면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사나워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문책성으로 경질한 것이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남 원장을 퇴진시키지 않으면 국정쇄신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 아닌가 싶다"라며 "안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데 사퇴하게 돼 아쉽다"라고 말했다. 

야당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없는 쇄신은 무의미하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은 모습.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은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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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이날 청와대의 발표와 관련해 남 원장의 경질이 당연하다면서도 그 발표 시점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의 눈물을 닦아줘야할 시점인데 오히려 양손(내각과 청와대)에 칼(검찰 출신)을 들고 통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며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없는 개각은 무의미하다"라고 비판했다. 한정애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남 원장은 사표를 수리할 게 아니라 진작 해임했어야 했다"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 없는 인적 쇄신은 무의미하다"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김기춘 비서실장을 경질하지 않은 인적 쇄신은 앙꼬 없는 진빵이다"라며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총체적으로 책임져야 할 김 비서실장이 유임된 것은 청와대 실세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태그:#남재준, #국정원장, #안대희, #박근혜,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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